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파트너십 어때요 1- 서천문화원

문_편집부/ 답_이경진(서천문화원 사무국장)

서천문화원에서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인 “청소년문화도시프로젝트”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25일부터는 <발견:우리 눈으로 본 서천>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이 1년 동안 활동한 결과들을 보여주는 서천청소년문화예술축제도 벌어질 예정이다. 추진력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서천 시범사업 뒤에는 어떤 동반자 관계가 작용하고 있을까? 이경진 서천문화원 사무국장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천문화원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는 어떤 주체들이 관련을 맺고 있는지요? 각각은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현재 우리 서천 청소년문화도시프로젝트는 서천문화원이 주관하고 서천청소년상담센터, 서천자원봉사센터, 서천환경운동연합, 전교조서천지회, 호선도예 등 5개 지역사회단체 및 문화복지단체가 협력단체로 결합한 “서천청소년문화도시프로젝트사업추진단(이하 사업추진단)”에서 사업을 총괄 집행하고 있습니다. 지원체제의 경우 재정적 지원은 서천군, 학교단위 행정적 지원은 서천교육청에서 분담하는 형태입니다.

사업추진단(http://seocheon.cult21.or.kr/0012_seocheon/index.jsp )은 추진단장(김인규 부원장), 부단장(이경진 사무국장), 실무주체(정찬영 팀장) 등 문화원 관계자 3명과 각 단체 실무대표자 5명, 연구책임자(류제홍 박사) 1명 등 총 9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장은 사업총괄운영과 책임, 부단장은 행․재정적 실무총괄과 강사풀 운영을 담당하며, 실무주체는 단장과 부단장의 업무지시를 받아 집행합니다. 각 실무대표는 학교 안팎 사업을 분담하여 책임지고 있습니다. 연구책임자는 각각의 사업에 대한 컨설팅과 총괄평가를 맡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사업단 전원이 보조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사업단 주체는 모두 의무적으로 1개 이상의 학교 안팎 사업을 직접 책임운영하거나 지원강사로 결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업주체와 평가주체를 일원화함으로써 사업평가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주체들의 협력, 연대의 정도는 각각 어떤 수준입니까?
서천군: 재정적 지원(군비 30,000천원, 도비 30,000천원)
학교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국고 지원금이 6월에서야 지급됨으로써 전국적으로 거의 상반기 사업은 진행하기 힘들었다고 판단됩니다. 서천의 경우 문화원의 모든 예산(사업비 및 경상비)을 차입하는 형태로 일단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나마 국고는 일괄적으로 6,000만원이 지급되지만 지방비는 예산이 확보되는 상황에 따라 몇 회에 걸쳐 쪼개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천군도 원래 예산계획에서는 2,000만원 단위로 나눠서 주려고 했으나 문화원 담당 직원이 신경을 써줘서 6,000만원을 일괄 지급받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진 않지만 군 입장에서 이 정도면 재정적 배려는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교육청: 행정적 지원
교육청에서는 학교 단위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맡았습니다. 시범사업에 대한 공문발송 및 이첩 등 초보적인 행정지원이지만 학교안 사업에서 이 정도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반기에 교육청 인사가 있어서 교육장, 학무과장이 바뀌어서 시범사업에 대한 브리핑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못했습니다. 교육청과 결합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문화인, 학교 또는 교사
현재 우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은 교사 23명, 강사 17명, 기획 1명, 연구 1명 등 42명에 이르지만 교사 및 사업단이 강사진으로 결합하여 중복되는 인원을 제외하면 총 37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중 순수 지역문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인력은 10여명인데 절반 정도가 사업단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자(이론가)
책임연구자인 류제홍 선생님께는 의무적으로 월 2회 1박 2일 일정으로 사업단 회의와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 결합토록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업결과물 발표회인 서천청소년문화예술축제 준비 때문에 거의 매주 1회씩 내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의미 있는 파트너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사업단 내부의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입니다. 처음에는 몇몇 단체 실무자들의 결합력이 떨어졌습니다만 잦은 회의를 통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견 공유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여름방학 때 2차례에 걸쳐 진행된 문화예술캠프를 거치면서 특히 사업에 대한 결합력이 좋아졌습니다. 최근 문화예술축제 준비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사업의 회의구조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단위인 사업단 회의이고, 둘째는 학교 교사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교사사랑방 회의이며, 셋째는 교사, 강사, 사업단 간 사업취지 공감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워크숍입니다. 워크숍의 경우 강사․교사워크숍과 학생워크숍으로 나누어서 진행하였는데 교사워크숍은 4회, 학생워크숍은 1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교사사랑방 회의는 원래 최소 월 2회 이상 진행하려고 했습니다만 대다수 교사의 결합력이 떨어지면서 5회에 그쳤습니다. 사업단 회의는 5월부터 11월 현재까지 22차까지 진행되어 몇 번(추석 연휴 등)의 경우만 빼고 계획대로 매주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지속적인 만남이 결속력을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일부 강사진과의 파트너십 형성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지역 인력을 중심으로 강사풀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중 몇몇 강사는 사업을 계기로 알게 된 인력이며 이들이 사업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교통하게 되었다는 점이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서천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사업단 회의는 5월부터 11월 현재까지 거의 매주 빠짐없이 진행되어 왔다.

이런 지속적인 만남이 사업 주체들의 결속력을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이론가인 책임연구자가 사업에 지속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으로 보이고, 책임연구자와 보조연구자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사업단에서 류제홍 선생님은 책임연구자이고 나머지는 보조연구자입니다만, 일반적인 연구 집단의 관계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보통 연구 집단(특히 대학의 경우)은 책임 연구원이 연구사업에 대한 총괄적인 계획을 세우고 각 연구원과 보조연구원에게 업무분장을 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보조연구원은 책임연구원의 실무를 돕는 역할만 하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책임연구자는 프로젝트에 들어와서 관찰하고 분석하며 큰 틀을 재구성합니다. 즉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지요. 또한 개별 사업을 담당하는 각각의 연구자들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꼈던 점들을 실행보고서로 담아내는데, 이 내용도 맡은 업무에 따라 다릅니다. 즉 저(사무국장)의 경우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행․재정적 업무에 대한 평가가 주될 것 같고, 학교 밖 사업을 담당한 한미희(청소년상담센터) 씨는 서천탐사대 운영에 관한 보고서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서천청소년문화예술축제가 끝나고 나서야 평가에 대한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잡힐 것 같습니다.
연구자들이 의미 있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참여 관찰이 필수적일 테고, 그러니 책임연구자도 형식적으로 이름을 올려놓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많은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파트너십은 개인적인 친밀감이 높거나 사상적 경향이 비슷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업을 계기로 교감의 지점이 생기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뢰감이야 말로 파트너십의 핵심입니다. 사업단의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 사업에 들어온 협력단체가 다섯이지만 초반에 주축이 된 단체는 청소년상담센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담센터 실무자입니다. 상담센터는 학교밖 사업을 총괄책임지면서 우리 사업의 핵심일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반해 다른 단체 실무자는 각각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 진행에 급급하여 사업단 운영주체로 자리 잡진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전된 건 여름문화예술캠프부터였습니다. 덩치가 큰 사업이 눈앞에 닥치자 업무분장을 할 수밖에 없었고 업무분장에 의해 자신의 역할이 생기자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자발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반기 때에는 무엇을 할지 몰라 헤매던 아이들이 적극성을 가지게 되었고 담당 강사와 아이들 간의 파트너십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사업을 통한 신뢰감 조성이라면, 각 주체의 특성에 맞는 업무분장 및 프로그램 배치는 충분조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참여강사의 경우 더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학교밖 사업인 서천탐사대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지요. 중3 남학생으로 이루어진 자전거탐사대인 A팀의 경우 담당강사가 현직교사입니다. 상반기 때 2번 정도 탐사활동을 했지만 담당교사는 아이들이 통제가 안 된다며 매우 힘들어했고, 사업단에서는 아이들이 문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담당교사 없이 문화예술캠프에 참여하면서 다른 아이들의 활동모습을 본 후, A팀의 아이들은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자발성이 무척 높아졌고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담당교사를 끌고 가는 형국이며 탐사결과물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이 경우는 현직교사인 강사가 학교 안과 같은 리더십으로 아이들을 이끌려고 하다가 실패한 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강사의 실무 혹은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문화예술교육 담당교사로서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예는 또 있습니다. 모 담당강사가 맡은 B팀은 여고 3학년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이 강사는 아이들에게 원칙적으로 대하는 스타일이어서 처음부터 강사는 강사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어 하다가 결국 해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강사가 보조교사로 A팀으로 지원을 나가자 상황이 바뀌는 겁니다. 아이들과의 결합력도 높아지고 강사 자신의 의미도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강사 간의 성격적 궁합이나 가르치는 방법의 취향까지도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담당교사, 강사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만큼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동의미를 주는 것은 사업주체 간 파트너십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제대로 되면 담당교사의 자발성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그 자발성만큼 공고한 파트너십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 탐사를 하는 아이들. 서천 청소년문화도시프로젝트는

지역의 일상, 공간, 자연, 경제를 발견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포함한다.

향후의 과제가 있다면?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성패는 교사든 아이든, 혹은 지역문화인이든 간에 자발성과 만족도를 얼마나 많이 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서 공고한 파트너십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좀 더 섬세하고 주의 깊게 각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과 가장 적절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찾는 게 향후의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