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는 정책사업과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변화하는 정책 방향이나, 4차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은 물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심화 및 다각화에 관한 요구 등에 발맞추어 다양한 주제를 앞서 제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개발하기 위하여 <콘텐츠 연구회>사업이 추진되었다. 예술강사, 전문가 및 연구자 등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춘 분야별 관계자들을 연구진으로 발굴‧양성하고, 함께 자발적인 학습과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2017년의 연구회가 마무리되었다.
이번 [아르떼365]에서는 총 5개 유형(해외기관협력형, 융복합형, 문학기반 통합예술교육형, 매개자 역량강화 심화형, 공모형)으로 기획‧구성하여 추진되었던 <콘텐츠 연구회> 중 세가지 유형의 연구과정 및 주요결과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① <콘텐츠 연구회> 문학기반 통합예술교육형
② <콘텐츠 연구회> 해외기관협력형
③ <콘텐츠 연구회> 융복합형
2017년 8월이었다. 연극(김미정, 양혜정), 미술(황신실), 무용(류장현), 문학(윤동희) 장르의 예술가 혹은 예술교육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문화예술교육 연구를 의뢰 받게 된다. 주제는 바로 <문학기반 통합예술교육>. 연구원들 모두 다양한 예술교육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통합예술교육이라는 기획으로 진행해 온 수업에 대한 의구심(윤동희)”을 가지거나 “참여자들의 통합적 경험의 중요성(김미정)”을 깨닫게 되거나 “장르별 감각적 무드와 창조성의 차이에 따른 장르통합에 대한 고민(양혜정)”과 “새로운 바는 없지만 성취해보지 못한 통합교육에 대한 호기심(황신실)”, “본인의 주체성을 찾기 위한 예술교육(류장현)”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부분이 계기가 되어 본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글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진행된 주제에 대한 토론 내용과 문학기반의 각 장르별 연구수업에 대한 소개이다. 연구원들은 각 예술장르를 대표하는 자가 아닌 개성 있는 예술가 및 예술교육자 개인으로 참여하였으며 통합예술교육의 대표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연구과정이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결론을 내리거나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질문으로 다가가기를 소원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통합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전인적인 교육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이어오면서 다각도의 입체적 사고를 활용할 수 있는 통합예술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예술교육의 현황을 살펴보면 한 수업에서 여러 장르의 예술을 혼합하여 적용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문학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움직임을 일으키고, 연극이 그림을 모티브로 작업하며, 미술수업에서 음악과 움직임의 요소를 활용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과연 통합예술을 적용해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서 연구원들은 각자의 예술교육의 목표와 놀이적 접근방식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참여자들의 현재 삶을 돌아보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탐구의 가치에 비중을 두는 현재 예술교육의 열린 목적에 주목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의 내적 동기를 예술교육 수업에 주요한 요소로 보아, 이들에게 즐거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고자 하는 ‘놀이적인’ 요소를 적용해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놀이성은 하나의 감각에 그치지 않고 통합적인 접근에서 감각적 요소로 활용하도록 이끌고 있지만 감각을 다루는 접근방식과 초점, 방향 등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 장르에서 마치 타 장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이를 통합예술교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논의되었다. 오히려 열린 교육 과정의 목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놀이의 통합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적합한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문학기반’을 각 장르는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할 것인가?
‘문학기반’이라는 전제는 연구원들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통합예술교육형을 문학기반으로 설정하게 된 배경’은 연구원들도 궁금한 점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져 갈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한 질문 중의 하나로 받아들였고 “왜 문학기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보다는 “각 장르별로 문학기반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되었다.
각 장르가 ‘문학기반’를 어떻게 접목하였는가하는 부분은 하단에 소개할 장르별 연구수업에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할 수 있겠다.
‘문학기반’ 장르별 연구수업 사례 소개
연구수업은 문학기반이 각 장르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해석되어 수업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타 장르의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었고 이 과정을 통해 ‘통합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업대상은 예술의 ‘장르적 차이’와 ‘통합’을 좀 더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연령대의 참여자를 선정하기로 하였고 분야의 전문적 접근이 가능한 중, 고등학생 청소년들로 정하였다. 연구수업은 북카페 치포리(영등포)와 창비(마포구)에서 각 장르별로 3차시 씩 3주간 진행되었다.
수업의 대한 소개와 함께 각 장르별 연구원들이 관찰, 참여하며 발견한 통합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한 지점 일부를 전하고자 한다.
뜻밖의 문학 (문학 분야/ 연구자: 윤동희)
– 손원평 <아몬드>,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윤동희 <환불의 기불>

  • (뜻밖의 문학) 모두 다른 지금, 여기, 나
  • (뜻밖의 문학) 10대의 문학
문학을 기반으로 한 문학 수업은 ‘문학 텍스트’보다는 ‘문학을 하려는 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문학이 탄생되는 과정을 커피가 우러나는 과정에 비유하여 기획하였고, 이 과정에서 ‘나’에 대한 탐구, 지금이라는 시간, 공간, 만남 속에서 발견되는 모티브를 찾아내어 나만의 생각과 서사로 블랜딩하여 창작하고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였다.
작품 전체가 아닌 참여자 또래의 10대 등장인물 중심으로 텍스트를 발췌하여 등장인물을 통해 작품 안으로 들어가거나, 반대로 등장인물을 본인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흥미로운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문학기반 예술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문학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바(은유, 통찰, 의미)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아니라, 문학을 하는 자의 출발점에서 아이들과 만난다는 게 재밌었다. 문학작품이 아니라 문학을 하는 자에서 시작한다는 게 그 안에 통합적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미정(연극놀이 교육가)
<‘뜻밖의 문학’ 차시별 프로그램>
1차 1인용 카페: 나를 위한 차 한 잔 -커피에 대한 지식과 상관없이 향과 느낌으로 원두를 골라 나를 위한 커피 만들기
-나를 위한 커피 설명서 쓰기
-나에게 원두와 같은 문학적 모티브 찾기
2차 뜻밖의 손님: 문학 바리스타 -내 주변의 인물 중 이 공간에 초대하고 싶은 누군가 데려오기
-그를 위한 차 만들기
-초대인물과 나와의 관계를 차에 비유하여 글쓰기
3차 지금, 여기, 나: 문학으로 블랜딩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인상적인 모티브 발견하기
-문학작품 속 10대 인물을 만나보고 초대하여‘지금, 여기, 나’에 대한 글쓰기
-낭독회를 통회 각자의 글을 발표하고 감상하기
뜻밖의 순간 (연극 분야/ 연구자: 김미정, 양혜정)
– 그리스·로마 신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 (뜻밖의 순간) 몸으로 이미지 상상하기
  • (뜻밖의 순간) 그룹의 경험과 발견
연극 장르에서는 문학 텍스트를 마주한 참여자가 받은 인상과 궁금한 점들을 몸의 감각으로 만나고 연극적으로 경험하며, ‘나로서’. ‘우리로서’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이 자아를 탐구하고 성찰해 볼 수 있는 삶의 은유와 상징이 풍부하며 자의식이 강한 청소년에게 안전망이 되어주는 현재와 거리가 먼 시공간이 존재하고 단기 프로젝트에 맞는 길지 않은 텍스트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문학 작품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은 같은 텍스트를 각자의 정서로 읽어내고 몸으로 표현하며 내 안의 뜨거움을 끌어내어 마주하는 시간을 보냈다.
“집단적 경험이 새로웠다. 미술에서 협동작품의 의미와 또 많이 다르다. 선생님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감정과 상황에 도달할 수 있는 굉장히 잘짜여진 수업이었기에 미술 수업과 매우 다른 양상이었다. 지속적으로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사용해서 시간의 길이를 느낄 틈이 없을 정도로 집중하게 하였다.”
– 황신실(스페이스몸미술관 에듀케이터)
<‘뜻밖의 순간’ 차시별 프로그램>
1차 이카루스와 다이달로스:이야기의 만남과 창조적인질문 –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이야기 만나기
– 이야기에 대한 참여자들의 궁금증 알아보기
2차 드라마 작업을 통한 이야기 탐구 – 개인, 모둠을 이뤄 몸으로 이미지 표현하기
– 신화를 표현한 명화를 통해 정보가 아닌 정서(느낌) 읽어내기
3차 극적인 한 순간의 만남 그리고 이야기를 통한 발견과 성찰 –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어 제시되는 장면 연출하기
– 몰입과 사색을 통해 이카로스 또는 다이달로스 되어 편지글쓰기
뜻밖의 미술 (미술 분야/ 연구자: 황신실)
– 카프카 <변신>

  • (뜻밖의 미술) 소근소근 다락방-담요텐트만들기
  • (뜻밖의 미술) 변신 한 문장으로 읽기
미술 장르에서는 문학의 감수성을 ‘이야기의 발생’이라는 모티브로 미적 표현을 경험하고자 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미술 작품의 재료로 삼아 언어의 형태로 구현하여 문학 기반의 시각예술형태에 접근을 시도하였다. 강렬한 시각적 인상과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가 발생되는 작품으로 카프카의 <변신>을 선정하였고 낯선 공간에서 이질적인 재료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17~18세 청소년 16명과 함께 ‘뜻밖의 변신’을 이루어냈다.
“수업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공간의 활용이 흥미로웠다. 공간만 가지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류장현(현대무용가)
“성장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에게 문학과 연극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이러한 경험을 한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을까 생각했다.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경험이 이러한 예술교육 활동과 만나지면 굉장히 의미 있겠다.”
– 김미정(연극놀이 교육가)
<‘뜻밖의 미술’ 차시별 프로그램>
1차 소곤소곤 다락방 – 모둠을 이뤄 북카페 공간에 담요를 이용한 텐트 만들기
– 담요텐트 안에서 자신의 기억, 추억 속에서 이야기 끌어내기
–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록하기
2차 이상하고 기묘한 이야기 – 카프카의 <변신> 낭독
–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의 신체 변형하기
– 변형된 신체에서 발생되는 이상하고 기묘한 만들기
3차 이야기의 숲_ 나의 이야기를 보여줄게 – 기억, 또는 상상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기
– 카프카의 <변신> 한 문장으로 읽기
– 나의 이야기 녹음하고 공간 꾸미기
– 서로의 ‘이야기 숲’ 감상하기
뜻밖의 움직임 (무용 분야/연구자: 류장현)
– 킴벌리 커버거,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알프레드 디 수자,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뜻밖의 움직임) 신체의 한계 체험
  • (뜻밖의 움직임) 서로에게 반응하기
무용 장르는 참여자들이 뜻밖의 움직임을 통해 자아를 끌어내어 글을 쓰고, 그것을 다시 몸짓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으로 움직임과 텍스트의 적극적인 조화의 장을 펼쳤다. 신체의 한계에 부딪혀 몸의 감각을 강렬히 느껴보고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운 상태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거리두기를 반복하며 그 대상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그리고 이미 기록된 텍스트를 다시 몸짓으로 재발현 시키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오롯한 ‘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초반에는 참여자들이 느끼는 어색함이 표정과 몸짓에서 보여졌지만 서서히 온 몸의 긴장을 풀리고 온전히 움직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각자의 느낌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 개별성이 모여 하나의 공연과 같은 앙상블을 이루어내는 것이 놀라웠다.”
– 윤동희(청소년소설 작가)
“설명하지 않고 본질로 바로 들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고 리듬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 거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음악에 기대어 충분히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았다. 연극이 들어왔다가 다시 무용으로 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 양혜정(연극놀이 교육가)
<‘뜻밖의 움직임’ 차시별 프로그램>
1차 deep point – 신체의 한계 체험
2차 second wind – 서로에게 반응하기: 음악, 조명, 사물(의자)의 등장에 대해 즉흥적으로 반응하기
– 생각의 ‘0’에서 시 읽기
–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와닿는 시 기록하기
3차 reboot – 나에 대한 집요한 사유를 통한 글쓰기
– 사유의 결과로 움직임 만들기
– 각자의 움직임으로 다 함께 공간 채우기
“각 예술장르가 가지고 있는 경계의 확인이 통합의 시작”
연구수업을 통해 참여자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해석하면서 일련의 통합적인 커리큘럼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상상하는 시간은 큰 즐거움이었다. 요컨대 같은 청소년 그룹을 대상으로 연극수업과 무용수업을 실행해 보았을 때, 참여자들에게서 그 경험이 더욱 입체적으로 유의미하게 통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연극, 무용, 미술, 문학 등 타 장르와의 수업을 일련의 커리큘럼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면 한 수업 안에서 장르통합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 한 참여자들이 다양한 수업을 깊이 있게 경험함으로써 그 경험이 통합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초반에는 ‘통합예술교육’에 대한 정의를 내려 공유하려는 조급함이 있었다. 하지만 치열한 토론과 연구수업을 거치면서 개별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예술교육에 있어서 정의내림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본 연구는 무용, 연극, 미술, 문학 4개 장르의 예술가가 서로의 수업에 참여, 관찰하면서 각자의 예술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각 장르에서의 감각적 무드에 대한 차이를 확인하며 통합예술교육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귀한 과정이었다.
무용이나 연극이 몸을 움직이게 한다고 해서 통합의 가능성을 더 찾을 수 있다는 식의 형식적인 유사성으로 통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 예술장르가 가지고 있는 경계를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서 다각적 시선을 경험하고 다층적인 감각의 차이를 알게 되었음에 그 의미가 크다. ‘통합예술교육’의 정의가 필요하다면 그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기반 통합예술교육형 문화예술교육 연구 참여 연구원>

사진없음
윤동희_동화·청소년소설 작가
문학으로 놀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참여했다. 2017년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콘텐츠연구회 연구원으로 문학기반 통합예술교육형 문화예술교육 연구를 진행했다.
pinkvoi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