작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기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사업 발굴 및 R&D, 기술 융합 연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해왔다. 특히 교육연수에서는 기술 문해력을 함양하고 새로운 예술교육 패러다임을 이해하고자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연계 블렌디드 연수를 진행했다. 새로운 주제와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섯 명의 참여자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현장 전문인력의 인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19년 4월 24일(수) 오후 6시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오픈라운지
• 좌 장 : 임학순(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 참석자 : 서재영 예술강사(연극분야), 장재성 교사(부개여자고등학교), 장혜진 예술강사(디자인 분야), 정현희 예술강사(디자인 분야), 호중훈 예술강사(만화애니메이션 분야)
• 기 획 : 교육연수센터
임학순 : 작년에 진흥원과 함께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인식 설문조사」(이하 ‘설문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연수 참여 의지를 묻는 질문에 평균 4.12로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연수 참여 기대 성과로는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교육 기획 역량 강화 기대’가 평균 4.18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 리터러시 역량 강화 기대’(평균 4.13), ‘ 전문인력들과의 학제적 협업 역량 강화 기대’(평균 4.13)를 하는 것으로 나왔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교육연수 활동의 가장 큰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 형성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67.5%로 가장 많았다. 이 조사를 참고하면서 문화예술교육 강사, 교사이자 연수 참여자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수에 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연수에 왜 관심을 갖게 되었나?
새로운 시대의 흐름과 예술강사의 현재
호중훈 : 4차 산업혁명이 다가왔다고 하는데 정말 다가온 것인지, 어떻게 다가온 것인지, 그것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현장에 있는 예술강사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이것을 풀어가는 방법으로 예술강사들이 자율적인 스터디를 만들 수도 있지만 결국 연구체계를 만드는 것은 기관에서 해야 하는 일 같다. 그런 부분에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지원을 통해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거기에서 주어진 과제를 통해 예술강사가 질문을 만들어 내고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연결해 나갔으면 한다.
정현희 : 10여 년 전 대학원에서부터 디지털아트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이것에 대한 프로그램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8년 진흥원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서재영 : 평소 디지털 기계로 만들어 내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연극분야 선생님들은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코딩을 주제로 공연을 제안해 보았지만 코딩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것을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수 이후 유전알고리즘을 주제로 과정드라마를 만드는 중이다.
장재성 : 근무하는 학교가 ‘인지과학교과 중점학교’라서 4년 전부터 첨단 과학기술 영향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교직에 들어오기 전에 기업에서 코딩을 했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왔고, 코딩과 예술을 연계시키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작년에 연수를 들었다. 올해부터 코딩과 연계하는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고3 담임을 맡게 되어 그 작업은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연극, 영화, 인문학 등과 연계한 수업을 해왔다.
장혜진 :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는데 경기과학멘토 사업에서 과학과 예술 융합 교과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과학과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에는 안테나가 더 예민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새로운 것이 왔을 때 빠르게 반응하고 배워보고 싶어 한다. 리터러시로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다.
  • 서재영
  • 임학순
  • 장재성
낯선 분야에 대한 생각과 시야 넓히기
임학순 : 작년에 참여했던 연구 중 예술가들이 문화예술에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는 응답이 73.7%로 높게 나타났다. 그때 희망하는 지원으로 창작활동 지원이 가장 많았고, 두 번째는 교육, 연수 등 역량 강화, 세 번째는 협업이었다. 캐나다에서 전 세계 문화예술기관을 대상으로 어떻게 기술에 접근하고 관련한 어떤 지원을 하는지 조사한 것이 있다. 창작지원이 있었고, 일반 대중의 예술 접근과 참여에 대한 기술 지원이 있었고, 그다음으로 새로운 연구 개발 지원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개인이나 단체가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지원이 있었다. 예술가 스스로 미래사회의 기술을 인식하고 배워서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예술 현장에서 많은 수요가 있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진흥원에서 다양한 지원과 함께 연수 방식도 다각화하여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참석하신 다섯 분 모두 작년과 올해 4차 산업혁명 관련 다양한 연수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한 연수의 방식은 어떠했는지,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었는지 이야기해 달라.
호중훈 : 2018년에 ‘문화재 활용 디지털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그 결과물을 올해 연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교육강사로 참여해 예술교육자들과 나누었다. 연수는 교육 현장에서 기술이 어떻게 유의미한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시작되고 공유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수 참여자들이 가져갈 과제와 질문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연수 초반에 참여자들에게 기술을 기반으로 했던 문화예술 콘텐츠가 어떤 의미인지, 왜 이것을 현장에서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교육에서 기술의 의미가 첫 번째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개발한 ‘대동여지도’ 문화재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연수를 통해 공유했다. 연수 과정에 AR을 경험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AR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기획할 수 있을까, 기술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연수 참여자들은 기술을 구현하고 싶고, 기술을 내 것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커 보였다. 현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배움의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술에 대한 접근과 더불어서 기술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기획한 경험을 공유하고,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가지고 가는 연수였으면 했다.
임학순 : 연수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기술을 이해하고 경험해서 문화예술적 경험의 과정이나 체계를 잡아나가야 하는데 연수 참여자들이 혼란을 겪지는 않았나? 연수 참여자들과 다음 단계로 함께한 연수나 연구 같은 것은 있나?
호중훈 : 혼란을 겪었다. 2박 3일은 긴 시간이 아니다. 전문가 강의를 진행하고 하루 정도 직접 AR 프로그램을 다뤄보고 증강현실을 구현해보았다. 사실 하루 안에 증강현실(기술)을 습득하기는 어렵다. 최종적인 목적은 이해이다. 예술강사의 역량은 기술의 습득이 아닌 기술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진흥원에서도 많이 고민하며 기획하고 준비했지만, 현장 종사자들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과제이자 질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질문을 갖고 가는 연수였으면 좋겠고, 짧은 연수 현장에서 완성될 수는 없다. 따라서 CoP 등 지속해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구조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정현희 : (2019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블렌디드 연수 참여) 개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AR이나 VR은 체험을 넘어 더 깊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교육이 VR, AR, 3D프린팅, 홀로그램, 프로세싱, 인공지능 등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채로워서 좋았다. 많은 기술을 다 다뤄보는데 짧은 시간에 기술적으로 깊게 이해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훑어보기라도 해주면 그것을 공부하는 콘텐츠들은 온라인에 많다.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려주면 각자 자기 분야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과 올해 했던 프로그램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특히 블렌디드 연수가 수준도 높고 인사이트를 제시했다는 면에서 매우 좋았다.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건 굳이 모이지 않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고, 프로그래밍 같은 것은 몇 시간 들었다고 알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프로그래밍과 기술적인 부분들은 지속해서 자기 수준에 맞춰 공부하는 등 단계적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체험하는 것으로 지속성을 가질 수 없으니 체계적인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
서재영 : (2019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블렌디드 연수 참여) 연수 참가신청서도 다른 연수와 다르게 받았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다. 참가신청서에 내가 얼마큼 관심이 있는지 자세히 써서 냈다. 예전에는 참가자들 대부분 컴퓨터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의외로 많은 참여자가 잘하시더라. 지원신청서가 역할을 한 것 같다. 연수 마지막에 프로그램을 짜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장재성 : (2018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연수 참여) 작년에 연수를 받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았다. 코딩과 관련한 테크닉을 익혀 마지막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걸 만들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교사들은 연수가 학교 교육과 연계되어야 하는데 교사가 나밖에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연수 참여 후 학생들과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가벼운 인공지능으로 구현해보는 수업을 잠깐 했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했다. 예술과 테크닉(기술)이 있을 때 코딩 같은 기술은 기본적인 것만 알면 인터넷에 자료는 넘쳐난다. 요는 관심인 것 같다.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예술과 기술을 적용한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예술강사 수업과 연계하거나 자료와 소스를 충분히 주면 수업에 반영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장혜진 : (2018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연수 참여) 작년에는 준비하는 쪽이나 참여자도 모두 처음 하는 프로그램이라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서로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초반에 많이 필요했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오픈 테이블을 열어서 무엇이 필요해서 참여하게 되었는지 듣고 좀 더 유연하게 수업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연수 마지막 참여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참여자 20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었고,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웃음) 2주간 진행된 연수였는데 초반에 예술강사들의 (다른 분야) 교육 강사들의 장점과 욕구가 있는 채널을 만들어주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돼서야 처음으로 연수 참여자와 각자 왜 여기에 왔고 어떤 걸 얻고 싶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결과물보다 네트워크를 쌓고 싶은 것인데, 강사들끼리도 안 되는데 학생들에게 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해커톤처럼 뭔가 결과물 지향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의미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코딩이라는 언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수업이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 주어 좋았다. 진흥원의 역할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기술교육보다는 생각과 시야를 넓혀주는 수업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다.
  • 장혜진
  • 정현희
  • 호중훈
예술과 기술의 융합된 예술교육의 역할
임학순 : 요즘 청소년들은 우리와 달리 디지털 세대이다. 영국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사례를 보면 ‘타임 투 샤인 디지털(Time to Shine Digital)’이라는 디지털 기술을 예술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디지털 창의성(digital creativity)’을 높인다고 한다. 미래 사회의 문제로 기술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 고립감, 개인화,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이 소외되는 현상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 기술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주체적으로 자기표현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또는 협업이나 관계성 회복 등에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예술과 기술의 접목과 융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흥미 유발이나 도구를 넘어서 새로운 예술 형식의 관점에서의 경험을 해야만 디지털 창의성이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실제 구현이 어떻게 되나?
장재성 :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보다 훨씬 더 기술을 잘 안다. 선생님이 가르친다기보다 같이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예술을 아날로그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다가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예술작품을 보고 아주 놀라워했다. 이런 교육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예술에 접근하면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호응이 많이 떨어진다. 기술을 활용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만드는 과정을 겪고 나니 아이들이 음악에 관해 관심을 갖더라. 화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화음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음악 선생님에게 질문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때 기술과 예술이 수업과 연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학순 : 흥미 유발이나 도구를 넘어 새로운 예술 형식 관점에서의 경험이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 창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교육현장은 아직 그러한 경험까지는 어려운 것 같다.
서재영 : 학교에서 ‘핑퐁(Ping Pong)’이라는 실시간 반응 시스템 앱(app)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 앱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투표도 하고 발표할 내용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아이들은 익숙하게 했고 손들고 발표하거나 종이를 제출하는 것보다는 참여도나 몰입도가 더 높았다. 아이들의 소리가 커지면 나무가 커지는 앱이 있는데 그 앱을 활용해 소리를 시각화해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한 적이 있었다. 그런 방식이 미적 체험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정현희 : 예술강사들에게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디지털 아트(미디어 아트) 작품 기획단계부터 제작 과정, 프로세스까지 보여준다면 감상의 리터러시까지 건드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미술관에 가서 무언지도 모르고 지나치던 많은 것들에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현장 예술가의 작업 과정이 온라인 연수에 있다면 강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술은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기술을 활용해 더 확장된 예술적 역량을 부여하고, 아이들이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강사의 역할 아닐까.
호중훈 : 애니메이션에서는 디지털 영역의 모바일 같은 것을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 프로그램을 가져가되 놓지 않아야 할 것은 경험의 설계와 질문인 것 같다. 아이들과 어떻게 경험을 나눌 것인지, 그에 따라 사용될 모바일의 용도는 달라질 수 있다. 기술은 유의미하게 활용될 때 도구로써 문화예술수업의 목적을 달성시켜줄 수 있다. 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도 넣고, 목소리도 넣고, 글씨도 넣고 하더라. 이미 아이들은 그리는 세대에서 영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세대로 넘어왔다. 디지털은 학생들이 더 빠르게 이해하고 잘한다. 결국 우리의 역할은 질문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동여지도’ 콘텐츠를 아이들이 이용하는 걸 보면 몰입도가 다르다.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재를 소개하는데, 문화예술교육 목적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실제 목적에 맞게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 도구를 사용해 어떻게 예술을 의미 있게 아이들에게 경험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장혜진 : 저는 예술가에게 도구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출발했다. 작업할 때 어떤 도구, 어떤 매체를 선택하느냐는 작가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선택한 매체가 주제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상대와 어떻게 소통하게 되는지 접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예술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이 단순한 도구의 단계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요즘 학생들은 내가 일주일 배운 것을 한 시간 안에 다 습득한다. 또 이미 수요자에서 크리에이터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질문을 예술강사가 던져주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테두리 안에서 이미 꽃을 틔울 준비가 되어 있다. 디지털은 아이들에게 있어 새로운 언어이다. 예술강사는 학생들이 그 언어로 문화예술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소통하고, 치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협업, 방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
임학순 : 마지막 이슈는 협업이다. 예술 장르 간 협업, 예술강사와 교사 간 협업, 예술강사와 공학자, 기술자, 연구자와의 협업 등 다양한 협업이 일어날 수 있다. 협업의 어려운 점, 다른 분야의 협업과 다른 점도 있을 것 같다.
정현희 : 공학 분야는 딱 필요한 것만 갖추어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면, 예술 분야의 경우 많은 담론을 형성하면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만들어 간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협업하면 서로에 대한 방식과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접점을 만들어 가는 데 연습이 필요하다.
호중훈 : 교육콘텐츠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혼자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문화재 기반의 콘텐츠 제작에는 인문학적인 부분이나 예술적 요소를 추출하고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므로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은 필수이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의 경우 학교 환경과 아이들을 잘 아는 교사와의 협업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동여지도 콘텐츠를 만들 때 무용 분야 선생님도 섭외했었다. 처음 시각적인 것만 생각했는데 입체적으로 신체 표현활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서였다. 협업은 서로의 전문성과 맞닿는 부분이 극대화되어야 한다. 서로가 원하는 콘텐츠 기술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중요하다. 그런 대화를 통해 또 하나의 전문성을 갖게 되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협업의 방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임학순 : 학교 예술강사는 혼자 분투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예술교육에서 협업체계로 교안을 개발하거나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등 기획 단계에서 또 다른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장재성 : 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고 있는데 재작년 연극 예술강사와 협업으로 법정 드라마 만들기 수업을 했다. 네 가지 딜레마 상황을 주고 아이들이 그 상황에 맞추어 대본을 쓰고 연극을 만들었다. 대본과 연기 지도는 예술강사님이, 판례 등 법 지식은 내가 도움을 주면서 팀별로 연극을 만들고 공연을 했다. 주제는 낙태였는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인권이 충돌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공연을 정말 잘 만들어 학교에서 재공연까지 했다. 그 과정을 경험해보니 학교 예술교육에서 교사들도 역할이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교사와의 협업이 어려운 것은 서로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큰 것 같다. 사실 진흥원 연수에서 교사들이 들을만한 연수가 거의 사라졌다. 교사가 학교에서 협업시스템을 가지고 접근해야 문제가 풀린다. 문제를 풀 수 있는 교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장혜진 : 4차 산업혁명은 당연히 집단지성으로 협업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플랫폼으로 진흥원의 온라인 채널이 허브가 될 수 있다. 연수도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온라인 교육이 있어도 면대면 교육에서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해 나의 지식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협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장 어려운 것은 다른 분야, 다른 장르의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수 안에 교사,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자와 기술자가 융합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정현희 : 지역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연수가 너무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진흥원의 수준 높은 연수가 지역과 협업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임학순 : 연수 자체가 협업 경험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과 연수 관련한 인프라와 노하우 등 지역과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는데, 그만큼 연수가 잘 되고 있어서다. 현업의 플랫폼이나 강사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고, 예술강사가 질문을 던지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고 지역의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협업 체계 역시 중요한 몇 가지 지점을 짚어주신 것 같다. 도구로서의 기술을 넘어 디지털 창의성이나 소통, 협력관계, 사회적 관계성까지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야기되었다. 협업의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임학순
임학순

현재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18년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예술과 주민, 마을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관계 맺기>에 참여했다.
서재영
서재영

연극 예술강사. 느낀 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는 학생이 되길 바라는 예술강사로 7년째 학생들을 만나고 있으며 예술창작집단 JAT Project의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19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연수 <4차산업혁명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연수에 참여했다.
장재성
장재성

부개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예술과 교과의 융합을 통한 코티칭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2018년 <4차산업혁명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아트의 세계’ ‘미디어 아트와 문화예술교육’ 연수에 참여했다. 인지과학 중점과정 운영, 로봇동아리 및 방과후 코딩 수업을 담당했다.
장혜진
장혜진

미술 예술강사. 2018년 <4차산업혁명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연수에 참여했으며, 2018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연구 오픈랩(Lab)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융‧복합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분야에 ‘메이키 메이키로 만드는 FUN&PLAY SCHOOL’을 주제로 참여했다. 시각예술 작가이며 문화예술교육 강사 및 매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정현희
정현희

디자인 예술강사. 경성대학교 디지털디자인전문대학원 영상학 박사, 창원시 문화도시추진위원. 디지털 아트와 문화예술교육 연구에 관심이 많으며 문화예술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연수 <4차산업혁명시대의 예술창작과 교육 ‘데이터미학과 인공지능’>, ‘스마트 도구로 만나는 미래 문화예술교육’ 연수에 참여했다.
호중훈
호중훈

만화애니메이션 예술강사.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 현장에서 애니메이터 및 감독으로 종사했으며, 현재는 애니메이션 제작과 더불어 학교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8 문화재 활용 디지털 학교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연구개발’에 참여했으며, ‘2019 디지털 기술 접목을 통한 미적체험으로서의 문화재 예술교육’ 연수에 교육강사로 참여했다.
사진 _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foxpig76@hanmail.net
arte365
기획 _ 교육연수센터 김주리, 신예린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성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