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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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0일,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70대 상이군경과 20대 현역 군인의 합동공연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이 열렸다. 낭만기획과 C.ART컴퍼니가 공동 기획한 이 공연은 그동안 단체 간의 협업(Collaboration)이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깨고 첫 합동공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군부대)’에 선정된 낭만기획은 육군 제1포병여단 직할대 733대대 외 3개 대대에서 합창과 아카펠라 교육을 진행 중이다.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상이군경)’에 선정된 C.ART컴퍼니는 보훈복지문화대학 대전캠퍼스에 소속된 8명의 상이군경과 6명의 미망인이 만든 난타 커뮤니티 ‘큰 울림’의 교육을 2년째 진행 중이다. 같은 듯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두 단체가 협업하여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낭만기획 임승규 대표, C.ART컴퍼니 김보성 대표를 만났다.
왼쪽부터 낭만기획 임승규 대표, C.ART컴퍼니 김보성 대표
군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알고 싶다.
임승규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분야를 알게 되었고 4년간 진행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졌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 대상과 함께 하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을 꿈꿨는데 부처 간 협력사업인 ‘군부대 문화예술교육’을 알게 되었다. 군복무 했던 기억을 되살려 군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김보성저도, 우리 단체 강사 중 한 분도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 국가 유공자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군인에 관해선 익숙했다. 나 역시 공연자, 연출가 외에 다른 가치 있는 일을 찾던 차에 상이군경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문구를 봤다. ‘한번 도전해볼까?’하고 시작했는데 무척 즐겁다.
두 분 모두 교육대상을 잘 이해하고 계셔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할 때부터 남달랐을 듯하다. 어떻게 접근하기 시작했는가?
김보성상이군경은 투철한 애국심과 높은 자긍심을 가진 반면 보수적 사고가 강한 분들도 계셔서 걱정스러웠다. 보통 60~70대 노인이며 부상 후 장애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장애인 대상, 노인 대상의 음악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어떻게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마음을 여는 동시에 자신감, 성취감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또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참여 시, 노인 대상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한 강사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임승규 현역 군인들은 상이군경과 정반대이다. 20대의 젊고 건강한 청년들이다. 다재다능하고 끼 많은 이들이 제한된 자유만 허락된 환경에 살고 있다. 사실 군인들이 느끼는 결핍은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다. 전역하면 해결된다.(웃음) 결핍을 채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시간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과 끼를 최대한 표현하고 발산해야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다음 주를 기다릴 수 있다. 어떻게 가르치는가 보다는 가진 재능만 발견해 주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보성어르신들은 쉬운 동작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허리, 고관절 질환 등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15분 이상의 수업진행이 힘들다. 그래서 빨리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 하지만 성과에 치우치면 과정에 대한 의미가 사라진다.
합동공연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 어떻게 합동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김보성우리는 눈 내리는 날에 처음 만났다.(웃음)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이 생길 때쯤 임승규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가 잘 통했던 것 같다. 사실 단체 입장에서는 기존 프로그램을 해오던 대로 진행하면 더 편하겠지만 똑같이 진행하기 싫었고 작년과 다른 형태의 발표회를 고민 중이었다. 작년 시범사업의 경우, 공연을 준비할 때 어르신들이 스스로 모여 자발적으로 연습하는 열의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다.
임승규우리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우연찮게 사업설명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계기가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음악을 통한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번 공연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시작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이번 공연기획의 시작은 개인적인 열정 또는 욕심을 넘어 각기 다른 교육 대상자들에게 더 좋은 경험과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는 김보성 대표와의 공통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을 보면서 당연히 단체들끼리 연합한 합동공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처음이라고 들어서 의아했다. 사실 다른 단체의 대표들과도 안면을 텄지만 본인들의 교육적 노하우 유출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구체적인 일 이야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보성 대표와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의논하면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고 무엇이든 같이 해보자는 의견이 합동공연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를 나누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김보성이번 합동공연은 나라를 위해 애국하고 수호한 선배들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은 후배들의 선물이다. 합창과 타악으로 모두가 하나의 소리를 내면서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즐거움이 공연의 목적이었다. 특히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건 진솔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평균 74세(최저 68세, 최고 76세) 어르신들이 어떻게 연습했는지, 20대 현역 군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는지의 과정이 소중하다.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있는 두 그룹의 연습 과정뿐 아니라, 체계가 엄격한 군부대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까지 합동공연 준비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된다. 두 단체는 어떻게 협업했는가?
김보성‘무조건 공연하자’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조명, 음향, 버스 대절 등의 공연 준비목록을 작성해서 서로 해야 할 일을 나눴다. 군부대 사업을 하는 낭만기획이 호스트가 되어 저희를 초청하는 입장이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도 많이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임승규현재 3개 부대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공연은 그 중 육군 제1포병여단 직할대 733대대와 함께 진행했다. 힘들었던 점은 공연 관련하여 부대 협조사항을 공문으로 전달했는데, 내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전 논의로 허락된 사항들이 공연 당일에 제재를 받은 것이다. 군부대의 협조를 위해서는 공문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요청사항과 변경사항이 생길 때마다 무조건 문서화하여 공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고 해당부서까지 잘 전달되었는지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김보성파주와 대전이라는 거리로 인해 합동연습이 어려워서 공연이 기획된 4월부터 SNS 밴드를 만들어 각 그룹이 연습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공유했다. 두 그룹에게 서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공연에 대한 코멘트도 달면서 의사소통했다.
임승규공연 연습은 미리 레퍼토리를 정하고 파트별로 나눠서 연습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합동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실 잘 마칠 수 있을까 긴장했다. 노래를 잘 하고 난타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그룹이 공연에 몰입한 모습이 최고였다. 아무래도 오전에 상이군경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군인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군인들의 태도 변화는 어떤 지점인지 궁금하다.
임승규행사 당일 공연 전에 ‘마음의 편지’를 진행했다. 자신의 마음을 가사로 적어서 합동공연에서 랩으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 만난 두 그룹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술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힙합의 랩 가사에는 비속어도 나오는데, 어르신들이 나서서 “하고픈 이야기 있으면 다 해!”하며 북돋아주셨고, 힘든 일이 있던 장병 이야기를 듣고 “애들아, 우리 찬희 괴롭히지 마라.”하고 대신 가사를 써주셨다. 공연 이후, 장병들과 합동공연에 대한 합평회 시간을 가졌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뭉클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계기를 통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그들의 미망인을 보며 여기서 이렇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조금은 찾았다고 생각한다. 공연 또한 장병들 스스로 최고의 열정을 쏟았기 때문에 희열 이상의 감동을 각자 얻어가지 않았을까. 이런 개인의 변화는 강사가 절대 만들어 줄 수 없다.
김보성‘마음의 편지’ 프로그램은 판소리의 ‘사설’과 유사하다. 프로그램 중 어르신들이 속마음을 적은 사설을 악기를 두드리면서 표현하는 과정이 있다. 장르만 달랐지 어르신들도 경험이 있었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런 시도를 세대 간 통합,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로만 해석하기엔 뭔가 아쉽다.
합동공연에서 실제 공연은 어떻게 이뤄졌나?
임승규공연은 총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상이군경이 난타, 군 장병이 합창 공연을 하고, 마지막엔 두 그룹이 함께 군가를 연주하고 노래했다. 저희는 군가 합창대회를 나갔기 때문에 이미 군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김보성군가는 두 그룹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상이군경 분들을 위한 곡이기도 했다. 공연 중 <멸공의 횃불>에 맞춰 군인들이 노래하면 2절 간주에서 어르신들이 등장해 북을 친다. 이 때 어르신들이 쳐야할 북을 군인들이 들어서 무대로 함께 옮겨주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합동공연을 진행하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김보성참여자 중 김복자 어르신이 733부대 근처부터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알고 보니 당신의 아들이 복무했던 부대였다. 이분들에게 장병들은 모두 자기 아들, 손자인거다. 또 군인들은 어르신들과 손잡고 팔짱을 끼면서 친근하게 대했다. 우리는 공연만 계획했을 뿐,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임승규상이군경 어르신 한 분이 병상에 있는 부인에게 농담으로 “죽더라도 공연 다녀온 것 보고 가야해.”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공연영상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촬영에 제약을 받아서 보내지 못했다.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두 단체는 물론 참여한 어르신들과 군인 모두가 기억에 남을만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한 번으로 끝나기엔 아쉬움이 많겠다. 앞으로 합동공연을 다시 추진할 의향이 있나?
김보성당연히 있다. 하지만 먼저 내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야 한다.(웃음) 생전 처음으로 조명도 담당했고 동대문에서 천을 사 와서 직접 무대도 꾸몄다. 이번 합동공연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임승규꼭 합동공연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결과로 나올 수 있다. 다음엔 교환강의를 하거나 서로의 교육현장을 견학하는 등의 방법도 논의했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다.
앞으로 군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한다. 군인 대상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임승규군대에서는 ‘내(나)’가 없어진다. 독자적인 주체를 지우고 획일화된 단체로 만든다. 그 결핍에 집중했다. 우선 프로그램 전반부에 상대방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본인은 물론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계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 다음엔 음악을 통해 군 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랐다. ‘오늘은 뭐할까?’하는 기대감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 중이다. 체계적이면서도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성‘관계’에 주목한다. 우리 단체는 상이군경 외에 현역 군인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참가자를 호칭할 때 개인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교육프로그램으로 풀어내도록 기획한다. 군 생활 중에 또 다른 즐거움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자로서, 기획자로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 분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임승규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다. 예술을, 음악을 배우는 것이라 인식하는 이유는, 어린 날 토막 난 클래식음악을 듣고 곡목을 외운 주입식 교육 때문이다. 예술을, 음악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힘 기르기,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김보성문화예술교육은 여행과도 같다. 떠나기 전 설렘부터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수많은 우연과 변수를 겪는 과정이 서로 닮았다. 그동안 겪은 여행의 경험을 통해 성숙한 여행자가 되어 문화예술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과 경험을 남겨주고 싶다.
임승규
낭만기획 대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2013년부터 익산문화재단, 대구 남구청소년창작센터,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TA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국방부)을 진행하고 있다. ‘당신의 낭만을 기획해드립니다’라는 단체 모토아래 느끼고, 소통하고, 즐기고,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보성
C.ART컴퍼니 대표. 두드락, 타악그룹 좋은친구들, 타악단 쾌 등을 거치며 다수의 공연에 출연하고 연출했다. 2013년부터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2015, 2016년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상이군경 대상)을 진행하고 있다. 창작 스튜디오 ‘공간3’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교류하며 여러 사람, 여러 곳에 두드림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 이초영
-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요즘은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웹진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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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를 만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주체를 조명하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발견하는 의미와 생각을 공유합니다. 만나고 싶은, 만나야할 문화예술교육자를 소개해주세요. 아래 이메일 주소로 간단한 소개와 성함, 연락처 등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아르떼365]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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