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_편집부
맨땅에 헤딩하듯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통신원들. 공교육 현장의 교사, 문화활동가, 문화기획자, 문화기반시설의 교육담당자 등 다채로운 이력과 경험만큼이나 다양한 면면을 가진 아르떼 지역통신원 5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아르떼 통신원으로 데뷔는
2. 기억에 남는 취재 현장과 인물
3. 보람과 응원이 나의 힘!
4. 어려움? 물론 있지요.
5.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어요.
내가 사는 곳에서 시작하는 문화예술교육 – 제주통신원 안진영
추천의 변–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아르떼 지역통신원으로서 일단 좋은 기사를 많이 쓰고 있다. 다른 이들이 어린이 NGO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아주 세밀하게 기사를 작성한다. 요즘 동영상 제작법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제주통신원 이호석)
|
안진영 통신원 |
1. 저는 현재 제주 표선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고 통신원 활동은 후배교사인 이호석 통신원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몇 년 전부터 ‘소중한 우리 문화’를 주제로 꾸준히 독서체험활동을 진행해 오면서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아르떼에서 모토로 내건 문화예술교육이 제게 강한 동기를 부여했지요. 아울러 통신원으로 활동하면 나눌 거리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아 나눌 거리가 풍부해요. 그분들이 활동하는 내용을 입으로만 전해도 감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입소문으로만 내면서 묻어두기엔 아까운 내용들이 많으니까요. 이젠 그런 안타까움이 조금 줄었어요. 지역 통신원 역할을 하면서 그 분들의 활동을 기록해 두게 되었으니까요.
2. 묻어두거나 혼자 감동하기 아까운 사례들을 차곡차곡 기록함으로써 관심 있는 어느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것이 비록 단 한 사람에 불과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사들을 가급적 자세히 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3. 제주 역시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활동하는 여건이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해요. 문화예술교육 센터가 있다면 그분들의 활동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텐데, 함께 나눌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되는 것 같고,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자니 안타깝죠.
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서’와 ‘소중한 우리 문화’가 제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지금도 독서가 중심이지만, 소중한 우리 문화에 대해선 방향이 조금 달라지고 있어요. 특히 지역통신원으로서 제주어를 지켜가려는 사람들, 제주 신화를 되살리려는 분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길이 결국 ‘제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홉 살짜리 딸아이에게 우리나라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얘기할 때마다 아이가“이때 제주도는 어땠는데요?”라고 질문하는데 답해줄 말이 없더군요. 제주에 삼십 년 넘게 살아온 사람인데도 제주를 말하지 못하는 거예요. 참 답답하죠. 우리 아이도 저처럼 자라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급적이면 제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과 제주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금산 소식을 전국에 전한다는 것이 보람이죠 – 충남통신원 김현봉
추천의 변– 금산지역의 거의 모든 문화예술행사에 관여하시면서 눈부시게 활약하시는 분이 바로 김현봉 통신원이다. 서예가이신데 본의 아니게 정적인 활동보다 동적인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문화공간이 밀집한 금산 다락원이 군민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기회가 되면 차 한 대에 공연 기자재를 싣고 금산군 구석구석을 돌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대전통신원 임선영)
|
김현봉 통신원 |
1. 대전통신원 김은형 선생님의 권유로 통신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저는 현재 금산문화원 사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산문화원의 각종 축제ㆍ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죠.
2. 태동주부난타 동아리를 취재할 때 일인데, 회원 가운데 이경일 님이 수업이 있기 전날 밤에는 화장을 하고 잠을 청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아침에는 자녀들 챙기고 남편 출근시키다 보면 시간이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출석을 하신다는 얘기였어요. 게다가 그분이 사시는 곳에서 금산읍 까지 시내버스가 1시간마다 있어서 시간 맞추기도 힘드셨겠죠. 그래서 그런 웃지 못 할 사연이 생겨난 것 같아요. 정말 열의가 대단하신 분들이었어요.
3. 문화원 업무에 쫓기다 보면 기사 마감시간에 맞추거나 취재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지만 그런 속에서 제 기사가 아르떼에 올라오고 그 기사를 보고 프로그램을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또 금산에 관한 소식을 내가 전국의 아르떼 가족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이 생기죠.
4. 통신원 일과 문화원 일을 같이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부족합니다. 금산은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어 중복되는 과목이 많은 데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종합복지관인 다락원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사실 다락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과 자가용을 갖고 다니는 주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분들도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 같은 교통수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화예술프로그램 지원금이 대부분 관청으로 내려오다 보니 특유의 관료적 특성-질보다는 실적위주의 양적(과목수)인 팽창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인해 과정보다 결과에 치중하여 원래의 취지에서 많이 벗어나는 것을 종종 보게 돼요.
문화예술교육을 중매하고 싶어요 – 광주통신원 김수정
추천의 변– 언제나 따뜻한 미소와 쾌활한 얼굴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밝게 해준다. 김수정 선생님의 에너지와 열정은 지역통신원 활동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아르떼 지역통신원 담당 송승민)
|
김수정 통신원 |
1. 기사는 자신의 관심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하게 마련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현장은 학교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5.18 역사박물관만들기 프로젝트>의 역사소풍입니다. 저 또한 광주의 시민이지만, 광주의 역사와 지역성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역사소풍을 준비하는 자리에 함께하긴 했지만, 역사소풍 당일 5 .18 구 묘역, 도청옥상, 상무대, 영창을 돌면서‘내가 발을 내리고 있는 이 땅 안에 많은 사연이 스며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사도 감정적인 어조를 누르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되더군요. 결국 마음가는대로 썼는데 기사를 쓰면서 소풍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기사가 될 수 있을지 끝까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2. ‘좋은 것은 함께 나눈다.’이것이 가장 큰 동력인 것 같아요. 일종의 삶의 철학처럼 크게 자리 잡았어요. 예전에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꾸만 안으로 움켜지려고 했던 것들에 대한 반성이라고 할까요. 통신원 활동으로 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만나게 되었어요. 다른 통신원들의 좋은 기사를 볼 때는 감사하고 저 또한 그렇게 되길 바라게 됩니다.
3. 이번 달 기사는 무엇을 써야할까? 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죠, 그에 동반하는 것이 내가 바라본 대상을 곡해하지는 않았는지, 기사를 쓰고 나서 그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충분한 내용을 담아냈는지 끝없이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또한 저와의 싸움인데 다른 통신원들도 저와 같은 입장일 것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현재 광주광역시는 문화중심도시 조성이라는 당면과제를 수행하고 있어서 문화적인 인적 물적 자원들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역동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르떼 지역통신원으로서의 자리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시작해서 자리를 잡아가는 곳도 있고, 이미 진행 중인 곳도 있는데요, 현재까지는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나눌 수 있는 마음으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말(語)의 대반격을 꿈꾼다 – 제주통신원 이호석
추천의 변– 함께 취재를 다니게 되는 상황이 많은데 그때마다 “선생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부드럽게 얘기하는데, 그 말에서 오히려 강한 힘이 느껴진다. 주변 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하고 그 비판 의식 가운데 합리적인 개선책을 내놓는가 하면 행사의 장단점을 흔쾌히 인정하는 태도 때문에 그런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에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제주통신원 안진영)
|
이호석 통신원 |
1. 98년부터 시민단체인 (사)제주문화포럼에서 활동하면서 문화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주지역은 인구가 적은 곳이라 문화활동가도 적고, 접할 수 있는 문화거리도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누가 건네주는 문화를 즐기기보다는 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활동을 기획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홍진숙 화가님이 지역통신원 활동을 혼자 하고 계셨는데 학교문화예술교육 측면을 좀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 일단 문화적으로 열악한 곳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니까 용기를 많이 얻게 됩니다. 소신껏 사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마다 삶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쫓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되묻게 됩니다. 저는 물론 다른 지역 분들 역시 제주지역이니까 문화적 소재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셨을 터인데 막상 부딪혀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도 서로 간의 연결과 공감을 통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무작정 만드는 것보다 철저한 기획과 시민의 눈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3. 어려움이 있다면 아직 발이 넓지 못하여 소재거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는 거죠. 그리고 좀 비판적으로 쓰고 싶은데 그럴 경우 힘들게 운영하시는 분들께 누가 될까봐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고요. 문화예술공간을 학교 안과 밖으로 나누어 어느 곳이 더 활동적인가를 본다면 학교 밖 움직임이 더 활발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적이고 일상화된 학교 현장에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학교 안의 선생님들도 서로 격려가 되게끔 많은 사례 발굴이 필요할 것입니다.
4.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어린이 NGO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싶은 욕심이 좀 큽니다. 2년간 어린이도서관과 어린이열람실에 매달려왔는데 올해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을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주변에 있는 나무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자연을 이해해나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전혀 지식이 없지만 해나가면서 조금씩 배워나가야죠. 거리에 씽씽 달리는 자동차들의 이름들은 쉽게 알면서도 거리의 가로수들, 마을길에 있는 나무들, 이런 것에는 우리들이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요. ‘뚜럼’ 박순동 선생님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제주 지역이니까 지역 방송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제작한 ‘제주말로 진행하는 뉴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 지역에 있으면서도 표준말 정책에 눌려 천대받는 제주말의 대반격이라고나 할까요?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연대 모색 중 – 대전 통신원 임선영
추천의 변– 임선영 선생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관심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다른 충남 대전 통신원들에게도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충남통신원 김현봉)
|
임선영 통신원 |
1. 문화예술계통에서 일하다보니 아르떼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 대전통신원으로 지원했는데, 충남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충남통신원을 권유 받았죠. 그래도 지역에 사는 사람이 활동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충남통신원으로 활동하실 만한 분을 추천했는데, 그분이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바람에 결국 제가 담당하게 됐어요. 대전에서 충남까지 이동거리가 길어서 조금 힘들긴 했는데,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해는 멀리 다니느라 고생했다면서 대전통신원으로 발령받았죠(웃음).
2. 지난해에 취재한 연기군 향토박물관의 임영수 선생님이에요. 대전의 한 동사무소에서 이름도 낯선‘승경도’놀이라는 걸 강의한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는데 폐강됐지 뭐예요. 안타까운 마음에 물어물어 연기군까지 찾아가 승경도 놀이를 취재하면서 임영수 선생님을 만났지요. 임영수 선생님이 지인들과 연구하고 발굴한 놀이가 승경도 놀이였어요. 그분은 지역문화에 온몸을 다 바친 분이죠. 향토사 연구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모은 각종 민속자료들로 작은 향토박물관을 세우기도 하고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급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셨어요. 무엇보다도 그분의 이런 열의와 실천을 응원하고 돕는 고향 친구들이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3. 저 역시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취재원을 발굴해 이야기를 듣다보면 남의 얘기 같지 않아 공감이 갑니다. 기사로 소개되면 고맙다는 인사도 종종 듣는데, 그분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아르떼 통신원이 아니라면 누가 나그네처럼 찾아온 사람에게 단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겠어요? 제겐 새로운 취재원과의 만남이 경험의 확장이고,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는 계기라서 한 분 한 분과의 만남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영감으로 새겨지는 듯합니다.
4. 현장은 늘 고민과 어려움 투성이인 듯합니다. 교사들이 아이들 또는 교육 수혜자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현장이 되어야할 텐데 교사들은 다른 고민을 떠안고 살 수밖에 없어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문화예술에 관련된 사람들이 불러주는 곳도 많고 밀어주는 곳도 있어 맘껏 활동하고 뜻을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5.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가깝게는 펀드의 조성이든 교육프로그램 개발이든 문화예술교육 개인이나 단체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실현시켜 나가야겠죠. 그러자면 지역에서는 개별적인 활동보다는 연대활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십 년 뒤쯤 작은 음악체험박물관을 만들고 싶고, 대전지역에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축제를 해보는 것이 꿈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