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이주민과 지역주민 간의 마음 열기

음식으로 이주민과 지역주민 간의 마음 열기



‘아시아의 창’으로 가는 26일,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스리랑카와 베트남 음식을 이주민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들고 나누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군포역에서 걸어서 10분, 산본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에 자리한 ‘아시아의 창’에 들어서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4층에 들어선 ‘아시아의 창’은 사방이 다 전면 창들로, 이름 그대로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아시아의 창’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7년 12월 말. 군포, 의왕, 안양지역은 공단밀집지역이고, 1만3천 여 명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등 노동 상황에 대한 상담은 물론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육아교육, 한국어 교실 등 실질적으로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영아소장은 “지역주민들과 이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방 군포디딤돌문화원 한문희사무국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음식을 매개로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우리가 어떤 단체인지 모르고 있어요.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이주민들을 많이 만나고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교류하는 계기가 거의 없거든요. 이국의 음식을 함께 만들고 맛보면서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소장은 ‘스토리가 있는 스리랑카, 베트남 음식 만들기’ 잔치를 마련했고, 인근 지역 주민들을 초대했다. 그 중에는 매일 우편물을 배달해 주는 우체국 직원도 초청했다.


이국의 향신료가 코끝을 자극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링컨씨와 라다카씨 부부의 손길은 특히나 바빴다. 밥, 감자볶음, 달(수프), 돼지고기볶음 등 스리랑카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네 가지 음식을 요리했다. 밥에는 노란색 각황(커리)가루에 건포도와 통후추를 넣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달이란 수프였다. 주황색 녹두에 생강, 마늘, 고춧가루, 말린 나뭇잎, 커리가루, 코코넛밀크를 넣고, 물을 자작자작하게 붓고 끓이면 된다. 다 익으면 주황색 녹두는 노란색으로 변한다. 처음 보는 음식에 주황색 녹두도 신기한지, 주민들은 달의 요리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매년 4월에 스리랑카의 최대 명절이 있어요. 한국의 설날 같은 명절이죠. 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이들이 많이 보고싶더라구요.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아내랑 음식을 해서 ‘아시아의 창’에 가져와 함께 나눠 먹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한국인들과 함께 스리랑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친해지면 좋겠다고요”


 

스리랑카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주민들에게 링컨씨는 음식의 재료를 일일이 소개해주었다. 스리랑카에는 사장왕숲이 있는데, 그곳에 4천 가지가 넘는 자연 음식재료들이 있단다. 한 번은 미국에서 이 숲을 사려고 했는데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일화를 들려주었고, 바나나의  종류는 수 백 가지인데 쓰임새도 달라서, 설사 날 때, 변비일 때, 배고플 때, 음식 만들 때 쓰는 종류가 다 다르다며, 스리랑카는 자원의 보고이며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했다. 스리랑카에 대한 그의 자랑은 음식을 만드는 내내 끊이질 않았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이제는 성인이 된, 고국에 있는 세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늘 저리다. 한국인들에게 스리랑카 문화를 알려주는 자리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그는 오늘 주민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한 표정이었다.


이날 베트남 음식은 우리에게 낯익은 월남쌈. 한국 생활 3년 차인, ‘아시아의 창’에서 통역, 번역과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로티 펌이 요리를 했다. 삶은 돼지고기에 제철 쌈 채소들을 곁들였다.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졌다. 처음엔 조심스레 젓가락을 대던 주민들도 맛있다면서 음식을 즐겼고 남은 음식을 싸 가져가기도 했다. 윤현숙씨는 “이주민들과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해봤다”면서 “같이 음식을 만들면서 그 나라 역사, 문화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고 하니 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주민과 이주민이 건강하게 소통하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음식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알게 되면서,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지역주민들과 이주민들은 음식을 통해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는 6월2일 열리는 후원주점에도 주민들은 선뜻 참여하겠다고 했다.


‘아시아의 창’은 앞으로 이주노동자들과 자주 만나는 동네사람들, 역 앞 택시운전사 등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면서 문화적 차이와 동질성을 찾고 이해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글. 사진: 아르떼진 경기 통신원 노영란  pacem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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