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밀머리 미술학교 시범사업 현장 – 소담한 밥상으로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여주 밀머리 미술학교 시범사업 현장 – 소담한 밥상으로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글_오희정(아르떼 경기도 통신원)

경기도 여주 점동고 2학년 2반 학생들이 선생님, 부모님, 동네 어르신, 지역 관계기관의 행정가, 시민단체 및 봉사단체 구성원들을 초대하여 한 끼의 식사를 나누고 서로 대화하는 작은 파티를 열었다. <우문현답>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여주 지역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주관단체인 밀머리 미술학교의 2005년 학교연계 프로그램이다. 세대 사이, 지역사회 사이 등 고정관념 때문에 딱딱해진 여러 방면의 관계를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파티’를 통해 자리를 마련,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지난해 버려진 버스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쉼터로 디자인하는 작업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던지라 아이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된 듯했다. 작게는 파티 초대장, 의상, 식기와 컵, 파티장 꾸미기, 식사 메뉴 선택, 선물 준비부터 크게는 놀이와 대화를 위한 진행 준비, 함께하는 프로그램 만들기, 함께 볼 영상 등을 준비하는 밀머리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함께했다.

경기도 여주 밀머리 미술학교 전경

▶▶ 프리뷰
장면 하나

녀석들은 신이 나 있음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느낄 수 있다. 아직 어른들은 모를지도 모른다. 녀석들의 꿍꿍이를 따라가기에 어른들은 항상 한 박자 늦다. 밀머리 미술학교의 넓은 운동장과 아름드리 커다란 고목도, 먹을거리 옆에서 서성이던 똥개도 모두모두 아이들과 함께하는 벗(友)이 된 지 오래다. 이젠 그 무리들 속에 나도 들어가 본다. 하나가 된 것이다. 역시 파티란 좋은 것이로군.

장면 둘
아이들. 아이들은 처음 온 손님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 자리에서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오늘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 파티가 있는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도 할 건 해야 한다. 아이들 뒤편에는 여기저기서 온 취재팀들이 한 무더기다. 촬영 카메라는 사방에서 돌아가고 그들의 디지털카메라는 수시로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아이들은 이제 카메라나 인터뷰가 전혀 낯설지 않은 눈치다. 아니 어쩌면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이들은 서울에서 관련 프로젝트 전시회도 해본 경험이 있고, 얼마 전에는 공중파 방송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니 사실 무엇이 두렵겠는가.

“점동 고등학교 1학년 2반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게 작년 3월이에요. 아니 이젠 2학년 2반이 되었으니 벌써 일 년 하고도 반이 지났네요. 이 아이들과는 작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지금은 2주에 한 번씩 아이들의 특별활동(CA) 시간을 이용해 이곳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번 학기 마지막 시간으로, 아이들의 부모님과 선생님을 모시고 파티를 열거예요. 지금은 파티 준비 중입니다. 아이들이 마구 흩어져서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각자 자기가 맡은 영역에 가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한마디 하신다)아, 왜 오늘 비가 내리는 것일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야외에서 손님을 맞을 수 있었을 텐데…”

-프로젝트 디렉터이자 시범사업 총괄자 박찬국 선생님

▶▶ 플래시백
파티 시작 2시간 20분 전
부슬부슬 비는 내리고 – 학교 조회대와 컨테이너 교실 풍경

녀석들은 요기조기에 모여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학교 조회대에 모여 있던 녀석들은 손님맞이 요리를 위한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커다란 양푼에 고슬고슬한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다. 손에 조리용 위생장갑을 낀 한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들에게 밥에 간이 잘 되었는지 먹어보라며 여학생들 입에다 푹푹~ 한 주먹씩 밥 뭉치를 건넨다. 밥만으로도 맛나다. 벌써 시식용 밥만으로도 한 그릇은 족히 먹었을 아이들의 배 속에는 밑간한 쌀밥과 녀석들의 웃음소리 섞인 비빔밥이 담겨 있으리라.

얼마 전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 작업을 하였다고 했다.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에
특징이 살아 있다. 그것에 덧붙여 스팽글을 달아본다. 레게머리 모양처럼 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신한 얼굴도 있다. 이 사진들은 마지막에 모두
차곡차곡 붙여져 벽에 걸렸다. 우리만의 축제를 만든 주인공들의 얼굴이다

운동장 저편 작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선 몇몇이 모여 스팽글과 셀로판지를 가지고 조물조물 무언가 만들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포토샵으로 색편집을 해 놓은 사진에 스팽글을 붙여 색다른 ‘또 하나의 나’를 만들고 있다. 얇은 셀로판지에도 ‘추상의 창작’이라며 연신 접착제와 스팽글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 대뜸 나에게 하는 말. “말 시키지 마세요.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다. 그렇게 녀석들과 놀아보고(?) 있는 사이, 조금씩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녀석들의 손놀림은 더 분주해진다.

파티 시작 2시간 전
더워서 땀이 나도 또 움직이고 싶은 – 몸으로 표현하는 오브제 물체극 팀

옆 컨테이너로 자리를 옮기자, 아이들과 편한 운동복 차림의 선생님 한 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아이들 몸 풀기 워밍업 중.
“자, 여기가 무대다. 너희는 음악 소리가 나면 무대에 선 모델처럼 걸음을 걸어보는 거야. 그리고 너희들이 걷는 중에 선생님이 손뼉을 ‘짝’ 하고 치면 그 동작을 가만히 정지해보자. 그리고 그 순간을 아주 편안히 느껴보는 거다.”
한 아이가 핸드폰에서 음악을 선곡하여 짠~ 튼다. 아이들은 한 명씩 그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역시나)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 아이들은 변신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이 의식되기도 하여 어색해 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선생님과 아이들의 호흡은 조금씩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춤을 추듯 걸음을 걷기도 하고, 박수 소리와 함께 잠시 마네킹처럼 몸을 정지시켜 보기도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오늘이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한다.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중 오브제 물체극 수업 모습

파티 시작 1시간 30분 전
만찬 준비는 어떻게? – 조회대의 김밥 만들기 현장

갑자기 학교 앞 조회대로 아이들이 몽땅 몰려갔다. 김밥을 말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친구가 싸놓은 김밥을 잽싸게 치마에 감춰 내달리는 아이도 있다. 조리대에선 길쭉한 햄을 볶는 중이고 참치캔도 따 놓았다. 여러 번 요리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듯, 쓱싹 몇 번 손이 왔다 갔다 하더니 한 바구니 분량의 김밥을 다 완성한다. 음식준비를 함께 담당하신 선생님들은 재료를 ‘들었다 놨다’ 여기저기로 옮기느라 바쁘시고, 그 사이 잠깐 들르신 박찬국 선생님은 음식 냄새를 맡고 조회대로 몰려온 강아지들 때문에 돌멩이를 들고 ‘워이워이~’ 쫓고 계신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그 때의 음식 준비를 단지 ‘요리’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아이들은 요리 삼매경에 빠져 있다(이것은 요리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이겠지만). 오색찬란한 식재료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위생장갑 손놀림과 음식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 그리고 그 와중에 짬짬이 나오는 다양한 대화는 요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 무엇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혹자는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음식도 치료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좋겠다. 그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정말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적극적이다.

벌써 얼굴에 ‘나 요리에 푹 빠졌어요.’라고 쓰인 남학생에게 한 취재원이 이렇게 물었다.
“요리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요리사 해도 되겠어요.”
녀석은 돌아가는 카메라에 대고 씩씩하게 말한다.
“장래희망은 따로 있는데, 요리는 계속하고 싶어요. 취미로라도.”

파티 시작 1시간 30분 전
작은 공간 속에서 웅크리다 –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에 한창인 오브제 물체극 팀

“아이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늘 이렇게 찾아오시는 손님들 앞에서 무언가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매 시간 즐겁게 참여하고, 긍정적인 몸짓으로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여요. 그것이 참 좋습니다.”

-오브제 물체극 담당 이철성 선생님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장소를 옮겨 한창 파티장 으로 꾸며지고 있는 컨테이너 교실 한쪽 정리장 앞에 모인다. 그런데 녀석들이 갑자기 그 작은 정리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파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여기 정리함 앞의 공간을 무대 삼아 오늘 준비한 퍼포먼스 하나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철성 선생님과 아이들은 벌써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연습에 몰입해 있다.

작고 좁은 정리장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그 무엇으로 변한다

작고 좁은 정리장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몇 명의 아이들. 두 명의 사회자가 관객들을 향해 “이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밖으로 꺼내 놓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박수를 쳐주시면, 이 사람들은 새로운 그 무엇으로 바뀔 거예요.” 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한 명씩 그 작고 좁은 정리장 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어떤 아이는 박수 소리에 맞춰 일어나 ‘납량특집극’ 패션인 귀신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고, 어떤 아이는 관객의 귀에 이어폰을 끼워주며 “같이 들으실래요?”라며 작업을 걸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정리함을 쑤욱 빠져나와 힘없는 젤리처럼 늘어져 있다가 박수 소리와 함께 새로운 형상으로 바뀌며 자신을 소개하는 작업이다. 어색하긴 할 테지만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무엇으로 나를 표현해야 할까.
아이들은 마구 수줍어하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퍼포먼스인데다가, 내성적이고 남 앞에 서는 것을 낯설어했던 녀석들인지라 기대 반, 떨림 반에 가슴이 콩닥콩닥뛰고 있어 보인다(같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본 나도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도 아이들은 원래 실전에 강한 법. 연습은 충분히 해놓았고, 아이들 각자에게는 숨겨진 끼가 있다. 그걸 믿고 아이들은 분장에 돌입한다.

파티 시작 30분 전
준비 완료 – 모두가 파티장으로 집합!

컨테이너 교실을 멋진 파티장 으로 꾸미던 녀석들이 드디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이 벽에 붙여지고, 저녁나절이 되자 작은 전구에 불도 들어오고 셀로판지를 이용한 소품들이 천장에 나란히 붙여진다. 무대 쪽을 보니 그동안 <우문현답> 프로젝트 중 진행한 프로그램을 담은 영상물 상영준비를 하고 있다.

초대한 손님들은 언제 오시려나. 음식은 준비가 다 되었나.
퍼포먼스를 준비한 아이들은 분장이 다 끝났나. 이제 파티장 준비도 모두 끝나간다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파티장에 벌써 손님들이 한 분 한 분 두리번거리며 입장하고 계신다.
그때 멀리서 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 오셨어요~ !”
반가운 듯 녀석은 벌써 멀리 운동장으로 뛰어가고 있다. 옆에 계시던 선생님 한 분이 나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이 엄마가 여기 안 사시고 멀리에 계세요.”
한걸음에 달려 나간 아이는 엄마와 함께 파티장으로 꾸며진 컨테이너 교실에 들어선다.

드디어 파티는 시작을 알리고
하나 둘 초대한 부모님과 동생뻘 되는 꼬맹이들 그리고 동네 어르신이 자리를 잡으신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아이들도 자리에 앉아 조용해진다. 준비한 영상이 화면을 통해 상영되고, 이제 오늘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사인이 떨어진다.
자, 파티는 시작되었다.

▶▶ 리뷰
만남과 관계를 위한 해법, 밥상머리에서 찾다

하나. 아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기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어찌하다 보니 녀석들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된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본의 아니게 여러 기관과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히고, 텔레비전 전파도 탔다. 어른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 관찰 비슷한 것도 했을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긍정적이냐 혹은 부정적이냐를 따질 일은 아닌 듯하다. 기존의 목적과는 분명 다르겠지만, 사회와 소통하는 자신의 모습을 함께 뒹굴던 카메라라는 매개물을 통해 다시 한번 아이들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 여하튼 녀석들은 선택받은 상황들에 잘도 적응해갔다.

둘. 파티의 의미 찾기. ‘파티’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만남’을 위한 자유로운 자리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파티를 반기는 것이다. 실제로 찾아간 밀머리 미술학교는 듣던 것보다 혹은 알려진 것보다 무척 수수(?)했다. 담당하시는 선생님들도 그렇고 아이들도 참 소박하다. 여주라는 고장의 지역적 특성은 밀머리 학교의 시각적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진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자면, 나에게 있어서 이번 파티는 시범사업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다정다감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꿈꾸는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다시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돌아본 파티는 소담한 나눔의 밥상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의 장이라 말하고 싶다.

셋. 변화는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분명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깊이와 폭이 각자 다를지라도 말이다. 당장 먹고 싶은 식욕을 참아가며 음식을 준비하고, 초대할 사람들을 위해 ‘썰렁하면 안 될 것 같은’ 놀이 프로그램을 골똘히 연구하면서 혹은 몇 번이고 그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에 땡땡이를 칠까 말까와 같은 자잘한 욕망(?)과 싸우면서 다들 이번 프로젝트의 가치와 소중함을 각자의 가슴에 새길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로서의 의미를 먼저 거론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니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근본적인 정서는 다시 돌아보게 되는 ‘관계를 위한 만남’이자 ‘타인들 속에서 찾아가는 내 모습’인 것 같다. 아이들의 작은 감정 하나하나에서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찾아낸 신개념의 파티 프로젝트.

정작 그날 시작된 파티는 어떠했을지 궁금하지 않는가? 과연 녀석들의 마음이 초대한 손님들에게 전달이 되었을까? 여러 궁금증은 각자의 마음에 다시 한번 담자.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단다. 다음 번에도 또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던 녀석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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