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은 창조적인 음악교육

2018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⑥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 컨퍼런스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단체 국립조합(National Guild for Community Arts Education)에서는 매년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연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교육나눔팀에서는 미국 내 문화예술교육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향후 국내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2018년 11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개최된 컨퍼런스 현장을 찾았다. 현장 세션 중, 청소년기의 음악적 경험이 주는 희망과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청소년 역량 계발 사이의 연결성에 주목한 ‘희망에서 실행으로: 청소년기 발달과 음악적 개입(From Hope to How: Youth Development and Music Engagement)’ 세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실내 세션 현장
청소년의 창의성과 주체성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
이 세션은 11월 14일 전일에 걸쳐 각종 연구 성과에 비추어 청소년 능력 계발의 주안점을 파악하고 볼티모어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현장 사례를 방문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보스턴에 있는 공중 보건 및 의료 연구기관인 헬스 리소스 인 액션(Health Resources in Action)의 정의에 따라,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서 지향하여야 할 요소를 고교 졸업, 자격증 취득, 대학 진학, 취업 등의 ‘성취’, 자신감, 사회성, 리더십, 책임감 등의 ‘역량’과 퇴학, 폭력, 마약, 범죄 등의 ‘방지’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이에 비추어,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한 청소년 대상 교육은 청소년들이 ‘성취’와 ‘역량’을 얻도록 하고, ‘방지’해야 할 요소를 회피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위하여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내용이 이 중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논의하였다. 대부분의 세션 참가자가 개인 예술강사 혹은 교육기관 소속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 현장에서의 사례를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세션에서 중점을 둔 역량은 창의성과 주체성이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교육 대상이 스스로 계획할 수 있도록 ‘어떻게(how)’ 도와주어야 하는지 모색하여야 하며, 청소년 자신의 목소리, 즉 자기표현에 주목하여 창의적인 계획과 그 이후의 실행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특정한 활동(계획수립, 공연 등의 총감독 섭외, 벽화 그리기, 진로 판단 등)을 청소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성인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나누어 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실제로 청소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성인이 지도하여야 하는 일의 경계는 일반적인 인식에 비해 모호하다는 결과를 얻었고,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계획과 의사결정(planning) 단계에서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아래(표)는 북아일랜드청소년위원회(Northern Ireland Youth Council)에서 청소년 활동의 주체적인 참여도를 다섯단계로 구분한 내용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많은 현장에서 청소년의 참여도는 0~2 단계 사이를 오가고 있으나, 청소년의 역량 발달을 위해 향후의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참여도가 3~4로 단계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오전 세션이 마무리되었다.

[청소년 참여도 단계]

청소년 참여도 단계
0 없음
None
청소년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음
1 명목적
Tokenism
성인이 전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일부 청소년이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음
2 감독
Consultation
성인이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청소년의 활동을 감독함
3 대표제
Representation
일부 청소년이 다른 또래를 대표하여 성인과 협업
4 참여
Participation
청소년이 의사결정을 하며, 성인과 공동의 책무와 책임을 가짐
5 자체 관리
Self-Managing
성인의 권위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서 청소년이 활동함
지역의 사회적 여건을 고려한 음악교육 : 오키드 프로그램
오후 세션에는 볼티모어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로 ‘오키드(The OrchKids)’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오키드는 볼티모어 심포닉 오케스트라(Baltimore Symphonic Orchestra)가 운영하고 있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 볼티모어 지역 내 6개 공립학교에서 1,200명의 학생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무료 음악교육 및 공연, 멘토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키드의 총괄디렉터 댄 트레히(Dan Trahey)는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은 개개인으로부터 시작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반드시 사회적으로 동기 부여되어야(socially motivated) 한다.”고 역설했다. 볼티모어는 미국 대도시 중에서도 저소득층 비율이 높고, 인구의 65% 이상이 소수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권력과의 갈등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반적인 음악교육 과정에서 이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유럽계 백인들의 고전(classical) 음악이 볼티모어 지역의 청소년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들을 ‘방지’ 요소에서 멀어지도록 이끌 것인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세션에서는 실제 오키드를 통해 관악 밴드로 활동하며, 볼티모어예술학교(Baltimore School for the Arts)에 진학한 학생들의 공연 및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스스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음악교육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계획하고 시도함으로써 성인이 지도하는 것보다도 많은 교훈을 학습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연습 일정이나 공연 계획, 작곡 활동 등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다만, 청소년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단순히 경험하고 실패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부분에서는 예술교육자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며, 대부분 음대 진학을 원하는 밴드 멤버들의 구체적인 진로에 대하여는 오키드 담당자의 지도가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키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Mary Ann Winterling Elementary School)를 방문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학교가 위치한 볼티모어 서부는 볼티모어 내에서도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으로 거의 모든 학생이 급식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앞서 언급한 사회적 취지가 이해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경험한 ‘랩 레코딩’ 프로그램은 강사가 제시하는 특정한 주제에 따라 각자 한 소절씩 가사를 작사하고, 비트에 맞추어 차례대로 녹음하고 완성된 곡을 함께 청취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지역 청소년들이 익히 알고 있으며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 힙합을 통해 참여자들이 접근하고 집중하기 쉬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며, 이론교육이 선행되지 않는 교육방법으로 참여도를 높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실제 제작 현장에서 녹음이 진행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음악 관련 직업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청소년 역량 계발과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으로 보였다.
관악기와 발성을 사용한 리듬 프로그램에서는 허밍이나 동작 등으로 한 학생이 음과 리듬을 표현하면, 관악기를 연주하는 학생이 그것을 따라 연주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여기에 참여자 중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이 제시하는 숫자와 가사에 맞추어 드럼이 박자를 연주하고 노래가 시작되는 즉흥 잼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리듬이 추가되더라도 강사의 지도하에 새로운 박자를 맞추어 이어갔다. 일견 단순한 박자놀이로 보일 수 있으나,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동작과 행동이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급 음악 이론을 선행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음악에서 사용되지 않는 박자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으며, 직접 활동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다. 나아가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교 피바디음악대학(Peabody Institute)과 연계하여 좀 더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키드 내 관악밴드의 공연
새로운 시대, 음악교육의 방향
현장에서 살펴본 오키드의 교육방식은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댄 트레히 총괄디렉터의 말을 빌자면, “모든 교육기관에서 모든 학생이 배우는 획일적 교육 형태로는 지역과 지역 청소년의 환경을 반영할 수 없다. 오직 이 지역의 이 프로그램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음악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현재 미국 내 청소년 음악 교육의 담론은 음악의 특정한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교습할 것인가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강사 개인이 한 명의 교육자로서 참여하는 청소년의 역량을 ‘어떻게’ 계발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대상의 특성을 감안하여 어떤 접근법을 취해야 하는가에 향하여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문화예술교육의 양적 측면이 크게 증대한 상황이나, 문화예술교육이 주로 청소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음악분야의 비중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세션 참여를 통해 입시 준비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의 청소년 예술교육의 현주소와, 예술강사로부터 참여자에게 이르는 일방적 기술 전수 형태를 취하는 전통적 교육 방식의 유효성을 재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의 적극적인 참여와 능동적 의사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청소년의 주체성을 포함한 종합능력을 계발시킬 수 있는 교육 방법론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탐구와 기관의 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arte365
임승균 _ 교육나눔팀 주임
iriya624@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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