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전주를 시작으로 광주, 원주, 청주, 공주, 대구, 울산, 부산, 창원, 서울을 거쳐 17일 제주까지 총 12회의 기초(생활권)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 릴레이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기초(생활권)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주제로 했지만, 실상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비전2030」(2018.5월), 「새 예술정책」(2018.5월)에서 지역문화분권 실현의 주요 과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로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설립과 운영 전반에 대한 주요 담론을 모으는 자리였다.
뻔한 수순을 뻔하지 않게 만든
간담회에 대한 고민은 진흥원의 전략계획에 세부과제로 정해져 있는 ‘기초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정 및 시범방안 연구’와 ‘기초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시범 지정(2020년) 및 점진적 확대(2021년~)’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간 대부분 정책과제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으로 현장과의 몇 차례 형식적인 간담회를 거쳐 예산과 일정을 앞세워 현장으로 강제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면서 그 연구와 계획에 담긴 좋은 내용은 늘 공허해지고 전국은 하향평준화 되어 행정만 남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요건과 절차, 형식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우리는 경험치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진흥원은 현장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면서 각 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상황과 여건, 지형을 파악한 후, 연구든 시범 지정이든 하겠다며 변화된 입장을 나타냈다. 그것도 몇 차례가 되든 가능한 대로, 참여자도 우리가 결정하라는 좀 낯선 태도였다.
지역 스스로, 지역이 원하는, 지역의 여건과 환경을 고려한, 준비과정에 대한 지원을
어느 순간부터 지역으로 내려오는 정책 사업과 예산은 전달체계라는 이름으로 지역 문화재단과 지역의 공공기관에 집중되고, 지역마다 남다른 사정과 맥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무기로 획일화된 틀과 구조에 지역의 여건과 몸집을 맞출 것을 강요받아 왔다. 이번 간담회는 그런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이었다. 12번 열린 간담회의 쟁점도 내용도 모두 달랐다. 지역의 경험치와 기대치가 달랐기에 기초 센터의 역할과 유형, 주체도 모두 달랐다.
<권역별 기초센터의 역할과 센터 유형에 대한 주요의견>
권역별 기초센터의 역할과 센터 유형에 대한 주요의견
전북 광주/전남 강원 충북
  • 네트워킹
  • 실험적 공간 / 행정 간소화
  • 세분화된 예술심화 서비스 거점
  • 지역 분석/아카이빙
  • 컨설팅 통한 지역민 문화예술교육 욕구 발굴
  • 활동가 역량개발
  • 활동 주체 발굴
  • 인력풀 확보
  • 네트워킹
  • 기획자‧매개자 대상 피드백 및 지원
  • 아카이빙
  • 지역 내 인력 발굴 및 참여 유도
  • 예술가-지역 간 매개 역할
  • 지역내 문화예술교육 기회 마련
  • 지역 욕구 파악 및 수요 충족
  • 연구개발
  • 매개자 역량강화, 아카이빙
  • 예술가-수요자 간 인력풀 매칭
  • 수혜자․단체 확산
  • 활동가의 대상 이해 역량 강화
  • 연구개발
  • 지역 내 정보 공유 및 교류 촉진
  • 지역 내 평생교육․마을공동체․교육복지 등 영역 간 문화예술교육 중계
커뮤니티 사람중심
연대/협의체
관광두레PD, 플랫폼,
광역센터-지소
행정이 지원하는 민간협의체
· 문화재단+민간파트너십
주민주체, 지역 거점
주체들의 구심점
권역별 기초센터의 역할과 센터 유형에 대한 주요의견
대전/세종/충남 대구/경북 울산 부산
  • 수혜자․단체 확산
  • 활동가의 대상 이해 역량 강화
  • 연구개발
  • 지역 내 정보 공유 및 교류 촉진
  • 지역 내 평생교육․마을공동체․교육복지 등 영역 간 문화예술교육 중계
  • 문화예술교육의 철학‧방향‧지향점 논의 기회 마련‧촉진
  • 연구 기능
  • 문화예술교육 욕구 발굴
  • 지역과 소통 연결‧매개 기능
  • 지역 문화예술교육 자원 아카이빙‧정리
  • 창작자‧기획자 발굴
  • 광역-기초 간 매개자 역할
  • 생활권 내 실행 거점단위
  • 지역 내 다양한 주체(주민센터, 평생학습관, 생활문화센터 등) 간 조율 역할
  • 문화예술교육 자원이 없는 지역에서의 실행 역할
  • 문화예술교육 홍보
  • 연구 기능
  • 지역 내 다양한 시설 및 주체(복지시설, 도서관, 문화예술단체 등) 간 교류 촉진․조정 역할
  • 블록체인 활용한 인력관리 및 아카이빙
지역의 책임 있는 활동 주체 / 거버넌스 지역 기반 단체들의 네트워크 문화예술단체기관 협의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지자체 매칭)
광역 센터 연계 지구단위 코디네이터
권역별 기초센터의 역할과 센터 유형에 대한 주요의견
경남 서울 인천/경기 제주
  • 활동가 지원․연결
  • 역량강화
  • 문화예술교육 통합정보 시스템
  • 인력 발굴 및 네트워크 지원
  • 삶 전반 및 공동체와 관련된 문화예술교육으로 인식전환
  • 아카이빙
  • 주민 니즈 파악, 주민-단체 연결
  • 예술가 및 활동가 지원· 다양한 방식의 지원 플랫폼
  • 연구개발 지원
  • 문화예술교육 경험의 계기
  • 컨설팅
  • 중간자 역할· 지역의 자율성 고민하는 역할
  • 파급효과 있는 혁신적 실험사업
  • 네트워킹
  •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확산방향 제시
  • 기초 단위 멘토-청년 간 관계형성 가능한 환경 조성
  • 현장-광역(중앙) 간 매개자 역할
  • 콘텐츠 발굴‧연결
  • 지역 내 주체 간 논의 구조 마련‧지원
  • 정책과 사업의 경계를 삶 안에서 포괄시켜 주는 역할
  • 양질의 콘텐츠 확산 지원
  • 지역 특성에 적합한 사업 고민하는 역할
  • 프로그램 질적 심화/연구개발
기존 문화기반시설 활용
인력, 프로그램, 예산 지원
문화재단 상주단체
/ 현장활동 중심 모델
민간협동조합, 단체들의 코어 코디네이터
[출처] 「기초(생활권)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역 릴레이 간담회 결과보고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9, p.28
공통적 내용으로는, 센터는 실행조직으로서 주요 기능은 매개 활동이어야 하며, 운영 주체는 지역에서 활동해 온 모든 주체들에게 열려 있어야 함을 강조했으며, 센터의 정체성을 보여줄 상징적 공간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센터 설립 전 활동 주체들이 기초 센터의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하며 의견을 모아 운영 주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현안과 사업을 충분히 실험하고 시도하는 것에 대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즉, 지역별 특화모델을 지역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논의와 설립과정에 대한 지원요청이다.
센터 운영 다변화를 위한 지원체계 변화와 조건
중앙이 센터를 지정하는 방식에서 추동하는 방식으로 정책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기초단위 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는 전국이 획일화된 구조의 통일된 센터가 아닌, 지역 스스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의 문제의식과 문제 정의,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센터 운영의 모델도 다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지원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로 인식하고 지역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센터의 안정적인 사업 기간을 보장하여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지역 주체 또한 스스로의 비전과 미션을 수립하고 실험적인 사업들을 수행하며 자신감을 배양하고 자신들의 사업역량을 확장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 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주체들은 협업하고 협력하며 행정 및 공공영역, 민간영역, 민간+공공 등의 이종결합과 과정 실험을 통해 학습하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실험이 가능해지려면 센터 설립 이전 준비단계에 대해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들을 모아 간담회의 결과보고서에서는 지역 주체의 욕구와 수요에 맞춘 센터 유형을 도출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프로세스로 제안하였다. 논의를 시작하는 주체로부터 프로세스가 시작되어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 협업, 협치 등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거버넌스 구축단계, 이후 센터의 역할과 방향을 잡기 위한 활동, 센터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징하는 공간기반 마련 등의 과정을 지역의 호흡대로 가보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요구지점은 지역의 다양한 활동 주체들이 상호 간의 협력을 기초로 준비할 수 있는 과정지원과 이를 통해 도출된 기초 센터의 운영 방향 및 역할을 지역 스스로 생산하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있다. 이제 진흥원에서 어떤 새로운 시도와 실험들로 판을 펼칠지 지켜볼 차례이다.
강승진
히든어셈블 대표커넥터. 교육기업에서 사업기획과 문화체험사업 등의 경험으로 춘천시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 원주문화재단 지역문화실장 등을 거쳤다. 문화재단에서는 지역문화정책, 문화인력양성, 청년사업, 문화예술지원사업, 문화공간 조성, 마을공동체사업, 문화도시조성사업 등의 업무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자발적 백수가 되어 소심한 절반의 세계일주, 아이들과 경험자산 만들기, 나만의 아지트 만들기, 법인 만들기, 클럽 가보기 등 평소 해보고 싶었던 개인적인 소망을 마음껏 실행해보며 소소하게 일하고 있는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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