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겨울,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이해와 실습’이라는 수업에 참여했다. 이 수업을 통해 영국의 슈타이너 학교(Steiner education schools in UK)에 대한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수업 중에 짧게 접한 동영상이 아쉬워, 집에 돌아와 1시간이 넘는 동영상을 푹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그때의 영상은 나의 교육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 동시에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사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의 교육자를 말하는지, 문화예술교육, 통합예술교육, 창의력 교육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존 소렐(John Sorrell), 폴 로버츠(Paul Roberts), 대런 헨리(Darren Henley)의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가 발간됐고, 당시 내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읽어 내려갔다.
창의력에 기반을 둔 통합예술교육의 중요성
창의력은 모든 교육 활동의 근원이다. 재미를 위해 고르거나 말거나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서론 중에서

영국의 슈타이너 학교의 수학 시간은 우리나라 환경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제시되면 호명된 학생이 공식을 대입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수업방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슈타이너 학교는 우선 학생들이 문제를 다 같이 읽는다. 그런 다음, 문제에 나오는 인물들을 바꿔가며 글짓기 수업으로 이어진다. 새롭게 만들어진 인물들은 갖고 있는 과일의 개수를 살피면서 수학 공식을 적용한 뒤, 글짓기 수업에서 만들어진 과일이 미술 수업의 소품으로 바뀌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물감을 묻혀 색을 칠한다.
개인적으로 수학을 하면서 글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국어 시간과 그림을 그리는 미술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통합예술교육’의 수업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슈타이너 학교의 영상을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수학 수업 시간의 ‘풀이중심’이나 ‘답 중심’의 일부 교육과정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역시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에서 다소 적게 다뤄져 온 통합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인류를 선진국과 후진국 국민으로 나누는 것은 창의력이며, 창의력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본론 중에서

본론에서 인류를 선진국과 후진국 국민으로 나누는 것은 창의력이라고 했다. 일례로, 중국의 인구 숫자와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많은 인구 숫자에 비해서 노벨상 수상자는 영국보다 적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가 중국 교육 체제의 창의력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농업시대와 산업시대, 그리고 기술시대를 지나 ‘창의력 시대’에 도달한 것이다. 더 이상 ‘창의교육’과 ‘문화예술교육’, ‘통합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일부 시선은 문화예술교육을 학교 교과의 주요 과목보다 못한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교육을 확장하기 위한 ‘기다림’
자신이 받는 교육에 온전히 전념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배운 것을 온전히 이용할 최상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창의력 학습’과 ‘문화예술교육’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를 꼭 하나의 개념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일부 문화예술교육은 창의력과 거리가 멀 수도 있고, 창의력 학습도 문화나 예술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은 창의력 학습이 강력한 도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에 주강사 및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해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사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준 책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과 실습’ 수업 시간이 오버랩됐다. 지난 문화예술교육사 실습 현장에서 배운 내용들과 이 책을 통해 배운 가르침을 학생들에게 몸소 실천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책의 지침을 프로그램에 잘 녹여내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에너지를 내뿜는 문화예술 교육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직접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교감하는 과정이야말로 통합예술교육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업 과정에서 가장 깊은 깨달음을 준 대목은 다름 아닌 ‘기다림’이다. 아이들 개개인의 속도를 맞추고, 인내심을 갖는 행위가 어쩌면 너무 쉽고 뻔한 교육자의 자질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문화예술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들이 가장 부족하고 실행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예술교육자들의 존재 이유는 교실 내 교사들의 교육 활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본문 중에서

일부 문화예술 교육자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있어 ‘기다림’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나오는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들 역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현상들에 대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이나 창의교육 과정에서는 먼저 표현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 이 책의 본문에서 강조하듯이, 문화예술 교육자들은 일반 교사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기 위해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교육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유화 무용가가 『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에서 받은 영감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프로그램에서 적용하고 있다.
성숙한 미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큰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들에게 음악, 움직임, 연극 등의 분야에서 최상의 창작물을 지도해야 한다. 두 번째,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능력이 나중에 문화예술 과목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교과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숙련된 문화예술 교육자의 자세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장학습에서 소리를 관찰하고 채취해 이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창조 작업이 포함될 수 있다. 네 번째, 학습자 개인의 창의력 발달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학생이 생각하는 바를 자신의 위치와 역할 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주목받지 못했던 ‘문화예술교육’, ‘통합예술교육’, ‘창의교육’ 등의 키워드는 교육계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문화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 학생을 가르치는 일반 교육자 그리고 문화예술교육과 창의교육의 정책 관계자까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방법과 안내를 숙지하면 좋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의 미래 교육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공유화 무용가의 또 다른 추천도서
1. 『생활의 기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마음이 고요해야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었다.
2.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일상적인 것을 충분히 경험하라.
3. 『오이리트미 예술』 루돌프슈타이너
‘걷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멋지고, 오묘하고, 자부심을 가질 만큼 놀라운 일인가를 새삼 깨달았다.
4.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꿈을 꾸어라. 다만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꿈을 꾸길 바란다.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꿈꾸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5. 『작은 거인들의 학교』 전병국
위대한 변화가 시작되는 자리에서 자신과 만나길.

공유화_무용가, A.I.E(Art Integrated Education) center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학 석사 졸업 후, 한국무용가 및 문화예술교육사로 활동 중이다. 현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 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에 주강사 및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숭의여자대학교에서 ‘문화예술콘텐츠 활용’ 이론 수업 강의를, ‘A.I.E center’에서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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