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어린이들의 도시(La Cité des enfants) 탐방기

2007년 말, ‘어린이들의 도시’는 그 이전보다 2배 더 큰 규모로,
재정비하여 개관하였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어린이들의 도시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경험하는 공간임은 변함이 없지만, 그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컨셉들이
추가되어 더욱 재미있는 놀이 공간으로 거듭났다. 즉, 감정, 이미지, 서커스, 놀이터, 빛에 관한 주제로
다섯 공간의 테마관이 구성되었다. 이 공간들은 컨셉에 따라 차별화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공간들은
두 살부터 일곱 살까지 어린이들의 발달 성장 과정에 알맞게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은 여섯 살, 일곱 살부터 판단력을 가지게 되며,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야 하는 시점을 맞게
된다. 이 시점, 아이들의 관심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 ‘어린이들의 도시’는 시작된다. 아직 글을 완벽하게
읽기 어려운 어린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 스스로 찾아보거나 모방하거나 등등의 소소한 행동들을 보이는데,
이는 후에 자신이 경험하게 될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가 된다.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확인하고, 다양한 경험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린이들의 도시’. 어린이들만의 그 새로운 공간을
소개해 본다.

첫째, "나를
찾기"
공간에서 어린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험을 한다. 그 탐험들은
몸·감각·감정·타인과의 관계등에 의한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이 공간은 "자라나는
어린이"의 모습에 집중하여 나의 능력과 나의 몸, 나의 가족과 또 다른 사회와의 만남-친구,
나의 감정 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었다.
 
둘째, "내가
할 줄 아는 것"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물체, 생각, 단어들을 만지고 움직여
보기도 하고,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즉, 어린이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해결점을 찾도록 하는 이 단계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래는 아이가 어두운 공간 속에서 "빛펜"으로 바닥과 벽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형광펜으로 남겨진 흔적들은 몇 분 뒤 마술과 같이 사라진다. 이는 아이들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마술과 같은 공간에서, 종이가 아닌 공간이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몸을 움직여 표현하도록 한다. 즉, 무용적인 동작과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결합하는 새로운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나의
위치를 알기"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몸을 움직여 미궁을 지나가거나,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몸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찾게끔 유도한다. 왼쪽, 오른쪽,
위, 아래 등의 방향성과 뛰거나 기어가기, 올라가기 등의 활발한 움직임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래는 "커다란 접기"라는 기구로,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 공간을 접거나 펴서 이차원의 공간을 삼차원으로 만들어 보는
모습이다.
 
넷째, "모두
함께"
공간에서는 각각 어린이들이 다른 또래 친구들과 협동하여 집을 지어보거나
서커스 공연들을 함께 지휘해 본다. 이 공간의 주제는 ‘어린이들의 사회화’. 즉, 어린이들이
협동, 협력활동을 경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커스 공연 준비에서 그 공간은 극장
무대 연출가인 장 피에르 라 호쉬에 의해 연출되고, 어린이들은 그 안에서 인형들을 움직이며,
자기 상상의 세계를 다른 어린이들과 즉흥적으로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섯째,
"나는 실험한다"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물, 공기, 빛의 접촉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호기심을 갖게끔 유도한다. 이는 어린이들의
첫 과학적 경험의 걸음마로 관찰, 비교, 시도, 재시도, 확인에 이르는 과정 등에 이른다. 아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공기라는 존재를 다시 조명. 선풍기와 같은 원리의 ‘바람의 돔’
기구를 설치, 움직이는 공기를 바람으로 시각화하여 제시하는 기구이다.
 
‘어린이들의 도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연구와 협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한다. 어린이 심리 학습 전문가이자 심리학자 마리
루스 지벨로 벨디에, 사회학자 까뜨린 시첼리 푸조, 민족학자이자 교육학자 줄리 드라란드, 정신신체
의학자 안자 크로네크네, 아동 정신의학자 마르셀 루포가 그 과정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인지 과학자 르네 발디, 화학자 폴 카로, 심리학자 발레리 카모스, 신경 정신의학자 보리스
씨루닉, 생물학자 로랑 드고, 매체 사회학자 디비나 프로 메그, 국립 교육 감독관 욜란드 기요
세셰 등의 과학 분야 전문가들도 참여하였다.
그 외 여러 디자이너와 건축가, 무대 연출가, 박물관 전문가, 그래픽 전문가 등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참가했으며 후원으로는 MAIF마이프라는 보험회사와 전에 필자가 소개한 바 있는 EDF(전기재단)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도시’의 미래는? 2008년 8월 다섯 살부터 열두
살을 위한 공간이 새로 정비되어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도시’의 특별한
점은, 이름 그대로 철저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어린이들에게만 예약된, 어린이들의
천국. 두 살부터 느끼게 될 이 새로운 21세기의 박물관의 등장은 새로운 세대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