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며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각종 학교폭력은 아이들끼리의 폭력이 심해 봐야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넘겨 버린 기성세대들을 비웃기라고 하는 듯이 조직적이고 심각하다. 이제는 무시할 수도, 가볍게 대할 수도 없게 된 학교 폭력을 문화예술로 접근할 수는 없을까? 아니, 어쩌면 조금 더 나아가 학교폭력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발상자체가 이상적이며 순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술치료를 통한 폭력치료의 사례가 곳곳에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예술이 가지고 있는 치료능력에 대한 가능성만큼은 열어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정신병리적 치료와 예술치료의 결합 | ||
울름 폭력피해자 치료센터는 1995년 국제 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이니셔티브 및 울름 지역시민의 지원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치료 및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목적하에 설립되었다. 치료 팀들은 정신병리학적 치료와 예술치료를 함께하고 있는데, 설립 이후 약 1,900명의 환우가 이 센터를 거쳐 갔으며, 현재 매년 전쟁이나 폭력 및 신체적 고문상황에서 살아남은 125명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센터는 유럽 난민 기금(Flüchtlingsfond), 주 정부 기관, 보험회사 및 등 여러 단체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 밖에도 NGO기관인 국제 사면위원회와 종교단체들 및 시민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울름 폭력피해자 치료센터는 난민, 고문피해자, 전쟁피해자 및 낙태 등의 전통적 관습으로 인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육체적 및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는 이민자들,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독일 아이들 그리고 그 밖에 사고, 자연재앙 등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신병리적 치료와 예술치료를 접목해 실시하고 있고, 2008년부터는 각종 폭력으로 인해 생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6세 이상 18세 미만)에게 본격적으로 예술치료를 시작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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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0명이 참여한 2010년 | ||
2010년에는 26개국 출신인 126명의 환우가 치료를 받았는데, 이 중 여성의 비율은 47.6%를 차지했고, 환우들의 평균 나이는 33.2세로 집계되었다. 이들 중 84.1%에 속하는 106명의 환우는 전쟁, 고문, 국가감시 피해자였고, 11%인 14명의 환우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이들이었으며, 16.7%를 차지한 21명의 환우는 9~17세 아이 또는 청소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은 정신병리적 치료와 함께 예술치료를 병행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사회학적 치료도 함께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 환자들은 짧은 치료기간만으로도 훌륭한 치료성과를 보였지만 전쟁 및 고문 피해자들은 오랜 치료기간이 필요했다. 이 센터는 치료 프로그램 이외에도 2010년에는 총 47개의 프로그램 (워크숍, 강의 등의 형태로 진행) 개최되었고, 약 3,250명 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 ||
창조적인 성과를 이루다 | ||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치료는 2008년에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치료를 통해 점차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치료 전 전혀 알지 못했던 아이들로 구성된 치료 팀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서로에게 애착관계를 느끼게 되었고, 서로서로 도와주며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그 중 한 아이는 거절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었는데, 이러한 증세로 일종의 폭력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이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그러나 예술치료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왔던 자아와는 또 다른 자신을 발견했다고 스스로 밝힐 만큼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치료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치료 지원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는 그들이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성과를 이뤘다. | ||
예술을 만나 튼튼해지는 자아 | ||
예술치료는 상상과 예술성이 일종의 정신적 보호막이 된다. 두려움이 없는 치료 공간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형상화하는 것이다. 예술치료에 이용되는 각종 재료 및 도구는 환우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과 경험들을 되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반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센터 측은 강조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치료는 기본적으로 그룹으로 진행되며 특별한 요구가 있을 시에만 개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룹은 나이별 또는 성별로 나누어지고 총 15회의 단체 치료가 진행될 동안 새로운 치료희망자는 받지 않는다. 이 센터가 추구하는 예술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치료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면을 부각하고 더 나아가 비언어적인 표현능력이 높아지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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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무형의 것에서 희망을 찾다 | ||
울름 폭력피해자 치료센터 이외에도 청소년 도움센터(perspektive-jugendhilfe) 및 쿠어트 리히터 재단(Kurt-Richter Stiftung) 등 다양한 단체에서 아이들과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예술치료를 진행하거나 후원하고 있다. 예술치료가 물론 만능이 아니다. 어떤 경우 약물치료보다 더 많은 인내와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고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예술치료는 여전히 의학적 치료를 도와주는 방법의 하나고 일각에서는 적극적 치료방법에 포함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의학계의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술치료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의 사례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특히 지금 소개한 학교 폭력 상황에서 가해자의 성향 변화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이라는 추상적이고 무형의 사물이 인간에게 주는 유형의 선물,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받게 될 선물은 더욱 효과적이고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닐까? + 관련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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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독일통신원 성경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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