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으로 돌아본 소중한 일상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으로 돌아본 소중한 일상


아이들의 시시한 일상이 특별해 지는 미술시간, 비결은 “관심” 이다 말도 안되는 상상이 칭찬받고 흔한 집앞 화단이 상을 받는 민지애 선생님의 시시해서 특별한 일상 들여다 보기.


여드름을 짜주는 식물, 등에 나무가 열리는 사슴, 모든 과일이 다 열리는 화초, 꿈을 현실로 이뤄주는 식물, 이야기를 들어주는 화초 등 학생들은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식물에 담아 표현하고 있었다. 섣불리 말하자면 이러한 식물이 현 세상에 있을 리 없겠지만 식물을 생각해 내고 이름을 지어주고 스케치함으로써 학생들은 그 식물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학생 하나하나가 무엇을 갖고 싶으며 어떻게 되고 싶고 어떠한 것에 짜증이 나는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마도 자연스럽게 속내를 표현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드러내면서 예술에 조금씩 기대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사적인 부분에서의 시작은 미미한 요소를 드러내지만 그것은 자신을 들여다보게도 하고 치유하게도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학생들 자신에게는 일상 속에서 나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작은 예술을 경험한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이번에 진행한 아이디어 스케치는 일정부분 미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술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미술시간을 준비물이 많은 수업시간으로 오해하거나 잘 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주눅 들어 미술을 괴로움의 시간으로 기억하고 평생 ‘나와는 거리가 먼 과목, 혹은 분야‘라고 결정지어버린다. 그래서 내 생각을 밖으로 표현해 내는 것, 일단 작은 내 안의 것을 꺼내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서부터 시작해야 자연스럽고 가장 재미있는 것이 될 테니까, 비록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하더라도 말이다.

시시하지만 진정한 것

지구정복이 삶의 목표로 등장하는 시대에 내 수업은 시시하게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주제,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주제를 다뤄왔다. 그리고 심지어는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을 알게 되면서 더욱 더 자신 있게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의 저자 강홍구 씨는 일상 속의 시각 문화를 읽어내며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그림책처럼 많은 사진들로 구성된 책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거리 풍경을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곳곳의 거리 모습을 비판하고 아쉬워하고 잔소리 한다. 그러나 거리의 의자, 평상 부분에서는 다시 칭찬을 늘어놓는다. 진정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정겨운 가구이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소에 버려진 소파나 골목길에 자리 잡은 평상이나 의자는 분명 멋진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촌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정겹게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분명 시시한 것들의 장점 때문일 것이다.

골목길의 평상은 멋지다고 할 수 없지만 정겨움이 있다.

비판 속의 희망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은 본래 일상 속에 녹아든 시각문화를 비판한 책이다. 아주 예전에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했던 저자는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이야기’라는 대중적인 미술소개서를 저술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작품 활동을 대단히 열심히(본인의 표현대로라면) 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는 ‘우리 시대 일상 속 시각문화읽기’ 라는 작은 제목으로 세상의 시각문화를 비판한다. 그것도 일상 속에 아주 깊이 침투해 있는 권력과 기호들에 대해 날카롭고 부정적으로 해설한다.
책은 세 가지의 큰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는 전신주의 광고, 신문지의 간지광고, 스티커사진, 헤어스타일, 신발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안에 숨겨진 욕망과 개인의 취향 등을 해석한다. 두 번째 ‘거리에서 보다’는 거리에서 보여 지는 풍경들 안의 의미들을 낱낱이 헤쳐 본다. 정보는 많고 의미는 없는 간판, 편의보다는 구색에 가까운 거리의 의자들, 인간이 처형한 자연인 가로수 등으로 주변의 풍경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생산물인지 그리고 삭막한 것인지에 대해 하나씩 예를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력은 힘이 세다’는 신호등을 감시자, 담을 소유의 만리장성 등으로 표현하면서 돈, 운동장, 묘지, 만국기, 플래카드, 등의 대중적 산물들과 권력의 연관성을 서술한다. 결과적으로 책의 내용은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관한 내용이기보다는 ‘시시한 것들은 아름다울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의 일상이 권력에 의해, 자본에 의해, 욕망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므로 아름답기는커녕 추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불만들은 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 시시한 것들을 진정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나는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 있는 희망이라는 부분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문화예술교육은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이고 사적인 것이기에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를 에워싼 시각문화에 대한 불만을 더 많이 갖게 되기를 빌자. 그리고 만약 그 불만이 시시한 것들을 진짜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중 서문에서)

특별한 내 삶의 잔재미

최근에 나는 경기도 성남에서 축제 겸 전시를 진행했다. 그 중에는 주민들의 화단을 격려하고 홍보하는 화단시상식이 있었다. 성남문화재단의 지원으로 태평4동에서 진행된 화단 시상식은 주민들에게 신청서를 받아 화단에 관련된 조언을 해주고 기르고 싶은 씨앗이나 영양제 등을 나누어 주며 화단이 멋진 집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화단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평동의 그곳에도 흔한 풍경 중 하나였다. 주민들은 먹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에서부터 이름도 모르고 주워 기른 화초까지 수많은 화단들을 아끼며 키우고 있었다. 주민들은 화단시상식에 대해 처음에는 ‘그저 취미로 하던 것인데 이것이 무슨 상 받을 일이나 되냐’며 의아해 했다. 그러나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일상에서 평범하게 습관처럼 행하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화단시상식을 통해 그 의미를 재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기본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단시상식의 접수가 시작 된 지 한 달이 지날 무렵, 주민들은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각자의 취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화단 가꾸기를 ‘특별한 내 삶의 잔재미’로 승격시킨 것이다.

화단시상식은 주민 스스로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화단가꾸기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일상 속의 예술은 분명 자생적인 것이다. 삶에 있어서 필요에 의해 스스로 발생되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발생 되었기에 처음에는 세련되거나 수준급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투박한 붕어빵을 찾는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자리하는 것들이다. 이는 좋은 의자를 놔두고 굳이 평상에 모여 앉는 이유가 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시시한 것도 아름답게 소소한 것도 소중하게 평범한 것도 비범하게 바라봐주는 유일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삭막한 사회의 세련됨에서 오는 갈증까지도 해소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찾는 가장 쉬운 길

“이제 시각문화, 생활 속 문화는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과 사색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을 뿐 어떤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책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때문에 이 책에 기록된 불만들은 그러한 변화에 작은 도화선 역할을 기대하고 쓴 것이다.”(‘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중 서문에서)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서는 시시하고 소소한 풍경들이 얼마나 정겨운지, 사라져가는 정겨움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자본화 되고 저질화 되어버린 문화들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본화 되고 세속화 되어도 우리 일상에는 아직도 소소한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의 생활환경 속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현하고 격려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고등학교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끊임없이 ‘나에 관한, 내가 만들고 싶고 필요한 무엇’을 생각해 내는 수업을 진행하곤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자신에게만 국한 된 듯 보여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 미미한 출발이 때로 자신을 더욱 대단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시시한 것들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진정 자연스러운 교육이자 직접적인 예술이다. 더불어 작은 일상의 의미를 찾는 것은 미래의 풍부한 예술 향유자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예술교육을 일상의 소소함에서 시작한다면 대단하지 않아도 정확하게 대상자를 파악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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