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안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누구의 삶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일까?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은 일반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말할 때 교육대상자와의 교감, 수업의 과정에 대해 말하지만, 이들의 삶과 실천에 대한 조망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광주광역시 대인시장 문화공간 ‘상상의 곳간’에 모인 지역 문화예술교육 선후배 활동가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선•후배의 만남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의 세대 구분을 해 보자면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인 2006년 전후로 활동을 했던 인력을 ‘1세대’라 칭하고 2006년 이후의 배출된 인력을 ‘1.5세대’ 혹은 ‘2세대’라 칭한다. 한편 2011년 이후로 활동을 시작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활동가들은 ‘3세대’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지역의 2세대 이후 신진 활동가들은 1세대 혹은 1.5세대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조언과 멘토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거의 최초의 성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수혜자로 문화예술 및 예술교육에 관심이 깊었던 1세대 활동가들은 이제 유관기관이나 단체 안에서 행정 및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하여 이 시대 신진 활동가들인 젊은 인력과 현장에서 마주치며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할 기회가 많지 않다. 2세대, 3세대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은 생활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올바른 문화예술교육 실천을 위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함께할 수 있는 선배들과의 만남을 바란다. 이러한 이유가 바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선후배들이 자리를 함께 한 까닭이다.< /p>
 

이날 대담의 사회는 ‘문화경영플랫폼 B’의 오승룡 대표. 그리고 대담에는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1세대인 북구문화의집 정민용 원장, 광주지역 연극분야 문화예술교육 활동가인 추말숙 선생, 그리고 2세대 이후인 5년차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권정효 씨와 영화분야 학교문화예술교육 강사인 육수진 씨 등이 참여했다. 또한 현장에 함께한 다양한 옵저버들의 의견도 자유롭게 펼쳐졌다.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 공유와 연대를 모색하다

 

오승룡 대표_ 우리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교육 인력들끼리 술자리를 비롯한 만남의 자리가 자주 있기는 하지만 항상 당면한 현안을 이야기하기에 바빠 우리들의 삶에 대해 논할 기회는 많지 않았죠. 그래서 이렇게 선후배간 만남의 자리가 이루어진 것이 참 좋습니다.

 

정민용 원장_ 저희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있을 때만 해도 참으로 쉽지 않은 날들이었어요. 문화예술교육 개념 자체가 희박한 시대였기 때문에… 요즘 젊은 활동가들의 상황은 어떤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추말숙 선생_ 문화예술교육은 저의 존재 이유이며, 제게 자유를 주는 활동입니다. 후배들이 저와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으면 하는데요. 하지만 현실의 족쇄도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죠.

 

육수진 씨_ 처음엔 생활을 위해 시작한 예술강사 활동이었지만 지금 제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 문화예술교육입니다.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권정효 씨_ 제 자신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이 가진 힘을 알고, 체험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예술을 전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선배들이 어떻게 활동해 오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또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고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정민용 원장_ 예전에는 정말 이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여러 가지로 설명해 보려고도 하고 때론 행동으로 보여 주기도 했지만 이젠 답이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이다.’ 이렇게 답을 하곤 해요.

추말숙 선생_ 제가 생각하기에 문화예술교육이 뭐냐는 질문에 제일 답하기 좋은 것은 예술강사 사업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예술강사 사업과 관련이 있거든요. 마을회관에서, 학교에서, 이런 경험 해 보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다들 한 번씩은 문화예술교육과 만난 적이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때 느낀 감동을 통해 크든 작든 자신의 삶이 바뀐 것을 다들 경험해 보았고요.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기능전달의 체험만은 아닌 셈이죠.

육수진 씨_ 호흡할 수 있게 해 주는 숨통, 획일화된 사고의 틀에 갇히지 않게 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권정효 씨_ 중학생 때 국어시간에 저는 요리를 하고, 친구에겐 시를 낭송하게 하는 등 같이 협동해서 뭔가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느꼈던 창작의 기쁨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아닌가 싶네요. 창작의 기쁨, 그리고 소통의 기쁨, 저는 그것을 문화예술교육이라 정의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이런 부분에서 기쁨을 느끼지 않는다면 삶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없으면 삶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는 공기 같은 존재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일’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문화예술교육

 

오승룡 대표_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여러분의 일이기도 한데요. 생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떤가요?

 

권정효 씨_ 제가 평생 해야 할 일인 동시에 생계를 해결해 주는 일. 지금은 직접적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르떼진 지역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육수진 씨_ ‘밥벌이’라 말할 수 있겠죠. 그러나 행복하고, 권하고 싶은 밥벌이만은 아니에요. 제가 예전에 가르치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영화 콘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힌 적이 있죠. 영화예술교육을 받던 아이였는데요. 그 아이의 장래희망을 듣고 기쁠 수도, 슬퍼할 수도 없었어요. 문화예술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특히 문화예술교육자가 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기에… 저에게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건 ‘애증’의 또 다른 표현 같아요.

추말숙 선생_ 저 또한 수진씨와 같은 과정, 고민을 겪었어요. 물론 지금도 현장에서 이런 갈등을 느끼고 있죠. 선배의 입장에서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는 수진씨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같아요. 저만 해도 제 자식이 문화예술교육 활동가가 되겠다고 하면 마음으로는 말리고 싶을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그 과정을 조금 더 먼저 겪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거든요. 이건 돈과 상관없이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보람을 가져야 활동가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군요.

 

신구세대의 아름다운 공존

 

정민용 원장_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새로 나온 어떤 개념, 그리고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한 개념이라고 받아들이시는데요. 그런 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이란 우리에게 내포된 역량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인 역량, 삶에 대한 역량, 어떤 일에 대한 스스로의 역량… 그래서 모든 문화예술교육은 철저히 개인적인 동시에 그 개인적 역량이 모여 공동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승룡 대표_ 신구세대의 만남, 리더십 이런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1세대들이 2, 3세대들에게 멘토로 리더십을 발휘해줄 수 있는 점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추말숙 선생_ 저희의 활동과 시행착오, 그리고 성과를 밑거름이 되는 데이터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이 폭넓게 시행된 지 10여 년이 되었으나 오늘 이야기 속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1세대가 처음 시작할 때 느꼈던 어려움을 2, 3세대도 똑같이 느끼는 점이 있거든요. 이런 것이 자꾸 반복되지 않고 어떤 케이스 스터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오승룡 대표_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을 것 같네요. 문화예술교육 각 세대간의 활발한 소통과 함께하는 고민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눠 주신 것 다시 한 번 참석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글∙사진_아르떼진 지역통신원(광주)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