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두드림 & 뮤직 퍼포먼스

포항 해병대 1사단 “2006 멧돼지 전사 송년행사” 를 달군 군장병들의 ” 뮤직 퍼포먼스” 현장을 소개한다.


서로 소통하는 흥겨운 시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해병대 1사단의 송년 행사가 올해는 더욱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졌다. 사병들의 장기자랑이 펼쳐지는 ‘2006 멧돼지 전사 송년 행사’에 군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결과를 함께 선보인 것이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공연이 무르익어 갈 즈음 시작된 뮤직퍼포먼스는 그 입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거대한 크기의 처음 보는 악기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관심을 집중시켰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그동안 뮤직퍼포먼스팀이 어떻게 연습을 하고 교육을 받았는지 과정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화면 속에 등장한 해병대원들이 하나같이 웃음을 머금고 있어 영상물을 보는 내내 함께 즐거웠다. 영상물 상영이 끝나자 해병대의 멋진 모습을 알려주기라고 하듯 웅장한 화음과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힘이 느껴지는 웅장한 화음에서 차츰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어울렸다. 더불어 무대를 지켜보던 객석의 해병대 장병들의 함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어울려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날 선보인 뮤직퍼포먼스는 폐자재를 이용해 악기를 만드는 것 부터 각 악기가 제대로된 소리를 내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연주가 무르익자  장병들의 어깨가 들썩거리고 절로 노래가 나왔다. 특히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 캐럴 송이 연주되자 자리에 앉아 있던 해병대 장병들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즐거운 광경이 펼쳐졌다. 공연을 지켜보는 장병과 열심히 악기를 두드리는 무대 위의 장병 모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군화를 이용해 박자를 맞춰 음을 만들고 온 몸을 움직여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공연을 보던 장병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이런 멋진 공연을 펼치는구나”라며 무대 위 장병들의 연주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멧돼지 부대에서 장병들을 교육한 예술강사들이 소속된 ‘노리단’의 공연도 송년 행사를 풍성하게 했다. 공연이 끝난 후 해병대 1사단 연대장의 감상평이 이어졌는데, 뮤직퍼포먼스 공연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다. 계속해서 뮤직퍼포먼스 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연말에 있을 사단 송년회에 다시 한 번 멋진 공연을 펼쳐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멋진 공연을 선보인 뮤직퍼포먼스의 홍진우 일병은 처음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며 ‘이게 뭔가’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몸을 부딪치면서 연주하는데 이상하더라고요. 그런데 다 같이 박자를 맞춰 몸을 부딪치니 그게 음이 되는 거예요. 군생활 안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휴일까지 반납하면서 열심히 연습했던 내용을 이렇게 장병들 앞에서 선보여서 정말 뿌듯해요. 이제부터 뮤직퍼포먼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죠.”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을 알리는 첫 걸음

해병대 1사단의 문화예술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노리단’의 김희연 예술 강사는 “군에서 이런 문화예술교육을 하게 되어 해병대원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그 동안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남동생 같은 해병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해병대원들의 경우 부대 안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너무 신기해하더라고요.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21세기 문화부대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이번 교육은 무엇보다 자발적인 참여에 중점을 뒀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강압적인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교육을 시도한 것이죠.”

공연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 팀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새로운 소통관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런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때문에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이벤트성 문화예술교육을 넘어서서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첫 씨앗을 잘 뿌려놓으면 스스로 발아하잖아요. 오늘의 문화예술교육이 끝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해병대원들이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문화예술교육은 무엇보다 연속성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경우, 지속성이 없다면 아무리 참가자가 열정적이더라도 스스로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거든요.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희연 예술강사는 해병대원들의 순수한 열정에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았다고 한다. 훈련시간 중에 연습시간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주말이나 휴식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고 수업에 참여해야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새벽까지 훈련이 있는 날이면 대부분의 해병대원들은 이 후에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요. 그런데 뮤직퍼포먼스 공연을 준비한 해병대원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정말 피곤한 모습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오늘은 좀 편하게 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화를 내요. ‘일부러 안자고 온 건데 열심히 배우고 가야죠’라며 더 열심히 연습을 해요.”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한 해병대원들의 열정만큼이나 예술강사들의 애정 또한 대단했다. 일주일에 4~5시간씩 이들과 함께 한 예술강사들은 처음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군에 보낸 동생들을 면회 오는 기분이었고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계급체계가 확실한 군대 안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해병대에 지원하고 경쟁을 뚫고 들어왔다는 자부심이 굉장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강하죠. 고참이 후임병을 대하는 모습이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정겹더라고요. 후임병을 위해 선임병이 뒤로 슬쩍 빠져주기도 했어요. 똑같이 배우는 학생인데 고참이고 후임병이 어디 있냐고 양보하는 모습에 가슴이 찡 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임무와 훈련에 익숙한 해병대원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군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해병대 1사단 최원민 중위

해병대원들을 이끌고 뮤직퍼포먼스 교육에 참여한 최원민 중위. 그가 이야기하는 문화예술교육과 그 후.

– 오늘 공연한 해병대원들은 어떻게 선발이 된 건가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끼를 갖고 있는 해병대원들을 키워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군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사물놀이패를 만들어 공연을 올렸는데 정말 잘 하더군요. 그 끼를 그냥 못 본체 할 수 없었죠. 사물놀이패 단원이었던 해병대원들과 함께 뮤직퍼포먼스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대원들 모두 자의에 의해 참여했습니다.”

– 참여한 해병대원들의 교육 후 변화된 모습이라면?
“저희가 교육 시간을 따로 마련할 수 없어 휴식시간에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휴일에 이걸 꼭 해야 하나 생각하는 해병대원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 시간을 만들더군요. 예전엔 명령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능동적으로 너무 열심히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을 다루다 보니 딱딱한 군 생활에 익숙해 있던 사병들이 좀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 또 다른 문화예술교육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군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은 올해만 계획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처음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할 때 단발성 교육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부대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생각이었습니다. 해병대원들 역시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라 스스로 계속 이끌어 갈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술강사분들도 한 달에 한 번씩 오셔서 지도 해주시기로 약속도 하셨어요. 이번에 교육을 받은 해병대원들이 대부분 일병과 상병인데 스스로 뮤직퍼포먼스를 배우면서 느꼈던 재미를 다른 해병대원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 합니다. 동아리 형식으로 뮤직퍼포먼스 팀을 쭉 이끌어 갈 계획입니다.”

– 군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좋았던 점이라면?
“아쉬웠던 점은 없었어요. 강사님들이 예술가들이라 자신만의 고집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너무 열정적으로 함께 해 주셔서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자발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시고 심지어 직접 만든 악기까지 기증해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이 악기로 이제 부대 안에서도 지속적인 뮤직퍼포먼스 활동이 이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늘 공연이 있다고 일부러 노리단 단원들까지 내려오셨더라고요. 함께 무대를 꾸며 주셔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