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엘 시스테마

해외 엘 시스테마 우수 운영기관 탐방 후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엘 시스테마’는 모두 같은 철학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필요에 따라 운영 목표와 교육적 접근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교육진흥원에서는 해외 엘 시스테마의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우수 교육 프로그램 발굴을 위해 스웨덴 고텐버그(Gothenburg) 지역의 ‘엘 시스테마 스웨덴(El Sistema Sweden)’과 스코틀랜드 스털링(Stirling) 시에 위치한 ‘시스테마 스코틀랜드(Sistema Scotland)’ 두 재단을 방문하였다. 이 두 재단은 독자적인 엘 시스테마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성공적인 운영으로 주목을 받아 온 곳으로 우수한 교육강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 스웨덴, 좋은 음악교육은 좋은 교육강사로부터
2006년 고텐버그 심포니(Gothenburg Symphonic)의 상임 지휘자로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임명 되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세계적인 음악가. 이 사건을 계기로 스웨덴 내의 엘 시스테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2010년에 고텐버그 시에 ‘엘 시스테마 스웨덴’ 재단이 설립되었다. 불과 6년이 지난 현재 스웨덴에는 27개 뉴클레오(Nucleo)가 생겨났고 약 7,000명의 아동이 커리큘럼에 참여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 코스 수업 전경 (왼),
세계 엘 시스테마 워크숍 (오)
‘엘 시스테마 스웨덴’ 재단은 고텐버그 대학(Gothenburg University)의 음악・연극학교(Academy of Music and Drama) 내에 자리잡고 있다. 교육강사 대상 교육프로그램, 워크숍, 포럼 등 교육개발과 홍보, 네트워크 구축 등 중요 영역에서 스웨덴 내의 엘 시스테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뛰어난 음악가가 아이들을 찾아 가 직접 교육 한다’는 슬로건처럼 이곳은 개인교습 형태의 엘리트 음악교육이 아닌 ‘다수를 위한 양질의 음악교육’을 지향한다. 재단 설립부터 현재까지 ‘엘 시스테마 스웨덴’을 이끌어 온 카밀라 사너(Camilla Sarner) 대표는 “음악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아이를 모아 계획된 수업을 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정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아이들 하나하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라며 교육강사의 태도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말 속에는 아무리 훌륭한 음악가라도 교육적 소양이 없이는 아동 교육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스웨덴 엘 시스테마가 일 년에 5회 스웨덴 내 모든 교육강사를 모아 ‘뛰어난 음악가가 좋은 교육강사가 되는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교육강사 소양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 론 데이비스 알바레즈(Ron Davis Alvarez)를 음악감독으로 초청하여 스웨덴 내 뉴클레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통합 교육과정 개발과 교육강사 대상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콜롬비아, 그린란드 등 세계 14개국의 엘 시스테마에서 아동기 오케스트라 교수법 개발과 운영 및 강사 교육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교육강사에게 필요한 체계적인 교육을
우리가 참관한 ‘엘 시스테마 강좌(El Sistema Course)’는 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강사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스웨덴 내 거점 리더 및 교육강사 약 20명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엘 시스테마 형 음악교육에 관심 있는 음악인이면 누구라도 참여 신청이 가능한 개방형 과정이었다.
주요 내용은 아동 대상의 오케스트라 수업 전략과 교육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원칙(Principle)과 열정(Passion), 에너지(Energy)의 세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지면 이상적인 오케스트라 롤 모델이 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음악적 경험이 없는 아동 대상의 교육 키워드로 ‘리듬(Rhythm)’과 ‘합창(Chorus)’을 꼽는 점은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론보다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하고 그때마다 참여 아동에게 영감과 동기를 부여하는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조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강좌는 ‘세계 엘 시스테마 워크숍(Workshops El Sistema in the world)’을 통해서 스웨덴 이외의 다른 나라 엘 시스테마 음악감독과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강사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엘 시스테마 스웨덴’은 원조인 ‘엘 시스테마 베네수엘라’와 같은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엘 시스테마 교육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력인 교육강사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시스테마 스코틀랜드 커리큘럼
‘시스테마 스코틀랜드(Sistema Scotland)’는 2008년 스털링 지역 ‘빅노이즈 라플로크 센터(Big Noise Raploch center)’를 시작으로 현재 4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재단은 ‘라플로크 커뮤니티 캠퍼스(Raploch Community Campus)’에 위치하고 있고 2개의 일반학교, 1개의 특수학교와 연결되어 있어 아동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이곳으로 이동하여 엘 시스테마 음악 교육을 받고 있다.

‘시스테마 스코틀랜드’는 정책개발, 마케팅, 자금유치와 자체 커리큘럼인 ‘빅노이즈(Big Noise)’ 교육 개발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곳의 운영은 주로 재단 설립 초기 멤버인 교육강사 그룹이 맡는데 이들은 외부협력기관과 연계하여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강사의 관리와 평가도 맡아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빅노이즈’는 음악감독 프란시스 커밍스(Francis Cummings)와 7명의 뮤지션이 함께 참여해 개발한 ‘시스테마 스코틀랜드’의 독창적인 커리큘럼이다. 베네수엘라와 유럽 전역의 음악 교육 기관을 방문하여 코다이, 달크로즈, 스즈키 등 여러 교수기법을 조사하고 각각의 장점만을 뽑아 스코틀랜드 아동에게 적합하게 조정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프란시스 커밍스는 ‘빅노이즈’ 과정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든 나라의 음악과 교육 문화는 다르다. 우리 지역 사회의 다양한 면을 고려하여 알맞은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베네수엘라의 교육기법을 스코틀랜드로 그대로 가져왔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조적인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빅노이즈’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령대와 타깃에 따라 교육 과정을 달리하여 진행하며,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도 커리큘럼을 개발 중에 있다.

‘빅노이즈’는 노래와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적인 커리큘럼으로 참여 아동의 언어 능력과 신체 발달 상태에 따라 수업의 방식에도 변화를 주는데 예를 들어 성장할수록 작은 악기에서 시작하여 큰 악기로 수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라플로크 커뮤니티 캠퍼스 (왼),
빅노이즈 내부 (오)
* 빅노이즈 커리큘럼
구분 내용
베이비 노이즈 – 달크로즈, 코다이, 오르프 통합
– 주 1회, 1시간 30분씩 10명의 그룹으로 진행
– 0~3세 아동과 부모, 임산부 참여
– ‘Hello’ 노래로 시작, 패치, 리듬, 감성과 움직임을 접목한 다양한 게임 진행
초등 1단계 – 코다이 접목
– 리듬게임, 노래수업 (커뮤니케이션을 위함)
– 움직임 게임 (큰 움직임에서부터 매우 작은 움직임까지)
– 자세교육 (시작, 끝, 앉기 등 기본적 자세, 심플한 음악으로 진행)
– 그래픽 수업 (그림을 통한 소리 표현)
초등 2단계 – 초등 1단계 1년 뒤 종이악기 제작
– 게임을 통한 악기 이름과 자세 교육 등을 1년 간 진행
빅노이즈 – 악기 수업 진행
– 초등 1, 2단계를 거친 단계로, 악보 읽기가 가능해야 참여
노이즈 – 성인대상 합창단, 오케스트라 수업
– 수요일 밤 방학기간 동안 수업 진행
우리는 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가?
‘엘 시스테마 스웨덴’과 ‘시스테마 스코틀랜드’ 방문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에 중심을 둬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먼저 우리 지역의 상황과 요구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세운 후 비로소 커리큘럼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과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강사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지역사회에 속한 교육강사와 운영자가 각자의 답을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김정현_지역활성화팀
김정현_지역활성화팀
jhk@art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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