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한 편견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해 온 우리는 그동안 나이듦과 창의성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오해를 다뤄왔다(메르세드는 1987년부터, 로콘은 2006년부터). ‘창의적 나이듦’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이전에는 노인의 창의성은 유독 경력이 긴 몇몇 유명 배우, 오페라 가수, 뮤지션들에게나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평범한 노인들이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어느 정도-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창의성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창의력을 잃게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창의성은 항상 젊음과 연관 지어지는 반면, 나이듦은 보통 신체 및 정신 건강 저하와 연관 지어진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창의성과 예술로부터 점차 멀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의료와 기초 사회복지를 우선시하게 된다.
‘노인은 창의적일 수 없다’는 이러한 생각은 알츠하이머병이나 기타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들을 상대로 더 심하게 나타난다. 나이는 치매 발병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사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치매 인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만 해도,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인구의 수는 72만 5천 명을 넘어선다. 이 수치는 2030년에는 120만 명, 2050년에는 27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1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을 활용해 노인들, 특히 치매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창의적 나이듦, 나이듦에 대한 편견을 다루다
‘창의적 나이듦’은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젊은이들과 치매 노인들을 비롯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젊은이들’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우리 모두 출생하는 순간부터 나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사람은 매 순간 나이를 먹는다.
창의적 나이듦 철학과 그 관행은 창의성을 한 사람의 일생동안 삶의 질 향상을 도와주는 중요한 개념으로 본다. 예술활동 및 예술작품 만들기와의 적극적인 연결과 교류, 사회적 상호작용과 평생 예술교육 목표를 바탕으로 사회가 공동체 집단을 형성할 것을 주장한다. 이와 같은 공동체 집단 형성은 사회 구성원 모두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창의성과 예술활동 참여는 노인 복지의 핵심 요소이다.2 예술활동 참여는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3 예술은 기억력 감퇴나 인지 기능 저하와 상관없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창의적 나이듦은 예술이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시작된다. 예술과 예술 작품 만들기는 모든 사회, 모든 연령의 구성원이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 전통과 변화, 인간의 잠재력과 실현을 표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창의적 나이듦’ 지지자들은 노인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믿는다.
창의적 나이듦은 나이가 들면서 수반되는 비용이나 손실보다는 그로 인한 이점에 집중한다. 노인들이 가진 삶의 모든 경험, 그리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그들 개개인의 능력을 소중히 여긴다. 창의적 나이듦은 배움을 위한 자원을 할당해주며, 노인들이 최상의 보살핌을 받기 위한 기준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창의적 나이듦 프로그램 – 두 가지 사례
뉴욕시에 소재한 ‘프리곤 푸에르토리칸 트래블링 시어터(Pregones Puerto Rican Traveling Theater, 이하 프리곤 PRTT)’4 는 1980년대부터 노인 대상 인터랙티브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직접 예술가가 되(어보)는 체험형 집단 연극 워크숍, 그리고 문화, 웰니스(wellness, 웰빙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말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뜻함–편집자주), 삶의 질 향상을 지지하는 대화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내용으로는 전문 공연 무료 및 할인 입장, 지역 노인 복지관 수개월 레지던시, 노인들의 작품과 관련된 공연 및 발표가 특징인 다양한 ‘생활사’ 연극제(Living History theater festivals), 아우구스토 보알(Augusto Boal, 브라질 연극연출가–편집자주) 스타일로 가정폭력 등의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인터랙티브 포럼 연극,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다세대 팀의 구술사(oral history) 수집 등이 있다. 수년간 수천 명의 노인들이 라이브 연극의 창작과 공연, 감상 활동에 참여해왔다.
오하이오주의 ‘오프닝 마인즈 스루 아트’(The Opening Minds through Art, 이하 OMA) 프로그램은 치매를 앓는 사람들에게 추상예술을 창작활동과 함께하고, 매주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과 짝을 이루어 함께 우정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이애미대학의 OMA 프로그램은 현재 북미지역의 150개가 넘는 시설에서 제공된다. 세대 간 거리감이 너무 크고, 노인, 특히 치매 노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한 OMA는 사회의 변화를 위해 한 번에 한 사람씩 바꾸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매주 진행되는 미술작품 만들기는 노인들과 학생들이 서로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더 가까워지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처음에는 다소 걱정이나 우려를 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노인 파트너와 깊은 우정을 쌓거나 더 나아가 유대감까지 느끼며, 그러한 경험을 감사하게 여긴다. 노인들의 경우, 홀로 살거나 요양원에서 거주하는 것은 매우 고독할 수 있다. 하지만, 매주 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할 때면 노인들은 즐거워한다. 완성된 작품은 미술 전시회에서 발표된다. 전시회에는 그들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는 친척들과 파트너 학생들이 참여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도 함께 초대한다. 이러한 커뮤니티 행사는 다양한 세대 계층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하며, 노인들의 자존감을 높임과 동시에 학생들의 변혁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을 촉진시킨다.
위 두 가지 창의적 나이듦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사람의 상상력을 활용하고, 사회적 연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노인들과 치매 노인들의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제공_Jorge Merced, Lokon Elizabeth
아르떼 아카데미 ‘커뮤니티와 창의적 나이듦’
우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창의적 나이듦 원칙 연구에 기여하고자 지난 7월 2018 아르떼 아카데미 ‘커뮤니티와 창의적 나이듦(Building Capacity: Aging Creatively in the Community)’ 워크숍을 진행했다. 각각 사흘 일정으로 연속 진행된 두 차례의 워크숍에 총 48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했다. 연수에서 다룬 내용으로는 창의적 나이듦 철학과 초기 연구 등의 역사 소개, 급격한 세계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상황, 치매 노인 대상 수업에서 지켜야 할 원칙 집중 분석, 세계보건기구가 주창하는 고령친화도시 살펴보기 및 한국에의 적용 가능성 등이 있다. 또한, 참가자들은 연극과 시각예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나이듦 강의 기법을 직접 배웠다.
연수 참가자들은 예술가이자 강사로서 자신들이 갖는 이중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본인의 강의법에 창의적 나이듦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 배웠다. 창작극(original play) 제작의 기초가 되는 구술사(oral history)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기존의 언어 습관을 버리고 보다 적절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나 인지 능력과 상관없이 창의적 표현을 장려할 수 있는 건설적인 피드백 제공 방법을 배웠다. 연수에 참가한 예술강사들이 다양한 연령과 지능을 가진 모든 노인을 포용하고 여러 예술분야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2018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전문가 연계 문화예술교육 연수
‘커뮤니티와 창의적 나이듦(Building Capacity: Aging Creatively in the Community)’ 워크숍
사진제공_교육연수센터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은 노인들을 위한 새롭고 역동적인 예술 참여 프로그램을 선도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놓여있다. 한국에서 창의적 나이듦이 각 가정에서부터 공공 서비스, 그리고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파트너십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창의적 나이듦은 우리 사회 전체에게 필요한 개념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원 및 시간 집약적인 솔루션이 요구된다. 아르떼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민관협력이 예술을 통해 노인, 보호자, 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워크숍 평가서에 한 참가자가 작성한 내용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창의적 나이듦은) 새롭게 개척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기대됩니다.”

1. 신정하, 서현주, 김계하, 김경훈 이영진. 2015. 한국 간호 학생들의 치매에 대한 지식: 횡단조사(Knowledge about dementia in South Korean nursing students: A cross-sectional survey. 『BMC 간호학(BMC Nursing)』, 14 (67) 보건복지부 자료 인용.
2. 코헨, G.D.(2005), 『성숙한 마음: 노화 두뇌의 긍정적 힘(The Mature Mind: The Positive Power of the Aging Brain)』, 뉴욕, 뉴욕, 베이직 북스.
3. Roberts, R.O., Cha, R. H., Mielke, M. M., Geda, Y. E., Boeve, B. F., Machilda, M. M., Knopman, D. S., and Petersen, R. C. (2015). 85세 이상 노인 인지 장애의 위험 및 보호 요인(Risk and protective factors for cognitive impairment in persons aged 85 years and older) 『신경학(Neurology)』, 84, pp. 1854-1861. Doi: 10.1212/WNL.0000000000001537
4. 프리곤 PRTT는 다양한 세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연 앙상블(performing ensemble)이자 공연예술 프리젠터(arts presenter)이며, 브롱크스와 맨해튼의 이중언어(스페인어/영어) 예술시설들을 소유하고 관리한다. 창작극(original plays)과 뮤지컬을 공연하고, 다른 문화권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파트너십을 맺으며, 다양한 관중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지닌 푸에르토리코/라틴 문화유산을 지원한다.
[관련링크]
미국 국립크리에이티브에이징센터(NCCA)  www.creativeaging.org
프리곤 PRTT  www.pregonesprtt.org
오프닝 마인즈 스루 아트  www.ScrippsOMA.org

번역 _ 이지민

호르헤 메르세드(Jorge Merced)
호르헤 메르세드(Jorge Merced)
프리곤시어터(Pregone Theatre) 감독
국립크리에이티브에이징센터 이사

jmerced@pregones.org

엘리자베스 리카 로콘(Elizabeth “Like” Lokon)
엘리자베스 리카 로콘(Elizabeth “Like” Lokon)
마이에미대학교(오하이오) OMA 설립자, 부장
국립크리에이티브에이징센터 이사
lokonej@miamioh.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