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문화예술교육사업을 다시 보다

좌담/ 문화예술교육사업을 다시 보다

진행, 정리 _편집부

일시: 2005년 4월 20일
장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참석자: 김주호(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박찬국(밀머리미술학교 대표), 백영(경희대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원), 이병준(부산대 교수), 전효관(시민문화네트워크티팟 대표)

땡땡:바쁘신데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 지지난해가 문화예술교육을 탐색하고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사업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지원사업들의 방향이나 내용을 한번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진흥원장님께서 말문을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김주호: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제가 진흥원에서 일한 지는 2달 정도 되었습니다. 진흥원 개원이 공식적으로 천명된 상태는 아니지만, 문화관광부의 문화예술교육과가 펼쳐놨던 사업들의 일부가 저희에게 넘어오는 과정에서 그간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사업들을 진흥원에서 추진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현재 진흥원은 아이로 치면 수유단계입니다. 재원, 사업내용 모두 문화관광부에 의존하는 단계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성격을 달리하는 별도의 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사업들을 단순히 이어받아서 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엔 정부는 커다란 정책의 틀을 짜고, 진흥원은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들을 스스로 짜고 실행하는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제가 3년 동안 여기서 공익근무를 하게 돼있습니다. 3년 되는 시점에선 그런 것들이 정비된 상태에서 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김주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지원기관으로서의 진흥원
김주호:진흥원은, 기본적으로는 지원기관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정부의 에이전시, 내용적으로는 지원기관이지요. 지원기구를 표방하는 건 상당한 이점이 있습니다. 많은 정부출연기관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가 자꾸 수입 확대나 재정자립 등을 강요하면서 본연의 목적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원기구는 성격을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진흥원의 다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문화예술교육정책을 홍보하는 일입니다. 가급적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일이죠. 아시다시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개념이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그러다보니 실제적으로 어떤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할 때, 그 사업의 성과나 방향성이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오해의 여지가 생기죠. 정확하게 의도와 내용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에이전시에 사업을 주고 나서는 반드시 평가를 시킵니다. 그런 면에서 진흥원은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는 역할도 합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교육을 하는 사람을 교육하는 일도 있습니다. 일종의 직무교육이 될 텐데, 별도의 학교를 운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교육프로그램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역할이지요.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정책의 새로운 개발, 기존 정책의 불합리함 개선 등 비교적 실질적인 연구가 저희 업무가 될 것 같습니다. 자체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부 연구진과 같이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진흥원은 지원기관, 홍보기관, 평가기관이면서 부분적으로 교육기관, 연구기관의 역할도 하는 복합적 성격의 기관이 될 겁니다.

이병준 (부산대 교수)

이병준:저는 지원사업, 정책 전반에 관해 얘기할까 합니다. 우선 타 부처와 연계한다든지 교육정책과 문화정책을 결합하는 사업들이 개발이 돼 환영하고 지지합니다. 또한 열악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지원이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큰 일입니다. 다만 학교교육 전반에 변화를 유도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다소 방향성 자체가 불투명한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예를 들어 사회 문화예술교육과 학교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틀을 나누어 놓았지만, 실질적인 사업 집행에서는 이것들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다른 부처에서 지원하는 사업과 중첩되는 부분도 있고요. 개념 자체를 그려내기 쉽지 않겠지만 그런 작업들이 지원이나 평가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그런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사업들만 계속되다보면 나중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사자들의 주관(취향)에 의해 사업이 결정된다든가 하는 경우가 생겨서 언젠가 공공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사업들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물론 지금은 선행연구나 사회적 합의를 해놓고 사업을 집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 과정 속에서 제시되는 의견들이 사장되면 그만큼 이 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잘 살려야 되기 때문에 한배를 탄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하고,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 소통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논의 구조를 가져가야 하겠죠. 하루아침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서로가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그런 내용들이 정책을 기획하는 이들에게까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진흥원에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전효관 (시민문화네트워크티팟 대표)

전효관:지금 시점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저는 비유를 들자면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똑같은 문제다’라고 봅니다. 박정희 시대에는 경제개발 성과주의라는 것에 압도당하는 것이 현실이었고, 그 속에서 주체형성 과정, 환경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업 중심이었다는 것이죠.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는, 문화예술이든 교육경험이든 상호변용과정 같은 걸 겪을 때에 살아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테면 기존의 예술이라는 것이 그대로 있고 일반 향유자에게 예술을 이해시키기 위해 해설이나 다리를 놓아주는 차원이 아니라, 예술이 일반

시민, 학생의 삶으로 어떻게 들어갈까 하는 것을 모색하는 차원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은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의미, 그것이 제기되었던 맥락이 실종되는 것과 같죠. 그렇다면 지금 있는 여러 현장의 소중한 실천 경험들을 어떻게 다듬고, 모델화시키고 조금씩 더 확장해나가느냐 하는 ‘과정의 설계’가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결여될 때 정책사업이 실패를 가져오고 결국 많은 이들을 좌절시킬 수 있어요.
진흥원과 문화관광부 얘기가 나왔지만, 예를 들어 모세혈관에서 피가 솟구치는데 대동맥 얘기만 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정부 중앙부처의 한계라고 한다면, 진흥원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흥원은 현장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죠. 그래서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에이전시로서의 진흥원의 개념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부처의 행정실무기구가 아니라 현장과 호흡을 맞추는 새로운 설계, 이것이 진흥원의 독자적 정체성을 갖추는 핵심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긴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주호:전효관 선생님이 지적하신 대로 에이전시로서의 조직설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만, 법적으로나 실체로나 진흥원은 에이전시일 수밖에는 없어요. 다만 정부의 에이전시로서 역할을 하되, 비유하신 것처럼 모세혈관적인 모니터링 기능을 해서 그것이 궁극적으로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렴장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런 장치들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과는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는데, 제가 경계하고 싶은 건 정부출연기관이 한번 생기고 나면,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에서 세월이 지나면서 정부기관보다 더 관료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필연적인 과정인 것 같지만 지금 말씀하신 그런 종류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통상 다른 정부출연기관들처럼 그렇게 고착화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그런 장치가 필요하겠구나, 제도적으로 이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고민해야겠구나 그런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이 단기간에 많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부분의 공공지원을 위한 심사 기술, 혹은 그 시스템 자체가 문화예술정책의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기존 예술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구조를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현재는 문제의식만 갖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는 숙제입니다. 오늘 청사진을 보여드릴 순 없네요.

백 영 (경희대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원)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매개하는가
백 영:요즘 문화예술교육의 교육적, 철학적 기반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철학이 교실 현장에서 표출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거죠. 문화와 예술이라는 게 다양성과 열려 있음이 특징인데, 철학이나 방법론을 미리 제시해주는 것은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학교 교사를 오래 하다 보니 뭔가 범주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강박 관념이 있어요. 하지만 계속 현장을 찾아 가서 보고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건, 다양한 선생님들이 대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주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진흥원이 연구기관 역할을 한다면 이미 있는 것들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것은 좋은데, 어떤 하나의 방향성을 미리 제시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찬국: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 유형을 다 포용하는 게 굉장히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정책을 집행하는 이들은 물론 다양하게 포괄해야겠지만 방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한편으로 극단에서 서로 부딪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요. 그래서 문제인식 차원에서 어떤 방향의 설정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하나의 교육 현장이 있다고 했을 때, 거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관찰하고, 그것과 같고 다른 여러 유형들의 갈래를 분석해서, 결국 그것들을 사회적 논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장치가 필요한 거죠. 현재는 전혀 그런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준:아까 전효관 선생님도 말씀하셨는데, 설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연구의 관점, 이론이나 철학의 정립, 모델 정립, 모니터링 따위 말입니다. 사실은 미시적 과정들에 관한 것들은 거의 스크린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 전부 같은 것들로 인식이 되는 상황이고요.
작년에는 4개 시범사업이 있었지만 올해는 학교 시범사업만 30개 이상이 됩니다. 저희들 스스로도 반성하며 제안했지만 시범사업이라고 우후죽순 펼쳐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단편적 프로그램까지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하고 사업 선정과정부터 철학과 방법 등을 논의하고 검토해야 하는 거죠.

김주호:저희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사업에 투여되는 공공재원이 잘 쓰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공감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홍보차원을 넘어서 말이지요. 얼마 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도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에 진입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이라는 사회도 이 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서 재단을 만들고 기부금도 모으는데, 사람들을 설득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예술교육을 해서 학생들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일반교과야 시험을 통해 쉽게 성과를 측정할 수 있지만, 예술교육은 그게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최선의 사례’를 채집해서, ‘어느 지역에 갔더니 이렇게 해서 저렇게 좋아졌더라’ 라는 식으로 밖에는 성과를 보여줄 수 없다는 거지요. 우리도 마찬가지로 좋은 사례들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발굴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효관: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이 결국 ‘무엇을 매개하는가’, 저는 이것을 간파하는 것이 지금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봅니다. 경영적 관심에서의 예술경영이나 문화로 행사를 매개를 하는 따위가 기존의 범주였다고 보면, 문화교육에서의 매개자는 이런 관심과는 다른 영역들을 매개 영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지금 정책에서 완전히 빈 부분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 한국>을 보면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고 돼있는데, 사실 연결하는 건 이미 굉장히 많잖아요. 미술제도, 미술관이라는 제도도 있고. 그런데 교육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할 때 핵심이 뭐냐 하는 것이죠. ‘생산을 한다’고 하면 일상창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소비를 한다’고 하면 향유자 차원에서 체험이나 치유의 과정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소통과 공공성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런 영역을 다루는 게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 역할이라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 측정은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제도의 변화라든지, 문화현장에서 행위의 주체의 변화를 어떻게 추구하느냐를 핵심에 놓고 봐야죠. 이게 다른 문제로 흔들리게 되면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도 흔들리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이미 그 징조들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아까 백영 선생님 말씀처럼 하나의 통일된 철학 구성보다는 각각 하고 있는 실천사례들의 의미 같은 것들을 짚어내는 과정이 좀더 진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주호:제가 이 자리를 빌어 여쭤볼 말씀이 있어요. 올 하반기에 있을 국제행사를 준비하다가 유네스코에서 나온 문건들을 참고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보면 ‘Arts Education(예술교육)’보다는 ‘Arts in Education(예술을 통한 교육)’을 예술교육의 개념으로서 정착시키고 보편화하려는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예술을 통해서 교육적 성과를 내는 방향이지요. ‘Arts in Education’ 쪽으로 가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기본철학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백 영:저는 예술이란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매체가 될 수 있고, 여기에 문화가 들어가면 그것이 생활화가 되는 것인데, 그게 바로 문화예술교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드라마든 연극이든 또는 미술활동이든, 나의 목소리가 표현되어 있고 그것을 같이 보고 있는 사람들하고 뭔가 소통할 때 예술교육이 삶의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이죠. 많은 분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문화교육하고 예술교육 두개의 영역이 합쳐진 것처럼 생각들 하시는데 누가 누구의 범주에서 뭘 하느냐를 따진다는 것은 아직도 예술에 협소하게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Arts in Education’은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찬국 (밀머리미술학교 대표)

사례를 발굴하고, 파급한다는 것
박찬국:예술을 새롭게 보려고 하는 노력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닌데 점차 세를 얻고 있다고 봐요. 저는 시범사업의 심사위원이면서 사업주체인데, 전적으로 제 개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기존의 예술 안에서 하는 교육을 강화하는 측면이 강한 사업들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정에서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신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논점화해서 깊이 있게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겠는지,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자리도 그런 것과 어느 정도는 닿아 있지만 말이죠. 조금 다른 얘기인데, 학교 안에서 자체적으로 예술교육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교사들이 많이 계세요. 미술은 굉장히 활발한 편이고, 문학이며 음악 과목도 여러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문제 지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또 학교 스스로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밖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입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 학교 안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의 입장을 잘 분석해서 학교 밖에서 들어가는 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얘기되어야 할 거라고 봐요.

전효관:요즘 교사워크숍 매뉴얼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굉장히 막막합니다. 상황도, 교사들이 어떤 것들을 원하는지도, 고민의 수준도 모두 다요. 지형그리기 자체가 안 되어 있죠. 대단한 목표를 갖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협업이 안 되고는 이 정도도 불가능한 것 같아요. 어우러지지 않으면 다 자기 얘기를 반복하는 것 이상 나오지 않아요.

김주호:그야말로 삶으로 체화될 수 있는 예술교육에 관한 텍스트북은 어디에 있을까, 학교는 교과서가 없으면 공부를 안 하는데,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은 게 개인적인 바램이기도 해요.

백 영:제가 12년간 미술수업을 하며, 나름대로 희한한 수업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정리해 책자를 만들려고 학회에 공모했더니 ‘너무 문화관광부와 친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죠. 적어도 초등학교는 한 사람이 많은 부분을 가르치니 그 나름대로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생각했었는데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예를 들어 자연시간에 관찰을 하고, 관찰하는 김에 나가서 그려오게 한 수업을 얘기했더니 그건 과학교육이냐 미술교육이냐 그렇게 물어오세요. 통합한다는 걸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어려우신 것 같아요.

전효관:문화예술교육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각각의 ‘계’를 접합시키는 효과에 있다고 봐요. 문화계, 교육계 등 떨어져있는 것들을 접합시키는 효과가 있죠. 뭔가 다른 사람을, 확 뛰어넘어서 만나면 새로운 발견이 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문화예술교육의 장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조차 서로 만나기가 어렵죠. 결국 또 ‘계’끼리 만나게 되고, 뒷풀이도 다 ‘계’끼리 가고…

이병준:사실 네트워크사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죠.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부터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벽이 있어요. 어떤 전문가가 있고, 자기가 모든 걸 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은 도우미라고 생각하면 어려워지죠. 창의성은 열린 파트너쉽에서 이루어지거든요. 이를테면 교사자율연구모임도 교사끼리만 하는 연구모임은 한계가 있다고 봐요. 새로운 피 수혈이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제 생각엔 교재 개발보단 모델 발굴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시범사업 중에 몇몇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지 모델화시켜 포장을 하고 다른 데서도 끌어갈 수 있도록 말이죠. 벌써 아이템이 고갈이 되어서 자신 없어 하고 그러거든요. 앞서서 연구개발하고 모델을 만드는 팀에는 그런 역량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이걸 받아서 운영하는 쪽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요.

백 영:모델화의 제일 큰 문제는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어요. 모델이나 교안, 교재를 만든다는 것은 일반화하는 과정인데, 제 생각엔 오히려 더 구체화하고 더 특화된 사례연구를 하는 쪽이 맞지 않나 싶어요. ‘아, 이 선생님은 그 지역에서 어떤 기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서 아이들과 폭력문제를 해결했지만 우리 지역에는 그 대신에 다른 것이 있으니 다르게 적용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자기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는 거죠. 일반적이고 평면적인 연구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고, 그걸 위해서 연구자가 장시간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하면서 발견을 해야 하죠. 그래야 제3자도 공감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이 보통이 아니죠.

이병준:저도 회의를 하면서 계속 기록을 남기려 하는데 철학을 공유한 다음에는 디테일한 프로세스가 남아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것을 가지고 가급적 적은 시행착오를 통해 여러 곳에서 변형된 형태로 적용하는 게 가능해지죠.

전효관:매뉴얼이라면 하자센터에 있을 때 종종 얘기한 건데, 참 쉽지 않아요. 현장서 활동하는 이에게 매뉴얼을 만들라는 건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어요. 현장에서 같이 보면서 생활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분이 따로 있어야 해요. 범위와 수준을 영역지우고, 다른 이들이 사례를 보고 그 함의를 읽어서 다른 맥락에 적용시킬 수 있게 말이죠. 지원기구의 성격에는 그런 게 포함되면 좋을 것 같은데, 가령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걸 해보고 싶어 하면 프로그램을 상담해주고 그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거죠.

박찬국:어쨌든 모델 사례를 보면서 자극받는다는 건, 결국 그 철학이나 패러다임 문제거든요. 백영 선생님 말씀처럼 실제로 그것이 그대로 적용되는 건 거의 없고, 있다 해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요. 전 특수하지 않은 사례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혀 범주화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결국은 보는 사람이 어떤 색깔을 택하느냐, 어떤 것을 추출하고, 어떤 생각으로 임하느냐가 훨씬 더 본질에 가깝고, 사례집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준:원장님께 부탁드리고자 하는 게 있어요. 부산에서 지금 박물관 관련해서 3년째 하는 작업이 있는데, 계속 노하우가 쌓이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일시적으로 끝나면 그 노하우가 사장될까 우려됩니다. 그에 대한 세심한 배려들, 모델화를 위한 적정한 시간 고려가 필요해요. 박찬국 선생님도 1년 해보셔서 아시지만, 1년 지나고 나면 아쉬운 부분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부분이 항상 있어요. 그런 노하우가 쌓이지 못하고 다른 곳에선 또 처음부터 시작하느라 고생을 하게 되지요. 지금 시범사업들을 보면서 이 중에 뭔가를 남길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지 반신반의하거든요.

김주호:그 말씀은 완성도 높은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그것은 결국 진흥원이 소액다건을 할 것이냐, 다액소건을 할 것이냐의 문제로, 그러니까 좋은 사례 중심으로 채집하자는 것과 가급적이면 많은 이들에게 많은 혜택을 빨리 주자는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섬세한 설계와 감수가 따르는 정책
땡땡:좀 예민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안 관련해서 문화연대 등에서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누가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박찬국:문화연대나 교사모임 등에서 법안에 관해 우려하는 부분의 하나는 기존 예술교과의 해체랄까 배제랄까 그런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아까도 교과통합적 수업 얘기를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다면 바깥의 지원사업과 학교와 만나는 지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런 얘기들을 교사나 학교와 먼저 이야기를 해서 진전시켜나가야 하리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좀더 명료해지지 않으면 교사들이 계속 위기감을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을 거예요.

전효관:문화연대에서 활동하며 의견서, 성명서 낸 얘기들을 들려드리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법안 내부에 관한 것과 법안을 포괄하는 사회적 맥락, 즉 법안 외적인 문제가 있어요. 먼저 외적인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문화관광부가 주도하는 센터라는 것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사회적으로 매개하는 구조가 없다는 걸 제기하려고 했던 것이 한 가지고요. 다른 하나는 박찬국 선생님 말씀과도 관계가 있는데, 문화부 자체 계획으로 보면 문화기본법을 제정하겠다 공표해 놓은 상태인데, 기본법 체제와 개별법 사이의 관계 설정 문제가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난립하는 현상들이 있어서 아마 조만간 문화관광위원회 소관 법률들에 대한 의견서가 다시 제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 내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크게 의견서에서 제안했던 것은 3가지였어요. 하나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설정 문제인데, 지금 그것을 해야 된다 아니다 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연구 작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설정되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그게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어떤 효과를 가질지 파악할 수 없다는 거지요.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교육의 사업영역과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심의와 조정역할을 하는 위원회를 설정하라는 요구입니다. 어떤 점에선 진흥원 독립성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진흥원 설립 과정에 대한 문제인데요. 사회적 합의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법안에 대해 약간 문제가 있더라도 그렇게 반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데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태도를 보면서 앞으로 법이나 제도들이 이런 과정에 따라 변질될 수 있겠다는 우려를 좀 했습니다. 이런 정도가 정부와 시민사회, 교육계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쟁점입니다.

김주호:이 자리에서 법안에 관해서 자세히 얘기를 하실 수 있는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자격증 문제에 관해서는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도 의견를 제시했습니다. 얼마 전 해외의 문화예술정책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강사풀제를 소개했습니다. 2천여 명의 강사를 뽑아 전국 3천여 개 학교에 파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니까 외국인들이 다들 깜짝 놀라면서 추진력에 감탄을 하더군요.
저는 음지와 양지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문화예술분야의 훈련받은 인력이 반강제적이지만 공공문화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런 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할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갖춰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어떤 사람, 어떤 요건을 갖춘 이에게 자격을 줘야 하는지는 숙의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병준:자격증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실천이 전문성을 띄어야 자격증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격증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실천과 직업이 분리가 되는 거죠.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저도 공감합니다. 사실 문화회관, 박물관, 문화의집에 이상한 사람들이 앉아서 시 보조금 받아가며 자기 사업들 하는 것을 보면서, 왜 문화기관이 교육적 기능을 자기의 주된 기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가 답답한데,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다만 자격증만 만들어서 될 것이 아니고 박물관, 문예회관 등의 조직진단과 변화과정이 같이 가야합니다. 그런 것들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법안에 안 들어간다고 하니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격증이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지 특정학과 학생들의 취직자리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면 안돼요.

백 영:전 사실 운전면허 외에 다른 자격증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물론 교사자격증이 있고 열심히 취득했습니다만, 자격증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법에 의하면 ‘문화예술교육사’ 라는 이름으로 된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참여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제도인가, 아니면 음미체 교사들이 또 한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인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물론 세부적인 사항이 나와야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자격증제도는 여기에 안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자격이라는 게 굉장히 애매모호해요. 자격증이 있다 해서 다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고, 또 없다 해서 못 가르치는 것도 아니죠. 자격증은 일정의 과정을 이수했다는 것이고, 혹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병준:사실 박찬국 선생님도 교사 자격증 없으시잖아요?

박찬국:아니, 있습니다. 교사자격증 쓸 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려고…(웃음)

전효관:예를 하나 들어보죠. 제가 본 것 중에 하나로 ‘청소년 지도사’ 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 수련시설에는 의무적으로 배치되어야 합니다. 제가 하자센터에서 일할 때, 처음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가, 어느 날 지도사가 몇 명이 있느냐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본법 같은 데에 이런 내용이 법제화되어있고, 이에 따라서 대학에 관련 학과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배출되고 청소년 개발원에서 그 자격증을 1급, 2급, 3급 등으로 관리한단 말이죠. 이게 무슨 얘기나 하면, 현장평가 때 자격증 소지자가 몇 명이냐가 지원금을 받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취업문제가 있는데 출신자들이 나오지 않으면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법조항 같은 데 더 강하게 밀어붙이죠. 의무사항을 40퍼센트, 50퍼센트로 올려라, 행정직만 빼고 다 청소년지도사로 고용해라 등등. 이런 식의 자격제도가 왜 필요한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에 문의했더니,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될 분들이 자리에 있는데 책이라도 한권 읽으면 얼마나 다행이냐더군요. 이게 자격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에요. 교사자격증은 정말 세심하게 설계되어 나와야 해요. 법안 문제를 다시 얘기하면 어떤 자격증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인지 법안 자체로는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이고요. 더 중요한 것은 자격증 문제를 빼면 이 법안이 규정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병준:자격증을 만드는 것도 문제해결과정의 하나라고 본다면, 지금 비전문가들이 난무하는 것들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김주호:그것은 법안이 통과될지 어떨지 등등의 추이를 지켜봐야 되겠는데요, 현재 그것에 대해 세심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자격증뿐만 아니라 노동연구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쪽에서도 다른 연구를 하는 중이고요. 좀 조율해야할 측면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정책 내지는 내용, 목적 등이 숙성된 상태에서 자격증이 발행되거나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진흥원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법안이 진흥원의 존립과 관련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올바르게 소기한 목적들을 이루려면 이 법의 통과는 우리의 지상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박찬국:이 법안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지역의 작은 단위까지 배치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명시되어 있습니까?

전효관:문화기관시설에는 의무배치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찬국:군 단위 정도의 문예회관에 가보면 학예사들이 거의 없는데, 그런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전문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감, 책임감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책임감을 가진 이들이 작은 단위의 지역까지 내려간다면 그런 일은 의미가 있을 것 같군요.

전효관:자격증이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관리나 감수의 몫이죠. 제가 아까 부작용을 말씀드린 건 자격증이 그런 점에서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는 것입니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박찬국:시범사업 주체로서, 혹은 심사자로서 느끼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작년에 저희도 그랬지만 올해도 많은 시범사업들의 실질적인 사업 실행이 2학기로 미뤄져있어요. 학교와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기왕에 투입되는 일인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산면에서도 지금까지 어떤 기금이 이렇게까지 지원을 해주었느냐,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사업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고요. 컨설팅 등 급한 대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좀더 섬세한 배려랄까 그런 것이 필요하고 고민도 많이 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올해 7, 8월 이전에 준비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우려가 됩니다. 먼저 경험했던 사람으로서의 책임도 있고, 내년에 제대로 세팅될 수 있게 올해 충분히 준비해야합니다.

전효관:개인적인 입장으로 말씀드리면,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으로 일정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변화라고 봐요. 그런데 이 변화라는 것의 물꼬를 어디로 설정을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작년부터 계속 얘기해오던 것인데, 이를 위한 협의기구 같은 것이 형성돼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워킹그룹 형태의 협의체 같은 것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진흥원에 대해선 당분간 안으로 응축하고 있으면서 진짜 무엇을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하면서 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으면 좋겠고, 사회적 네트워크 같은 것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설정했으면 합니다.

이병준:문화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이 유연하고 앞서가려는 시각들을 갖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도 갖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진흥원이 해야 할 역할이 있는 듯하고요. 그것과 관계해서 지금 진흥원에 그림을 그리고 설계하고 고민할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는 앞서 박찬국, 전효관 선생님도 말씀을 해주셨지만 대규모 정책이 있으면 그것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하고, 그런 역할을 맡을 기획단이나 그룹이 있어서 진흥원과 연계하고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범사업 3년은 짧습니다. 5년은 되어야 합니다.

백 영:제가 더뎌서 그런지 대기만성이 좋은데요. 방금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오래도록 해온 일들이 표면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들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가지고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 할 듯합니다. 팝콘 튀겨내듯이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가 진짜 살아 움직이는 데구나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주호:부끄러운 말씀이지만 올해 초에 아르떼 사이트를 처음 들어갔습니다. 정부에서 하는 사이트에 이런 게 있구나 싶어 충격적이었죠. 그 색깔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가 저의 관심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 쪽에서는 철부지로 여길 수도 있는데 가급적이면 퇴색하지 않길 바랍니다. 당분간 진흥원이 응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오늘 말씀 중에 가장 큰 숙제 는 모세혈관 얘기입니다. 어쩌면 아주 고리타분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꾸릴 수 있으면 하고요. 또 제가 여기에 있는 동안에 이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중요한데 여기에도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습니다.

땡땡:예술은 삶이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오늘 말씀들로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애정 어린 이야기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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