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와 함께 지역의 자산 만들기

– 강원 강릉문화원의 <강릉 전통문화예술교육>

강릉문화원심오섭기획총무부장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 내용을 설명해 주십시오.
저희 시범사업은 강릉의 중요무형문화재인 강릉농악, 학산오독떼기, 관노가면극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안 문화예술교육과 사물악기, 민요, 그 밖의 국악기를 배우는 활동들로 이루어지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관련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학교 밖 프로그램의 경우 <우리문화 한아름교육>, <어린이 문화예술 체험학교>, <숲속의 국악캠프>로 구성됩니다. 그 중에서 <숲속의 국악캠프>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중 2박 3일의 캠프를 통하여 전통악기를 배우는 시간이죠. 국악캠프를 통해 국악교육을 정착, 최종에는 국악관현악단을 구성하여 교육,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입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강릉의 무형문화재 전통을 이어가고, 이 자원을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초등교사의 국악직무연수 및 무형문화재 전수자 연수를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관노가면극이란 어떤 것이죠?
관노가면극은 관청에 노비로 있던 사람들이 단오절에 참여해 놀던 무언가면극이 전승된 것입니다. 주로 춤과 몸짓을 이용해 극이 구성되었고, 양반과 각시의 사랑, 그 사랑을 방해하는 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갈등과 화해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내용입니다. 가면은 양반의 어리석음과 호색을 풍자하고 희화화했다는 것과 신앙성을 지닌 서낭굿에서 행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의 가면극 중 유일한 무언극으로 지난 2000년에는 세계적인 마임 축제인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강릉 지역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관노가면극 동아리가 11개 있습니다. 8년 동안 매년 단오제 행사에 참여하고 지역의 상설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지요. 저희는 이런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강릉 시내 모든 학교들에도 관노가면극이 보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계획을 구상 중입니다.

장구채를 잡고서 우리 가락과 만나는 시간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느끼기

전통예술을 교육과 연결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성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 일지요?
강릉지역만의 고유한 전통문화인 관노가면극이며, 농악, 학산오독떼기 등을 체험하는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노비와 농민같이 주로 서민들이 즐기던 문화인데요. 이를 통해 우리 정서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지요. 관노가면극을 예로 들자면 다양한 몸짓과 춤사위를 배우는 과정은 자연스레 운동이 될 것이고, 더불어 스트레스도 풀리겠지요. 무언극이니까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도 생기죠. 그리고 학생들이 의외로 이런 것을 배우면서 쑥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면을 쓰고 하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마음껏 자기를 표출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친근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전통문화예술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요?
꽹과리 배우는 걸 예로 들어보죠. 저희 문화원 수업 가운데 단체 악기체험 시간이 있습니다. 100~150명이 함께 하게 되는데, 학생들에게 꽹과리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강사가 쉽고 간단하게 이론을 설명하면서 장단에 맞춰 꽹과리를 쳐보도록 해요. 처음엔 긴장도 하지만 직접 쳐보는 재미에 나름대로 신바람도 생기죠. 또, 단소나 가야금을 배울 때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나 동요, 인기 드라마 삽입곡 등을 연주하게 했더니 반응도 좋고 친근감 있게 악기를 배우더군요.
학교 교사들을 저희의 연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교사들은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알잖아요. 그렇게 학생들의 선호도를 파악해서 전문 강사에게 참고할 수 있도록 했고, 학생들과 전문 강사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관노가면극은 문화예술교육으로 활용되어 강릉 지역 전역에 보급되고 있다.

올해 안에 꼭 이루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우선 올해는 많은 학생들이 전통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거리감을 좁히는데 주력하려고 합니다. 직접 체험하고 부딪히면서 우리의 문화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강릉문화원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한아름 교육, 어린이 문화체험학교)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는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지역 문화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포함되지요.
늘 고민했던 문화예술 전문 지도자 양성을 통해 전통문화예술 분야의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이는 강릉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과 전통을 실질적인 문화예술 지도자들에게 교육시켜 점차적으로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서울에서는 할 수 없고 ‘강릉’에서만 가능한 것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다시 지역의 자산으로 쌓이는 일이 되어야 하겠죠.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강릉문화원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강릉은 단오제를 비롯한 특색 있는 전통문화예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지역이지요. 저희는 오래전부터 초등학생에서 성인에 이르는 폭넓은 대상의 다양하고 풍부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물론 그 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도 있지요. 특히 무형의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계신 많은 전수자분들이 강릉지역에 살아계시고, 저희와 함께 이런 활동들을 꾸준히 해오셨습니다. 이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것 역시 고무적입니다.

사업 추진시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각 프로그램들에 학생들의 참여가 중요한 관건이니, 일선 담당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실천이 가능하도록 환경(분위기)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또, 전문 강사의 프로그램 지도안을 충분히 검토해서 이것을 현장에 적용했을 때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짚어봐야 할 겁니다. 서로 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사전에 많이 준비해야겠지요.
저희를 비롯해 시범사업에 관계하는 단체들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서 사업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한 문제고요. 실무 담당자, 현장의 강사진, 학교 교사들 간에 충분히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공유하는 과정부터 만들어가려 합니다.

진행 / 편집부

심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