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한국소설로는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한국이 한동안 떠들썩했다. 작가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니 정말 축하할만한 일이다. 축하 분위기 속에서 문득 올해 초 한국 사람들은 별로 책을 읽지 않으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외신기사가 떠올랐다. 참고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전체 192개국 중 166위로 매우 낮다. 나는 이 기사에 대해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독서량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예술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것쯤으로 생각한다. 문화예술이 일상과 조화롭게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적인 ‘상’에 유독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이어지고 각종 우울한 뉴스 속에서 유독 반짝반짝 빛났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었지만, 혹자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논하는 것 자체를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다른 어떤 것 보다 우리의 삶에 가깝고 밀접하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 내 이야기를 담은 것 같은 영화 한 편과 같이 문화예술에서 위안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최근 필자는 중·장년층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몸소 느꼈다. 현직에서 은퇴한 시니어 뮤지션들과 공동창작 워크숍이라는 형태로 음반을 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니어들의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체감한 것이다. 스스로 창작하고 연주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쁨이 삶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어줬다고 하는 시니어들의 말이 공감됐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문화예술교육이 중·장년층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은 시니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삶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결국엔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알츠하이머 발병 예방과 파킨슨병 개선 등 건강 측면의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그들의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문화예술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고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일상 속에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5월 상암동에서 열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은 일상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취지가 눈길을 끌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했던 문화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즐기는 모습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도 아니며, 젊은이들만 즐기는 특권도 아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문학계의 맨부커상 수상 못지않게 우리 일상도 조금은 더 풍요로워 지지 않을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공기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어 보다 풍요로운 문화예술의 꽃을 활짝 피우길 기대해본다.
- 이한철
- 가수 겸 작곡가. 튜브앰프뮤직 대표이자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계열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19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1집 앨범 《DEBUT 1995》를 발표하며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불독맨션’ 등 그룹으로도 활동하며 다수의 앨범을 발표했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2007년)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팝(싱글 부문)’ 부문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영화 <넘버3>(1997년),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 <고양이를 부탁해>(2001년) 등에 음악으로 참여했다. 2012년, 2013년에는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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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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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처럼 문화예술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져서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않게 되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맞아요. 다 함께 문화예술로 행복해질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