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교육, 세계와 소통하다 – ICOM/CECA 2004 서울대회




이은미 | 독립기념관 학예연구사, ICOM/CECA 2004 서울대회 연락위원

‘박물관’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오래되고 진귀한 유물들을 수집, 보존하고 전시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박물관의 ‘유물’뿐만 아니라, 박물관 이용자의 교육적 ‘체험’ 또한 중시되며, 박물관에 새로운 교육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재 박물관계의 흐름이다.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COM/CECA 2004 서울대회는 전 세계 박물관교육 관계자들이 모여서 이러한 박물관의 현재 모습과 노력을 확인하고 토론하는 장이었다. CECA(Committee of Education and Cultural Action), 즉 교육․문화활동 국제위원회는 세계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 국제위원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활동이 활발한 분과 중의 하나로, 박물관 교육담당(Educator) 또는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ICOM/CECA 2004 서울대회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 열린 국제적 규모의 박물관 및 박물관교육관련 문화행사이다. 아시아 지역의 문화유산과 박물관교육에 대한 관심과 논의, 이해와 교류가 범지구적 차원에서 국제적 전문가들 간의 대화의 광장이 처음 열렸다는 사실은 분명 의의가 있는 일일 것이다.

이번 서울 대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60여명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발표하였다.
박물관교육과 무형문화유산, 박물관과 박물관에 오지 않는 사람들(Non-visitor),
박물관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에서 논의가 진행되었다.
전통적인 박물관 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요도의 비중이 낮았다고 할 수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교육적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논의되었다.
이것은 박물관교육 관련분야의 관심영역이 그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넓게 확장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박물관의 ‘유물(자료)’ 못지않게 박물관의 ‘이용자’들에 관한 연구가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두 번째 주제인 ‘박물관에 오지 않는 이용자’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박물관이 이용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는 곧 박물관교육의 역할인 것이다. 박물관의 이용자들은 다양하다. 학교, 지역사회, 유치원, 가족, 장애자,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박물관에 오지 않는 이용자들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관해 다양한 사례가 발표되었다.
박물관의 자료와 전시에 관한 지식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가르치던 박물관교육은 좀 더 새로운 교육학적 지평에 의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제 박물관에서의 교육은 ‘전달’만이 아니라 상호 ‘소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 대회기간 중 행해진 4개의 워크숍 참가자들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벨기에에서 온 Yves Hannosset은 ‘문화유산, 상호소통의 수단’, Liesbert Ruben & Elisabeth Ouma는 ‘박물관 교육에 있어서 무형문화유산 : 이야기, 놀이, 노래, 춤 등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하는 전시’, 미국의 Shelly K. Weisberg는 ‘동작(움직임)을 통해서 체험하는 박물관 관람 만들기’, 호주의 Linda Kelly는 ‘박물관 이용자 연구와 평가에 대한 소개’를 주제로 각각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박물관 이용자들의 의미 있는 체험이 강조되는 것은 구성주의 교육학 이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박물관 이용자 연구와 평가’에 대해 검토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이란 기관은 무엇이며, 왜 이 사회에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박물관은 ‘교육’이라고 화답하고 있다. Hooper-Greenhill의 표현을 빌자면 모더니스트 박물관(Modernist-museum)에서 포스트 박물관(Post-museum)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박물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올해는 ‘경주박물관학교’가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박물관교육에 관한 첫 국제학술대회 즉 ICOM/CECA 2004 서울대회가 열린 해이기도 하다. 박물관교육 활동에 대한 관심과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박물관에서 ‘교육’의 의미는 개인의 삶과 타인과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예술교육’과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박물관교육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에 남겨진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은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