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우리가 만들어요

– 충남 서천문화원의 <서천 청소년문화도시 프로젝트>

서천문화원이경진사무국장

시범사업의 핵심을 한 두 문장으로 간략히 정리해주신다면?
학교 안의 간학문적 통합교과 교육과, 학교 밖의 체험적인 문화예술교육의 교류를 통한 지역문화 인적자원의 네트워크 형성.

내용과 목표를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우리 사업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학생들이 교과통합적 학습을 통해서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통합적 사고와 활동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적 목적이 있고요. 둘째는 청소년 스스로 지역사회의 자연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발굴 자료화하여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정보와 대안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적 목적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들이 발굴 조사한 내용을 문화예술적인 행위로 표현하도록 하는 문화교육적 목적이 있는데, 지식을 단순히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체험과 성찰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해석,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사업 내용으로 보면, 아래 그림처럼 탐사 및 조사활동을 하는 학교 안팎 교육프로그램과 문화예술 매체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종합적으로 결과물을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발표하고 보여주는 문화예술축제 프로그램,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천 모듬살이 프로젝트>에선 어떤 활동을 하는 거지요?
<모듬살이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학생들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이모저모에 대해 특별활동이나 재량활동 등 교과과정을 통해 알아가는 수업입니다. ‘우리삶틀알기’, ‘우리삶터밝히기’, ‘우리삶터가꾸기’, ‘온삶틀느끼기’ 등 4개 모둠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활동이 고정적이지 않고 실행하면서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인 통합교과 교육과정이라는 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삶틀알기’ 모둠은 국어, 사회, 역사과가 관련되어 있는데, 지역민의 총체적인 삶의 형태, 즉 삶의 틀을 아이들의 가족사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모둠입니다. 그러므로 가족사에서 시작되지만 그 외연이 마을로, 마을에서 읍으로, 읍에서 군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내용도 국어, 사회, 역사 교과를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사회적 삶 틀을 안다는 것은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놓은 ‘온삶틀’을 느끼는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4개의 모둠은 어느 분야를 강조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 서천의 모습(모듬살이)을 밝히고 느낀다는 점에서 통합을 이루게 되는 거지요.

기획서 상으로는 <모듬살이 프로젝트>에 13개의 중고등학교, 28명의 교사가 참여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셨네요. 그대로만 된다면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흥겨운 지역축제로 꾸려지는 드문 사례가 되겠습니다.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몇 개 학교가 참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참여하는 학교의 수가 이 사업의 성패에 관건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하하, 정말 원대한 계획이지요! 그래서 부담이 더욱 큽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 차원에서 참여가 확정된 건 충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하나입니다. 사실 기획서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교장, 교감 선생님을 만나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교조 서천지회에 조직적 참여를 요청했고, 서천지회에서는 일단 집행부 이름을 계획서에 넣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던 겁니다.
사업의 취지를 지역사회와 학교에 정확히 이해시키려면 앞으로 상당히 긴 시간과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현실적으로 학교 단위의 참여는 많아야 3곳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여 학교의 숫자가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교사 개개인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교육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요.

서천문화원 이경진 사무국장. 시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문화 관련 일을 하며 건들건들 살다가 문화원에 들어와 꼼꼼히 일하고 있다. 스스로는 과중한 업무(음주가무)로 눈이 퀭한 불쌍한 총각이라 얘기한다.
표현기술 습득 중심의 단기간 <여름문화예술학교>를 여는 것도 흥미롭네요.
교육 흐름도를 보면 알겠지만, 우선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발굴하는 학교 안팎의 탐사활동 즉, <모듬살이 프로젝트>와 <서천탐사대> 활동이 이루어지고요. 이 활동을 통해 느낀 문제의식이나 해결방안에 대한 메시지를 청소년 스스로 선택한 문화예술 장르나 매체로 가을에 발표하는 게 <청소년문화예술제>입니다. 그 매체나 장르에 대한 기술적인 워크숍이자 문화예술 매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행사가 <여름문화예술학교>지요.

기술을 습득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만…
물론 짧습니다. 1주일 동안에 매체의 속성을 다 이해하긴 힘들죠. 그래서 상시적으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원교사로 탐사활동에 결합하여 기술 습득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학교 안팎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단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예술지원팀’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전문가적 작품이 아니니까요. 또 하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내용을 채우고 변화시키기 위해 연구하는 전문가집단인 ‘프로그램 개발팀’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서천문화원의 달리는 놀이터 행사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국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시는지요? 또 그것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사업이 계획서에 명시된 목적과 취지에 맞게 반절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크게 성숙하고 변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집 가계도家系圖 그리기’라는 통합교과수업 하나를 아이들이 수행했다고 치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일단 대부분 단절되었던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쑥스럽겠지만 부모나 조부를 인터뷰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며 그 이해는 곧 자신에게 피드백 되어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테죠. 그 고민의 결과는 아이들 스스로 만드는 거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긍정적이고, 때론 가슴 뭉클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성숙된 인식의 품을 이웃과 지역사회로 확장시키고, 더 큰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이게 이 사업의 가장 큰 기대 성과입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교사나 문화예술인들도 느끼는 바가 많을 겁니다.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도 변하는 거지요. 때론 아이들이,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관점으로 지역사회의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가장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
뭐, 언제나 사람과 돈이 문제지요. 예산 부분은 지방비가 추경에 편성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확보되느냐가 가장 문제입니다만, 일단 그때그때 사업비 규모와 상황에 맞춰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적 자원입니다. 지역의 인적 인프라는 정말 열악합니다. 당분간은 중앙 단위에서 ‘강사풀제’와 같은 형식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능력 있는 인력들이 지역에서도 살 수 있도록 파이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일단은 먹고 살 수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진행 / 편집부

이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