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 교사의 예술꽃 씨앗학교 이야기


 

해, 달, 별, 아이들… 매일 우리 학교를 드나들며 만나는 반짝거리는 교문의 모습이다.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 저편,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그려낸 벽화가 활짝 피어나 우리를 반긴다. 이번 운동장 벽화는 1~6학년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남기고 싶은 것과 버리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의논하여 그려냈다.

 

글_ 부산 금성초등학교 박선주 교사

 

마을 문화예술의 중심에 학교가 있다

 

몇 주에 걸쳐 그리고 색칠한 후 마무리를 위해 어느 토요일 ‘금성초등학교 운동장 벽화 완성하는 날’ 공고를 내고 학부모와 마을 주민, 금정산에 놀러 온 사람들과 함께 오후 내내 페인트통을 들고 색을 입혔다. 뛰어다니는 아이들, 심각하게 ‘저건 뭐야?’ 묻는 어른들, 나름의 의미를 알아내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온 마을이 하나 되어 우리 학교 운동장 벽화를 완성했다. 이번 벽화는 세 번째다. 처음과 두 번째 벽화는 우리 학교와 마을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꾸몄다. 금정산성도 나오고, 금성마을도 나오고, 산성 토산주도 나오고, 오리 고기를 구워 파는 마을 사람들도 나오고, 그 중심에 금성초등학교가 있다. 그렇게 학생들도, 학부모도, 마을 주민도 금정산과 마을의 중심에 늘 학교가 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이 벽화 꾸미기는 예술꽃 씨앗학교라는 우리 학교에 주어진 혜택(?)이 있어 가능했다. 예술꽃 씨앗학교란 문화예술교육의 여건이 열악한 작은 학교들이 해마다 1억 원씩 지원 받아 문화예술교육이 학교에서 가능하도록 돕는 사업을 말한다. 우리 학교는 2008년부터 4년간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을 받아 정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다.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숲 체험과 신나는 미술, 나를 표현해내는 감성무용,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생태미술, 영화로 수다 떨기를 수업 시간에 주제통합교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금정산과 마을을 교실 삼아 더 넓은 세상에서 몰입하여 배우는 기쁨을 맛본다.

 

또 매주 4시간씩 관악, 국악, 실용음악 등 자신이 원하는 악기 연주를 익히거나 목공, 요리, 운동 등 흥미를 느끼는 부서에 가서 열심히 활동하는 동아리 수업도 운영하는데, 한 가지 악기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은 연주 실력도 제법 늘었다. 처음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을 받은 해에는 학생들이 다양한 악기를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악기부터 TV에서나 봤을 법한 악기까지 학생들은 만져보고 불어보며 악기와의 만남을 무지 신기해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예술꽃 씨앗학교가 추구하는 바는 예능인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기에, 한 가지 악기에만 집중하는 학생들도 또는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모두 존중하며 자기의 강점을 찾도록 기다려줄 수 있었고, 그런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나 혼자만 잘하는 것보다 친구도 같이 잘할 때 훨씬 아름답다는 ‘더불어 사는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학교가 마을을,
마을이 학교를…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이 무엇보다 고마운 건 학교가 마을과 지역 공동체의 중심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늘 살아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가마솥을 운동장에 걸어두고 마을과 함께하는 운동회를 열어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이고, ‘마을아~ 학교에서 노올자~’라고 외치며 밴드부 학생들이 신나는 곡을 연주하면 마을 어르신들이 그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운동회에 참석한 모두가 손잡고 빙빙 돌며 다 같이 강강술래를 뛸 때면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 감동을 맛본다. 학생 하나하나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가진 자랑을 드러내 보이는 예술꽃 씨앗학교 축제 또한 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교사, 학부모, 마을 주민이 함께 마을을 돌며 풍물을 치는 길놀이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면 그 뒤를 마을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학교로 올라와 축제 속으로 빠져든다. ‘금정산 아이들을 품어 마을과 만나다’란 제목처럼 학부모도, 졸업생도, 예술강사들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주인공이 되어 축제를 즐긴다. 학부모 공연도 있고, 졸업생의 밴드와 기타 공연도 있고, 예술강사들의 제대로 된 공연도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국밥을 먹으며 금정산 바람 아래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음악회를 즐긴다. 마지막엔 풍물에 맞춰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학생들과 마을 주민이, 학부모와 교사가 손을 꼭 잡고 운동장을 뛰어 돌며 한마음이 되고, 그 순간의 감동을 오래오래 가슴에 담는다. 아마도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큰 판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 역시 문화예술을 중심에 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학교를 중심에 두고 마을에서 열리는 경로잔치나 막걸리 축제 등의 행사가 열리며, 학생들이 참여해 가야금과 해금, 모듬북을 연주하거나 밴드부가 신나는 음악으로 흥을 돋우는 등 예술꽃 씨앗학교로 꽃피운 결과를 마을과 자연스럽게 나눈다. 마을에 있는 미술관이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준비하여 숲 속 미술관 탐방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생에게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공공벽화로 마을을 새롭게 꾸밀 때 우리 학생들의 참여를 손짓한다. 마을에 있는 체험 공간에서 학생들이 별 관찰을 기획하고 단체를 학교로 불러 ‘금성마을 별 축제’를 학교와 같이 펼친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토우 만들기와 솜사탕 만들기도 준비해 신나게 즐긴다. 또 학교를 위해, 학교에서 마을 주민이 다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고 물어온다. 학교는 마을의 중심이고 마을 사람들의 자랑이 되었다.

 

스스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예술꽃

 

그런데, 이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학교로서는 걱정이 무척 많다. 당장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하자면 내년부터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여 진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교사들은 일명 ‘눈먼 돈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계획서를 내자며 술렁인다. 계획서를 내고 일을 추진하고 보고서를 내고 하는 절차들이 교사로서 힘들긴 하지만, 학생들에게 행복한 문화예술교육으로 돌아가는 혜택이 된다면 힘든 것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며 마음을 모은다. 학부모 또한 지금까지 하던 문화예술교육을 계속하지 못하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어오고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며 그냥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무언가 하자며 ‘금사모(금성초교를 사랑하는 모임)’를 조직했다. 일일주점을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회원을 모집하여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지원을 준비하고 꾸린다. 진심으로 고맙고 든든하다.

 

마을 또한 학교를 바라보고 기대하는 것들이 변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이런 문화예술교육이 중단되면 안 된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또 모인다. 학교 교육이 변하고 나서는 중학교에서 학생 문제로 마을 어른을 부르지 않아 좋다며, 학생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당당하다며, 이런 교육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반긴다. 그리고 행복한 교육을 위해 마을에서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답을 찾는다. 지금껏 마을에서 해 오던 장학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고, 진짜 제대로 된 장학 사업이 무엇인지도 한 번 더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신다. 필요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금성의 학생들이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삶의 질도 높아지는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는 게 더 바람직한 거 아니냐고 모여 의논하고 또 의논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지원하는 장학 사업이 4년간 우리 학교에서 운영해 온 예술꽃 씨앗학교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주시니, 우리 금성초등학교의 예술꽃 씨앗학교 4년은 성공이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가 마을의 중심이고 자랑이 되니, 학교의 모든 염려는 고스란히 마을의 염려가 되고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진흥원의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은 끝났지만, 진짜 제대로 된, 주민으로부터 비롯한 금성마을의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으로 우리 학교에 예술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나는 오늘도 학교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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