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면 그게 뭐든 부담이 없고 효율적일 것 같다. 일단 PC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시ㆍ공간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다. 면대면으로 만나지 않아도 되니 관계에 대한 부담도 없다. 콘텐츠를 이용할 때에도 내 마음대로 컨트롤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내가 이용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와 연관된 콘텐츠들도 함께 이용하기 쉬워보인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따르는 장점을 열거하다보면 한 가지 공통적으로 엮이는 특성이 있다. 바로 개별화(個別化, personalization)이다. 어떠한 이용자라도 온라인에서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 자기만의 관계나 방식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의 콘텐츠는 어떨까?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창의성, 독창성, 융합적 사고 등이 중시되는데 이러한 교육을 위해 온라인이 적절할까?
이미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추진된 융합인재 교육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이 2000년대 들어서는 예술이 추가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예술을 제외한 분야들은 온라인을 통해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럼 이제까지 예술 분야의 온라인 교육이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개인의 특성과 상호성이 중시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온라인 교육은 단순히 개인이 혼자 학습할 수 있다는 이점을 중심으로 그 기술이 진보했다 . 그런데 이 기술이라는 것도 아직까지는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가 구현되는 수준은 아니어서 ,현재 는 혼자 강의를 듣고 자습에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다른 어떤 분야들보다 개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상호작용이 따라야 하는 분야인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면대면 교육을 대신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소위 빅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진보된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자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습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서비스는 정교해지고 개개인의 학습자에게 더욱 최적화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이점으로 꼽히는 개인화 서비스 시대가 이제 정말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문화예술교육도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고 본다. 면대면 교육의 장점이 온라인에서도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개별화 문화예술교육에 적용해볼 만한 온라인 플랫폼 구성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목적의 범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인’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이에 필수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 본다. 필자는 미디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것만은 꼭 고려해보면 좋을 법한 요소들을 추려봤다.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1 :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어댑티브 러닝(adaptive-learning)
어댑티브 러닝* 교육 체계에서는 무엇보다 학습자가 학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학습자 개인이 재미를 느낄만한 사진, 게임, 방송, 영화, 음악, 신문 등 콘텐츠 포맷을 선별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가 우선 생산되어야 한다.
* 어댑티드 러닝(adaptive-learning) : 학습자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에게 적합한 학습 정보를 제시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소개하는 등의 적응형 학습 방식
어댑티브 러닝 체계에서는 학습자 개인의 상태를 데이터로 모으고 학습 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보조학습이나 추가적인 커리큘럼, 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질 때도 어댑티브 러닝을 구성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 자동화된 피드백, 빅데이터 활용 등의 적용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어댑티브 러닝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는 학습자의 학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도 학습자 개인의 능력이 발휘되기까지 교수자의 학습에 대한 개입 정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댑티브 러닝 체계가 문화예술교육에 도입될 경우에, 기존의 면대면 교육보다 미흡했던 학습자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적절한 개입이 학습자가 원하는 피드백으로 완벽히 구현되기까지는 데이터 수집, 분석 알고리즘 개발, 인공지능(AI) 기술 적용 등 많은 추가적 사안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댑티브 러닝의 요소들을 고려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동의 원칙을 세운다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적잖은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2 : 관념적인 것을 실천하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다음으로 메이커 운동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적절히 녹아들어야 한다고 본다. 문화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교육의 내용이 관념적인 내용으로 치부되기 쉽고, 학습자로서도 어디서부터 학습 성과를 내야 하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메이커 운동*에서는 오픈소스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나누고 협업하여 물품의 제조를 독려하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의 결과로 나타나는 학습자의 창작 과정에도 접목될 수 있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으로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의 공동창업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에 의해 생겨난 운동이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인 메이커(Maker)들이 온∙오프라인으로 DIY 프로젝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커뮤니티, 그리고 물리적인 작업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혁신이 이뤄지면서 생긴 개념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메이커 운동의 형태를 적용한다고 가정하자. 학습자들은 교육을 통해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하여 상호 간에 평가를 하며 이후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각자의 창작물이 온라인 공간에 공유되면서 변형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메이커 운동의 근간인 ‘차고(garage) 문화’가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다. 창작자들은 각자가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을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개념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시도와 성공, 실패의 경험들을 축적하며 결국 자신만의 창작물에 대해 그 실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메이커 더 무비 닷 컴’의 활동 모습
위 그림은 메이커 운동을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들을 모아놓은 홈페이지 ‘메이커 더 무비 닷 컴(makerthemovie.com)’이다. 온라인을 통해 문화예술에 관한 창작 욕구를 고취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 홈페이지와 같이 성공 사례들을 모아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 성공적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념화된 상상력들이 실체로 나타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물의 생산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이미지와 동영상, 그리고 이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텍스트 매뉴얼을 함께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제공해 볼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구성요소 3 : 경험의 축적, 그리고 허구적 세계의 창조를 위한VR(Virtual Reality) / AR(Augmented Reality)
문화예술교육은 여타 교육보다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분야이다. 경험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의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결과물 중 하나인 창작물, 그리고 이것이 지닐 독창성 있는 세계의 창조를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오프라인 교육만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었지만,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 출현하면서 이들 활용 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문화예술교육에도 적합한 서비스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학습자는 같은 박물관이라도 VR HMD(Head Mounted Display)*를 통해 보다 확장된 경험을 할 수 있는가 하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경험해볼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서비스에 대한 경험은 특정 오프라인 공간에서 제공될 수도 있지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전 세계의 문화예술 작품을 둘러볼 수도 있고 그에 대한 감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HMD(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 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쓰고 보는 작은 디스플레이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
VR과 AR을 개별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적용할 때 몇 가지 학습모델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문화예술에 대한 체험 모델을 선정할 수 있다. 학습자들은 스마트폰과 HMD를 통해 체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수집되는 학습 데이터 역시 문화예술교육 커리큘럼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데이터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용자가 참여하는 방식의 학습모델도 있다. AR의 경우 위치 정보와 연결이 되면 특정 지역에서의 음성, 이미지, 동영상 등 이용 정보가 생성되며, 이것을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여 이를 학습자들 간에 공유할 수 있다. 해당 정보 자체가 문화예술 창작물로 기능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타인의 창작물을 통해 각자가 재학습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어댑티브 러닝, 메이커 운동, VR, AR 등의 구성 요소들이 개별화 문화예술교육에 완벽하게 적용될 수 있는 요소들은 아니다. 그보다는 문화예술교육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데 있어 오프라인 교육보다 이점을 가지도록 할 수 있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온라인에서도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고려한다면, 문화예술교육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보다 폭넓은 교육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인이 자유로운 영혼이고 관념적인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자 경험의 축적을 통해 허구적 세계를 창조하는 존재라면,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도 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최홍규_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언론학 박사
-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이슈 확산 과정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박사 논문을 마쳤다. 이후 <소셜 빅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방법>, <콘텐츠 큐레이션>, <빅데이터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지속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및 플랫폼, 텍스트 마이닝, 소셜 빅데이터 분석 체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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