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 – 경기통신원 오희정의 하루

글_송승민(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홍보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길어올리는 지역통신원!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은가? 아르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한번 기사로 만나보는 통신원들이 문화예술교육과 연계된 그들 일상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자연스런 호기심이 생긴다. 현재 지역통신원은 49명. 욕심 같아서는 모두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 이름들 중 경기지역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희정 통신원이 떠올랐다. 한 달에 한 번 기사는 물론‘일상사례 나누기’에도 꾸준히 자신의 활동 사례들을 올리며, 안산과 서울, 그리고 익산을(그녀는 현재 원광대학교 미술치료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오가는 미술치료사 오희정 통신원과 하루를 함께했다.

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

‘2005 아르떼 경기지역 통신원’, ‘아트세라피아 엄마와 딸 미술치료연구센터 미술치료사’, ‘2004 아르떼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우수사례 선정(청소년 미술치료)’, ‘달그락, 다른 목소리로 소수자 문화예술교육 미술치료 전시’ 등. 이것이 내가 오희정 통신원에 대해 알고 있는 사전정보. 지난 8월 13일 토요일에 2005년 지역통신원 전체 워크숍에서 기획한 프로그램 <지역통신원을 바라본다>를 위해 취재를 요청하고 안산의 미술치료센터를 방문했다. 오희정 통신원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만남에서는 어색해하며, 자신의 첫 기사의 내용이 아르떼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내내 걱정하면서 원고를 슬쩍 두고 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저리도 걱정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첫 문장을 읽자마자 그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많은 글들이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기획자 또는 담당교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인 반면, 그녀의 기사는 교육을 받는 수혜자, 학생의 입장에서 현재 예술가의 길을 걷는 기타리스트 고등학생을 인터뷰한 것이었다. 필자 역시 일을 하면서 늘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가슴 속에 새기고 있지만 결국 놓쳐버리고 마는 학생의 입장, 향유자의 입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원고였다. 그런 글을 쓴 오희정 통신원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토요일 오후, 그녀의 일상 속으로

그녀의 일주일 중 토요일에는 미술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가까운 지인들끼리 모여 수다도 떨며, 인형 만들기를 한다. 마침 필자가 방문한 날 첫 모임이 있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자 한두 명씩 미술치료센터를 방문했다. 모두 학교 선후배, 미술치료 선후배이자 동료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모두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각자 일하지 않는 토요일에 모여 바느질을 하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바느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필자로서는 자연스럽게 모여서 인형을 만드는 모습이 생경하기까지 했다.
오늘의 주제는‘나를 닮은 인형 만들기’. 능숙한 손놀림으로 미루어 이들은 바느질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나 그들 역시 학교 졸업 이후 처음 바늘을 잡아본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3시간 만에 뚝딱 자신을 닮은 인형을 만들어 내다니. 역시 그들은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미술치료사다.
오희정 통신원은 의도하지 않고 손이 가는대로 인형을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자신이 싫어하는 자기모습을 그대로 닮은 인형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늘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는 자신이 싫은데 만들고 보니 인형 역시 그 모습을 띠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앞모습을 보인 인형을 만든 데 비해 오희정 통신원은 뒷모습을 만들었다.

공모로 시작된 인연

인형 만들기 모임이 끝난 후 본격적인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오희정 통신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아르떼와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되었나요?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2004문화예술교육사례 공모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였어요. 그리고 제가 공모에 참여한 사례가 우수사례로 당선되었고, 이후에 관련 전시를 제안 받으면서 아르떼 식구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 후에도 좀 더 여러 가지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아르떼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공모에 당선된 사례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소위 우리가 말하는 ‘학교중도탈락 청소년’이 함께 한 미술치료인데 쉽게 말해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이었어요. ‘점점 프로젝트’라 이름지었는데 뭔가 ‘점점 달라지는 것’, 그런 상태를 의미하는 거죠. 집단 미술치료프로그램으로서 2년 동안 길게 아이들과 활동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거예요. 성공사례라기 보다는 결과보고에 가까웠지요.

전공이 미술교육인데 미술치료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는 초등교사로 3년 반 정도를 생활했어요. 나름대로 저에게 소중하고 즐거운 기억이지만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어요. 선생님으로서 다른 사람들도 한번 쯤 겪었을 법한 고민으로 마음도 몸도 아픈 시기를 겪어야 했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중학교 미술교사이셨는데, 저보다 먼저 미술치료를 공부하셨어요. 그래서 관심은 계속 갖고 있었죠. 미술치료 공부를 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고통스러울 때 미술치료로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도 하게 되었어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어떤 것들인지 한번 소개해 주시겠어요?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보였나 봐요? 먼저 미술치료 관련해서는 여러 기관을 방문해서 미술치료, 미술치료교육 관련 강의, 미술치료에 관한 공부, 아르떼 통신원처럼 교육적인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살피는 일, 중간에 소소하게 들어오는 취미생활 등등… 그다지 바쁘지는 않아요.(웃음)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씩

지역통신원 공개모집 때 지원하지 않고 이후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미술치료라든지 미술교육활동,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아르떼 사이트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곳곳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고, 관전한다는 개념보다는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난 안 될 거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망설이다 시간을 놓쳤지요. 중간에 용기를 내서 지원했습니다. 솔직하고 편안하게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

지역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관심은 있었지만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습니다.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참여 중심의 기획에 중심을 두어 같이 숨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현장이 가진 다면성을 잘 담아내어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서로 이해와 공감을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가장 처음에 썼던 기사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새롭고 신선한 느낌보다는 함께 읽고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성이 강하고 현장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서 달라지는 부분도 생기는 듯해요. 시범사업이나 현장의 상황에 대한 보고형식 글의 경우에는 취재 기사 내용들에서 매번 시각이 변합니다.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것을 다듬는 것이 힘들지요.
그럼에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인터넷에 제 글이 게재되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런 것들이 활동을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 되겠지요.

취재 아이템은 어디서 구하나요?
텔레비전에서 많이 찾는 편입니다. 심야에 나오는 다큐멘터리도 유심히 보고, TV자막에 ‘경기’라고 뜨면, 무조건 메모합니다. 주로 밤에 편성되는 문화관련 프로그램, 예를 들어, ‘디지털 미술관’이나 ‘제3지대’ 등을 보면 다양한 소재를 얻게 되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를 통해서도 또 보게 되는데, 생각보다 취재 아이템을 많이 구합니다.

문화, 예술, 교육과 치료 사이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치료의 매개자로서 활동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문화예술과 교육, 치료 영역이 합쳐진 영역은 고유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과 미술치료는 다르지요. 미술치료는 심리적인 영역이라 개인적으로 좀더 들어가고 치료영역에 더욱 집중하여 발달되었지요. 물론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치료가 강한 게 사실입니다. 치료사로서 알고 싶은 영역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 같아요. 심리치료, 미술치료사가 원하는 것은 내담자 혹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예방 차원의 성격이 강한데, 건강한 자아상을 키우고 올바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치료의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술치료 안에서도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진행하고 있지요. 또한 미술치료 과정에서 사회성이 향상되기도 하는데,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하는 방향과 만나는 지점이 있죠.

아르떼 지역통신원으로서 앞으로의 희망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기사에 대한 종합적 논의가 무조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연계되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의 통신원들끼리 일정 조정에서도 기사의 흐름을 함께 논의하고, 나아가 하나의 취재 아이템을 가지고 공동 기획하여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겠지요. 마음속에 하나씩 꿈꾸는 것이 있다면 지원이 있었음 하구요, 통신원 활동을 통해 자신의 무한한 역량을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풍성하고 활기찬 지역통신원의 모습을 보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다하더라도 그 속에서 쉽게 지치기도 하는데, 오희정 통신원을 보고 있으면 늘 지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예술치료와 교육의 접합점을 찾아 가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문화와 예술, 교육의 통합된 시선으로 꽉 채우며 생활하는 오희정 통신원을 만나고 오는 길. 자기 영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하며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지역 주체의 소중함을 느끼며, 이런 주체들의 활동으로 지역에서의 문화적 삶이 조금씩 회복되는 지역네트워크를 그려본다.

후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발로 뛰어가며 열심히 글로 옮기고 그것을 아르떼에서 함께 나누는 지역통신원을 취재하고 인터뷰하는 일은 재미난 작업이었다. 지역통신원인 오희정씨에게도, 지역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이 작업은 서로 활동하고 있는 지점에서 역할을 바꿔보는 일종의 역할 바꾸기 놀이와도 같았다. 취재를 하던 입장에서 취재를 당하는 입장으로, 기사를 독촉(?)하고 독려하던 입장에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독촉을 당하는 입장으로.

송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