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춤으로 부르고 가슴으로 품죠

 

6시 반, 태안 시골길은 이미 칠흙이다. 길은 꼬불꼬불 길게도 이어졌다.

최화정 선생님(무용예술강사)의 루트를 따라 가는 길, 우리동네 강강술래 수업을 마치고 저녁도 미뤄둔 채 달려간 그 곳은 지역사회 활성화 사업인 엄마와 딸 커뮤니티 댄스 연습이 이루어지는 마을 언덕 중턱의 한 시골 교회. 일요일이라 연습하던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아 걱정일 때 인근의 마을 교회에서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이미 열어놓은 예배당 문을 밀고 들어가니 수더분한 젊은 엄마 한 분이 먼저 기다리고 계신다. 평범한 주부라 잣니을 소개하지만 펜션을 운영하며 큰 살림을 도맡아하는 예진이 엄마 유미영씨, 유미영씨는 주말에는 더욱 바쁘지만 그래도 9살 딸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댄스에는 빠지지 않고 춤을 추러 나오신다고.

유미영 엄마와 같이 차 마시며 숨 고르기 할 때 즈음, 우르르르 아이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춤을 추러 온 딸 두 명과 놀러온 6살, 4살배기 아들 딸 두 명, 그리고 문을 밀고 들어온 엄마는 아이들 네 명을 넉끈히 품을 인상을 가진 40대의 송옥희 엄마.

그리고 태안 유일의 시인 김난주 시인까지 합세하였다.

지역사회 활성화 사업 커뮤니티 댄스 ‘엄마와 딸’ 춤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거친 숨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워도 9살 어린이부터 47살 시인 엄마까지 누구 하나 쉬자는 이야기가 없다. 밤 10시가 넘어도 모두들 열심이다.

 

평범한 부부부터 시인, 사회복지사 지역공기관부터 종교기관까지

지역사회 활성화 사업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사람들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시골 동네도 맞벌이를 하고 바닷가 갯일은 쉬는 법이 없고, 또 춤은 고고한 사람들, 부잣집 특별한 사람들만 추는 먼 동네 이야기라고 생각해 선뜻 나서는 사람이 드물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춤을 추느라 엄마랑 애가 밤이고 낮이고 연습한다 하면 어리신들 많이 사는 충청도 양반 동네서 좋아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나섰다. 관내 공공기관에서 모녀 지원자를 홍보하고, 지역 태안도서관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태안문화회관에서 공연까지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태안군 아동복지시설인 공동생활가정 어린샘터에서 2명의 딸과 사회복지사 엄마가 참여하였고, 엄마가 한 명 부족하자 태안문인협회 소속 김난주 시인이 나서 엄마가 되어 함께 동참했다. 이리 되면 태안군 내의 5개가 넘는 단체들이 참여한 것이 된다.

사실 기관이 존재하는 것은 알았지만 만나기 쉽지 않고 협력하기란 더 쉽지 않은 관공종교민간단체들이 ‘커뮤니티 댄스-엄마와 딸’로 모두 모인 것이다. 커뮤니티 댄스 안에서 엄마와 딸만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징겨사회 역시 커뮤니케이션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로써 진정한 댄스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이렇게 서로 협동하고 도운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서 이제 고운 옷 입고 커다란 극장에서 관객들을 모아놓고 춤을 춘다니 처음에는 그게 뭐냐며 춤이라는 물에 손을 내젓던 사람들돠 이 다음 행사는 언제냐고 기다리며 묻는단다. 동네 어르신들도 물론 좋아하고, 큰일한다 칭찬의 말을 전한다.

 

태안의 크고 따뜻한 둥지에서 지역사회 엄마 닭이 품는 삐약삐약 병아리들,

우리 애들이예요!

 

오늘 모인 ‘커뮤니티 댄스-엄마와 딸’에는 9살 딸을 뒀다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늦은 늦둥이를 두었다 싶은 엄마가 한 분 계시다. 바로 태안 유일의 시인 김난주 엄마. 김난주 엄마는 어찌 이곳에 왔을까? 그러자 송옥히 사회복지사 엄마가 말한다.

“우리 애들이예요.”

그러자 엄마들이 다같이 맞장구친다.

“맞아요, 우리 애들이예요.”

아동복지시설인 공동생활가정 어린샘터에서 춤추러 온 가린이와 민지는 ‘커뮤니티 댄스-엄마와 딸’에서 이렇게 엄마를 만나 원없이 춤으로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본다.

송옥히 사회복지사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표현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상처가 없지 않지요. 그런데 이렇게 춤을 추면서 자기를 발산하고 표현함을 통해 자기 욕구를 끄집어내요. 이런 활동들은 1년에 한 번 학교나 종교 행사가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연습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처음에는 잠도 못 자고 걱정했던 아이들이 노련해져서 무대에 서는 것을 기대하고,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하고 있어요. 또 이렇게 해볼까 아니면 저렇게 해 볼까 연구하며 연습하게 되었어요. 자기 욕구 해소의 과정을 넘어 맘껏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 섰습니다. 이제 곧 예술적인 창조 과정에 돌입하겠지요. ‘커뮤니티 댄스-엄마와 딸’ 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동생들도 시킬겁니다. 엄마와 춤을 추고,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사랑 받았다는 느낌을 우리 딸이 엄마가 되었을 때 또 다른 사람한테 딸로부터 전해지겠죠. 엄마와 함께하는 무용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자라서 삶의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김난주 시인 엄마가 덧붙였다.

“‘커뮤니티 댄스-엄마와 딸’이라고 했을 때 내 딸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가지 떠오른 것이 얼마 전에 본 <엄마를 부탁해> 공연이었어요. 우리나라 주요 이슈가 가족문제인데 특히 엄마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힘을 과시하지는 않지만, 엄마의 부재는 삶의 쉼터를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는 아기 닭을 품는 엄마 닭과 같아요. 엄마의 품 안에서 생명력이 삐약삐약 나타나죠. 엄마와 딸이라는 제목이 간단하면서도 대명사로 이루어졌어요. 이 프로그램명을 듣고 가정이 회복되는 따뜻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엄마의 생명력을 우리 딸에게 주었어요. (웃음)”

유미영 엄마도 말했다.

“저는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쑥스러워요.(웃음) 저는 평범한 주부고 여기는 산골이고 팬션을 해서 집안이 많은 편이예요. 그런데도 오는 이유는 와서 있으면 춤만 추는게 아니라 엄마들과 만나면서 이렇게 (주변 분들을 손으로 존대하며) 제가 많이 배워요. 처음에는 딸이 가자고 해서 왔지만, 지금은 제가 좋아서 와요. 춤을 추며 저도 우리 애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는 엄마 닭이 되었네요.”

 

가슴 그리던 엄마를 원없이 춤으로 부르며

지역사회 엄마 닭들의 생명력이 문화예술도 키운다.

 

김난주 시인이 합세하기 전까지 연극예술강사로 활동하는 통신원이 9살 가린이의 엄마가 되어 함께 춤을 추었다. 가린이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르면서, 또 가린이가 통신원의 눈을 보며 가만가만 생명의 노래를 불러 주는 속에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온 몸을 휘감았다.

태안의 엄마 닭들이 전해 준, 눈으로 하는 교감과 엄마가 될 딸들에게 전달될 생명의 힘이 나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취재가 끝날 때 즈음 가린이가 생명의 그림을 한 장 그려 엄마에게 선물해 주었다. 산과 바다, 나무, 꽃 그리고 물고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두 명의 예쁜 여자가 팔 벌려 춤추는 그림 한 장. 여러 채의 집들이 서로 동떨어져 있고, 오른쪽 면이 잘려나간 나무에는 골이 있고, 또 알 수 없는 장승도 있지만 그 그림 속에서는 장승마저도 팔을 벌려 웃고 있다. 지금 내 취재 수첩에는 엄마 닭의 생명의 힘이 전승되어 잘 보관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송옥히 사회복지사의 말을 적어 본다.

“이곳은 문화적인 여건이 열악하고 뒤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산과 바다, 물, 공기와 같은 자연 환경이 좋아 복구될 것입니다.”

그 자연 환경 안에서 태안의 아이들을 품고 생명을 나누어 주는 엄마 닭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그래서 그 엄마 닭들이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을 키워가고 있는 아름다운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태안,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무한 생명의 엄마 닭들이 있어 아이도, 아이보다 더 어린 아이인 태안의 문화예술도 싱싱한 푸른 잎으로 무성히 자라나고 있다.

 

 

글.사진_ 정진영 서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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