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중심에 선 교육자와 전문가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잠재적 예비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주제별‧대상별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아르떼 아카데미(ArtE Academy, AA)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우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KACES Certificate Program, KCP) 개발 연구’를 추진 중이며, 3개의 전문 기관을 선정하여 음악, 연극, 디자인 장르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중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참여한 ‘2016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은 예비 미술·디자인 교육 전문가와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6월 25일부터 총 10주간 80차시에 걸쳐 심화된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문학적 사유와 다양한 관점을 토대로 디자인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실습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까지 만들어보는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 연수 현장을 찾았다.
2016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 – 최정아 교수의 ‘시계에 대한 재해석’
익숙한 것을 다시 생각하기
수많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도로표지판과 길가에 네온사인 등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디자인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일상 속의 디자인이 문화예술교육과 만나면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 3회차 교육에서는 최정아 교수(한국교원대학교)의 ‘시계에 대한 재해석’과 최정민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골판지로 만드는 플레이하우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시계에 대한 재해석’은 시간성을 띄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고 기존의 시간 체계와는 다른 관점으로 시계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예로부터 시계의 모습과 의미는 저마다의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랐다. 농사를 짓기 위해 계절의 흐름을 나눈 24절기 시계, 그림자의 길이 변화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해시계, 물의 양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물시계, 톱니바퀴의 개발로 발명된 태엽시계와 산업화 이후 등장한 전자시계 등 시기별로 다양한 모습을 띠었다. 또한 꽃이 피고 지는 자연환경 변화의 시간, 삶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생애주기를 나타내는 진화의 시간, 하나의 사물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모와 소멸의 시간은 모두 다르다. 최정아 교수는 다양한 시계의 사례를 소개하고 참여자 개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시계를 만들어보는 과제를 내주었다. 단, 시간 측정 단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시계의 재질과 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 정확한 프로세스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계의 역사만 추적해도 디자인이 얼마나 우리의 생활양식과 사회를 변화시켰는지를 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간과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의 시계를 대체할 수 있는 디자인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상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거기서 파생된 질문과 생각을 가시화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혁신은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이러한 디자인적 사고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최정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뜻밖의 과제에 참여자들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분주하게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아기가 분유 먹는 시간을 측정하고 알람을 울려주는 ‘배꼽시계’, 집에서 소비하는 전기·수도세 고지서가 나올 때마다 측정할 수 있는 ‘에너지 시계’, 하루 한 번 비타민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서랍 모양의 시계,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성취도를 나타내는 시계 등 평소 갖고 있던 고민의 해결책으로 고안해낸 새로운 시계가 탄생했다. 이들의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시계는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과거에 내가 보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과물을 남기기 위한 용도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참여자들의 시계는 모두 개개인의 실제 경험과 생활패턴을 토대로 나온 디자인이었다.
2016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 – 최정민 교수의 ‘골판지로 만드는 플레이하우스’
사용자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맞추기
‘시계에 대한 재해석’이 낯설고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골판지로 만드는 플레이하우스’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상상한 창의적 놀이 공간을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플레이하우스를 건축하기 위해서 참여자들은 몇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첫째, 집이나 놀이터라고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공간을 상상해 볼 것. 둘째, 꾸미기에 치중하지 말고 새로운 공간이나 구조를 만들어낼 것. 셋째,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접고 끼우고 분해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입체적인 구조를 만들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어린이 사용자를 설정하고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보는 것이다.
“건축이라고 하면 주로 어른들의 시선으로 설계되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또는 사용자)의 관점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의 입장으로 플레이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야외 계단을 탐험하는 아이와 책을 읽는 아이는 확실히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플레이하우스도 달라져야 한다.”

– 최정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참여자들은 모둠별로 앉아 사용자의 성향을 설정한 뒤 플레이하우스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토론하면서 쓱싹쓱싹 스케치하던 이들의 그림은 곧 설계도가 되었고, 설계도에 맞춰 종이를 접고 끼우며 상상력을 더하니 어느덧 종이상자로 만든 입체적 플레이하우스가 완성된다. 참여자들은 사용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건축 과정에서 플레이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플레이하우스 안에서 밖을 보는 느낌은 어떤지, 빛은 잘 들어오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고민하며 플레이하우스 안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발굴하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어떻게 참여자들의 창의력과 리더십을 이끌어내고, 단편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개인의 경험으로 축적될 수 있을까.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은 우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인 만큼 지금까지의 연수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교육진흥원은 2011년「문화예술교육 교육표준 개발 연구–디자인」과 2014년「학교 문화예술교육 교수-학습지도안 <디자인> 연구」의 성과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진로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예비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왔다. 한편, 보통 방학 기간에 1박 2일 혹은 2박 3일 동안 운영되는 연수 프로그램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수 시수를 80차시로 늘리고, 문화예술교육 전문기관 및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핵심적이고 전문적인 연수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 과정이다. 서울대학교 정의철 교수를 주축으로 5명의 교수진이 함께 개발한 이 과정은 참여자들이 디자인 교육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교육 대상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참여자들은 어떠한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을까?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스스로 디자인 교육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자체적인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어서 연수를 신청하게 되었다. 정의철 교수님의 창신동 해송지역아동센터 계단놀이 사례를 들으면서 디자인으로도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참여자 공윤지(예술교육연구소)

“다양한 분야를 알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만화‧애니메이션과 다른 분야를 접목할 필요성을 느껴 연수를 신청하게 되었다.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에서는 실습과 함께 디자인과 타 분야의 통합 과정을 배울 수 있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참여자 황지영(만화·애니메이션 분야 학교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의 목표에 대해 최정아 교수는 ‘전공이 아닌 저변확대를 위한 교육’이라고 답했다. ‘지각-관찰-발상-표현-통합’의 단계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매시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디자인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는 힘을 기른다. 당연한 것을 낯설게,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를 키우고, 디자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 과정의 핵심 목표라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지금쯤 어떠한 생각의 지도를 그리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그들이 그린 지도위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참여자들이 만든 골판지 플레이하우스
사진제공_ 서울과학기술대학교 PUXD LAB
아르떼 아카데미(ArtE Academy, AA)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개발팀에서는 문화예술교육 분야 창의적 리더와 인재 육성을 위해 전문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복지시설에 출강하는 예술강사부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등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매개자 대상 내용별, 단계별 연수프로그램으로 문화적 역량과 전문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연수를 제공한다. 또한, 문화적 가치 공감과 확산을 위해 각 부처 공무원, 교원 등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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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마루스튜디오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