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을 보듬어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다

– 서울 강북구 열린사회 북부시민회의 <지역사회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도시저소득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프로그램>

열린사회 북부시민회박운정사무국장

아이들과 손잡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박운정 사무국장. 자연스럽게 배우고 소통하는 것 그래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처자이다.
열린사회 북부시민회와 그동안의 주요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열린사회 북부시민회는 서울 강북구 지역의 풀뿌리지역운동 시민단체입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주민들과 함께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시민교육, 주민자치, 자원봉사 3대 사업을 중심에 놓고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지요.
1990년에 무료 주민도서관인 <책읽는 마을>을 개관한 이래 부모교육, 글쓰기 강좌, 작가와의 만남, 어린이와 함께 하는 지역축제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 2년 동안은 초등학교 도서관과 연계한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고요. 주부들이 지역 곳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도 제공해왔지요. 동네 놀이터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모시킨 ‘가고싶은 놀이터만들기’, 건강한 지방의회의 정착을 위한 방청활동 등 주민자치 활동에도 힘써 왔어요.
그리고 지역의 건축가들과 직장인 남성들이 참여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집수리 자원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 역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자는 주민운동이며 자원봉사 운동입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1990년대 중반부터 지역사회단체 간 협의체 안에서 간사단체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시범사업의 내용은 어떤 것인지?
이번 사업 역시 꾸준하게 진행해온 네트워크 사업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에는 사안별로 네트워크 사업이 이루어져 왔었는데, 2003년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네트워크에 대해 더 폭넓게 사고하고 과제를 고민하게 되었지요. 지역 특징을 고려한 네트워킹이 교육복지투자사업을 만나 꽃을 피웠다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사업에는 수유복지관, 강북문화원,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강북청소년수련관 난나 등 10여 개의 지역사회단체들이 개별 사업의 주관단체로 참여하게 됩니다. 각 단체들이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강화해 학교 및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해내는 것. 그래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활동 지원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자존감을 키우고, 생활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지요.
초등지원, 중등지원, 지역사회 공부방 지원 3가지 분야로 나누어 시범 사업을 진행합니다. 초등지원사업은 학부모 자원활동가 연수, 어린이 시민학교, 어린이 예절교실, 미술 음악 연극놀이 및 치료 활동을 통한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중등지원사업은 문화동아리 지원워크숍, 특별활동 지원 및 발표회, 중3 고3을 위한 문화예술활동, 장애문화동아리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부방 지원사업은 청소년 공부방 프로그램 지원, 공부방 연합회 정서상담 지원을 할 것입니다.

다양한 주관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특별히 기대하는 단체가 있으시다면? 또한 각 주관단체들의 역량을 어떻게 추동해낼 계획이신지요?
지역 네트워크 사업을 하면서 많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단체가 ‘품 청소년 문화공동체’ 입니다.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데 공헌을 한 단체이기도 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많습니다. 이번엔 청소년 중심의 문화생산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지요.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각 주관단체들의 역량을 추동해내기 위해 분야별 분과를 만들어 소통의 체계를 세우려고 합니다. 초등지원, 중등지원, 공부방 지원 각각 대표단체를 두고, 그 단체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협의를 해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단체 간의 거리를 좁히고 사업의 공유를 위해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가질 것입니다. 여기서 각 단체가 배려와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기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여러 개별 사업들 중에 가장 기대가 큰 사업은 어떤 것인지?
글쎄요… 기대가 크고 의미가 있다는 것보다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학부모연수 사업입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학교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이제까지 학부모들은 대개 청소나 학습교구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받은 학부모들은 자율등교일이나 지역사회 알기 등 수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의 주체를 학부모까지 보는 사고의 확대를 꾀하는 것이지요. 올해는 사회교과목과 연계해서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 사회교과서에 지역사회알기 과정이 있지만 교사가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 교육을 받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것이죠. 행정과 문화, 유적, 생태 등 주제를 나눠 조별로 견학을 하고 체험을 통해 지역사회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입니다.

학부모들이 수업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학부모 연수

전반적인 지역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우선 강북지역은 문화복지 환경이 열악한 형편입니다. 강북구의 재정자립도는 2004년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 25위로 최하위입니다. 당연히 지역 문화복지 지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지요. 실제로 강북지역에는 16개의 시민문화공간과 시설이 있지만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또한 강북구가 뉴타운지구로 선정되면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후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살고 있는 주민들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심지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나 문화 차이로 인해 갈등이 심해지고 있죠. 그 간격을 줄여나가는 게 시급한 과제에요.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소통과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저소득층, 장애아동 등 어렵고 소외된 층에 특히 주목하여 사업을 계획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영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어야 할까요?
저소득층 아동이나 장애아동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정서적인 안정감과 자아 존중감을 키워내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벽을 허물고 다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보고 계획해가는 설레임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특히 여럿이 함께 하는 문화활동을 통해 소통하는 훈련을 하고, 친밀감을 회복할 수 있겠죠. 자신의 몸의 움직임과 소중함도 느껴보고, 그래서 이런 활동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고 학교 생활의 재미와 흥미를 갖게 될 것이라 확신 합니다. 물론,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도 그래야 하고요.

초등학교 도서관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 가운데 하나인 <책잔치 글마당>

사업 추진 시 가장 큰 걸림돌,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참여하는 주관단체들 간의 협의의 어려움입니다. 다양한 주관단체의 참여가 저희 사업의 특징이자 난점이기도 한데요, 각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실무 영역에서는 시범사업과 각 단체의 기존 사업 간에 연계문제 등이 갈등을 겪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대응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비의 전달자 정도라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자치구의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시키는 한편 주체적인 참여가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큰 과제라 봅니다.

이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지원이 절실한 부분은?
과도한 행정적인 업무와 회의, 워크숍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물론, 사업의 공유를 위해서는 필요하긴 하지만 사업주체들 간 인트라넷을 통한 업무 공유 등으로 대치될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가도록 해야죠. 그리고 지자체에서 지속적인 대응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주는 것입니다. 지역에서도 하겠지만 대응투자를 할 수 있는 행정적인 근거를 제정하는 등 지자체 대응투자를 적극 유도해내는 데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 편집부

박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