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체험을 통한 즐거움을 비롯해서 감성적 인식능력의 확장, 문화예술과 참여자 간 혹은 참여자들 간의 공감과 소통, 연대의 관계 확장까지,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는 개인적 차원부터 사회문화적 차원까지를 포괄한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RAND 예술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이 가져오는 개인적인 효과라는 것은 전체 사회의 공적인 가치인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공공적 차원의 효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McCarthy, Ondaatje et al., 2004). 즉, 문화예술교육의 영향은 개인적인 차원의 가치를 넘어 사회문화적 가치로 그 외연을 넓히는 역동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광범위한 결과와 영향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공유해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와 영향은 이처럼 매우 광범위하다. 또한 대상, 환경, 내용, 매개자라는 변수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문화예술교육은 정형화된 형식이나 고정된 내용을 갖기보다 참여자의 반응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느끼는 새롭고 강렬한 경험이나 교육 이후의 삶에도 작고 큰 변화를 야기하는 추동력 등 문화예술교육이 주는 변화와 효과들에 주목하고 이를 이후의 교육에 반영하는 숙고의 과정은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와 우리 삶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한 작업이다.

 

지난 12월 17일 개최되었던 문화예술교육 2차 포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다’는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와 효과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가져다 주는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학술적인 논의들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의 변화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 효과의 확장 가능성과 메시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포착하고자 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이 지니는 가치와 중요성이 확대되고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어가면서, 학계에서도 문화예술교육 참여자들의 활동과 교육의 결과를 분석하는 등 그 효과성을 증명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어왔다. 포럼의 첫 번째 발표자인 정경은 교수(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문화예술교육 효과의 증명을 시도해 온 그간의 연구논문 120여건을 통합적으로 메타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이들 논문들로부터 효과크기를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상당히 크나 일부 효과에만 제한되어 있는 학술적 접근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다. 더불어 장르중심적인 내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하였다.

 

세계가 바라보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사회맥락적 차원의 목표설정과 실행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실천적인 힘을 높여야

 

해외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인설 교수(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문화예술교육, 미국 비영리기관인 AWBW(A Window Between Worlds)의 폭력 피해자 대상 문화예술교육, 미국 대통령 예술•인문학 자문위원회(PCAH)의 턴어라운드 아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독일 연방문화청소년교육협회(BKJ)에 대한 다양한 효과분석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해외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어떠한 가치에 집중하는지를 설명하였다. 문제해결능력, 문해력, 창의력에 초점을 두고 있는 ‘LTA(Learning Through Art)’ 프로그램과, 개인의 회생과 치유에서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 및 소통과 사회자본을 창출하는 ‘Women’s Window Program’ 사례 등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효과가 나타난 프로그램들이 공유되었다. 이러한 효과들은 UNESCO가 1965년 제시한 예술의 10가지 기능(발견, 강화, 표현, 기록, 의사소통, 해석, 개혁, 심미, 질서, 통합)에 부합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들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별 혹은 사회적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기획과 고민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문화예술이 삶과 별개로 존재하지 않듯 문화예술교육 역시 사회맥락적 차원에서 그 목표 설정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변화가 실천적 힘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꽃씨앗학교’,‘동그라미 프로젝트’
개인에서 공동체로 가치가 확장
지역, 공동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에의 관심 증가

 

지난 해에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이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정책의 확대 흐름에 비추어보았을 때, 지역이나 공동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혜자 대표(문화디자인 자리)는 미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나타나는 공동체와 연계된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통해 앞으로 확대될 지역•공동체 연계 문화예술교육에의 시사점을 던졌다. 유럽과 영미권 국가들의 경우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대응과 복지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재정비의 필요성에 의해 일찍이 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삶의 방식을 새롭게 기획하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문화예술교육이 도입되어, 문화예술교육과 공동체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왔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 국가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 확대에 매우 중요한 실행방식으로 작용해 마을이나 낡은 도심을 새롭게 하는 데에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때의 문화예술교육은 이미 예술행위도 아니고 교육과정도 아닌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여, 주민들의 예술활동이자 공동체 활동, 축제, 놀이 속에서 사회적 차원의 효과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최혜자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공동체의 다양한 자원을 공유하고 연계•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해 활성화된다고 설명하였다.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과 소통,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관계의 창출, 참여한 주체 간의 인내와 노력 등, 문화예술교육의 공동체적인 가치가 구현되는 과정은 경계를 허물고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권영오 교사(전북 남원초)가 발표한 전북 남원초등학교(예술꽃씨앗학교 1기) 이야기는 예술교육의 효과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로까지 이어짐으로써 보다 다양하고 지속적인 변화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되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예술놀이터’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예술적 표현력을 깨우는 동시에 재래시장과 골목 등 침체된 생활공간을 문화예술교육 현장으로 확장하면서, 학교와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 문화예술기관과 행정기관, 배움터와 삶터를 서로 잇는 소통과 연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효과가 개인, 조직(학교), 공동체(마을)로 확장됨으로써, 개인은 문화적 체험을 확대하고, 학교는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며 지역사회는 예술교육을 통한 교육 공동체로 새롭게 의미 부여가 되었던 것이다.
안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례는 올해 가슴아픈 사건을 겪은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스며들어 지역 내 주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가치를 보여주었다. 황우자 차장(안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은 지역기관과 예술대학 및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교육자와 참여자가 되는 지역 연계 사례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상심과 실의 속에 있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서로 상처를 보듬어 일상으로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그라미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느끼고, 울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꿈을 꾸면서, 위기를 함께 넘자’는 취지의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개인과 지역의 회복을 위해 일상 속에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지닌 공동의 참여와 소통 및 치유의 가치가 공동체의 특수한 경험과 의제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개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 소통 필요
현장에서 경험하는 변화과정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공유해 나가야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논의와 공유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해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국립예술기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은 2014년 2월에 「2014~2018 문화예술 발전계획(Strategic Plan Framework for FY 2014-2018)」을 발표하면서 예술의 기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 예술의 가치와 영향을 전달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북미 전역의 예술강사들 간 정보 공유를 위해 70여년간 개최되어 온 ‘전미 커뮤니티 예술교육 연례 콘퍼런스(Annual Conference for Community Arts Education)‘의 올해 프로그램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와 영향에 대한 다양한 발표들이 포함되는 등 문화예술교육이 가져오는 변화와 효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확인되는 변화과정을 앞으로도 명확하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으로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공간 및 이슈와 결합되면서 더욱 확장될 문화예술교육의 역할과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외연을 넓혀가면서 보다 다양하게 우리의 삶 곳곳에 자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유진

홍유진 _ 정책연구팀장

2014 문화예술교육 2차 포럼 안내: http://www.arte365.kr/?p=36447
2014 문화예술교육 2차 포럼 자료집PDF: http://www.arte.or.kr/infomation/research/det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