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극하는 여자예요”

“나 연극하는 여자예요”

십정동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열우물 아낙네들’



아줌마들이 한 사람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수다가 시작된다.

알만큼 서로를 아는 사람들의 익숙한 만남. 연극을 하기 위해서란다.


‘나, 연극하는 여자예요’


스쳐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잠시 머물러 서성이다보면 십정동, 이 동네는 보이는 것만으로 믿기엔 알고보면 서운한 점이 많을 수도 있는 곳이다.


언제 철거될지 모르기 때문에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동네.

90년대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정해지고 기약 없는 기다림. 빈집들이 많고 낡은 집들 또한 많다보니 환경에 대한 불안감, 길 건너 들어선 아파트로 인한 상대적, 정서적 대립이 공존하는 곳. 좁고 가파른 골목길과 계단 또한 눈에 많이 띄었다.

 

이런 동네가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색을 입기 시작하더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지어 내고 있었다. 그 이야기 속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주부연극 동아리 ‘열우물 아낙네들’을 만났다.


“그냥, 뭔지도 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오게 됐어요.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이를 잊을 만큼 너무 좋아요.” -주종순(조롱박)


“아이들 초등학생 때 학교 독서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아쉬운 마음에 엄마들끼리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대본을 가지고 공연을 위한 연습만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연극교실을 소개로 알게 되었고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과정의 활동이 너무 재미있어 푹 빠지게 되었어요.” -엄인숙(해피바이러스)


대부분이 아닌 모두가 맞벌이하는 주부로 낮엔 일하고 일주일 중 목요일 한 번, 모이는 시간은 저녁 7시. 일을 마치고 하루의 고단함을 쉼으로 허락해도 괜찮을텐데 ‘열우물 아낙네들’은 스스로에게 그와 다른, 그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보상을 해주고 있었다.


“연극이라는 것, 참 낯설고 어색한 것이었죠. 치마를 안 입는데 작년에 연극을 하면서 처음 치마를 입었어요. 둔하게 한 모습에 많은 박수를 받았죠.” -신소영(보리)


“작년에 신나는 문화학교 직원이면서 미디어 활동 스텝으로 참여했었어요. 영상 촬영으로 함께 했었구요. 인간관계소통에 대한 관심을 갖던 중에 잠시 엿보러 왔다가 금년엔 순수 참여자로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함께하고 있어요. -한만석(초록)


“연극구경도 못해봤는데 연극을 하라는 거예요. 외우고 그러는 거 참 싫은데 막상 들어와 보니 외우라는 것도 없더라구요. 연극교실을 통해 오감에 대해 배우게 되었어요. 매주 목요일이 되면 사람들이 어디가냐며 물어요. 연극하러 간다며 전 이렇게 말해요.”

“나 연극하는 여자예요.”박순분(민들레)

 

 

떠나고 싶은 동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훗날 떠나게 되어도 몸만큼 마음이 쉽게 떠나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강사지만 마을 주민, 참여자로서 마음과 뜻을 모아 재미있게 연극교실을 만들고 싶어요. 마을 사업을 하고 싶었던 차에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로서 이제 강사입장이기 보다 참여자 입장으로 마을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최금예(잠부엉이)/연극강사


각자의 이름보다도 애칭으로 서로를 마음을 담아 불러주며 이들은 연극하는 여자들로 십정동에 거주한다. 


2010년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공동체 마을 열우물에서는 주부연극교실 ‘열우물 아낙네들’, 할머니 뽕짝 노래교실, 동네 청소년 밴드교실 ‘골목길’이 많은 성과 가운데 진정 요구되어지고 필요로 했던 생활문화예술동아리로 자리 잡고 있다. 


“작년에 공동체 마을 열우물이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었다면 2011년에는 동네를 돌아보는, 동네까지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려면 동네에 마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키우고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며 동아리 과정 등을 통해서 사람이 남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머 김영택(신나는문화학교 자바르떼 인천지부)


2011 ‘열우물, 오래된 미래를 꿈꾸다’

꿈꾸지 않았던 동네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시선으로 소통하며 꿈꾸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열우물 아낙네들‘의 시선은 강렬하다. 십정동을 절대로 스쳐 지나갈 수 없도록 붙잡아 머무르게 한다.

 

 


글.사진 : 아르떼진 인천 통신원 조희정 andante-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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