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음악 풀어놓으니 음악도 아이들도 ‘우리들은 자란다~’

갇힌 음악 풀어놓으니 음악도 아이들도 ‘우리들은 자란다~’

올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가평 유스 빅밴드를 만났다 학교 지역연계 시범사업으로 음악과 만난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의 하모니.


””빠라밤빠라바 빠라밤빠라바’ 가을 하늘 드높은 학교길. 멀리서 들려오는 연주 소리에 기분까지 상쾌하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가평고등학교 분수대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낯선 이들의 관람이 신경 쓰였는지 귀까지 빨갛게 상기된 아이도 있고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친구들과 눈웃음을 주고받기도 한다. 정면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금세 얼굴을 가리기 바쁘다.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아이들에게 다가서자 “사진 왜 찍어요? 우리 관악부가 유명해요?”라는 질문 공세가 쏟아진다. 원래 가평고등학교 관악부는 27명. 이번 연습에는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빠져 14명이 자리했다. 사실 도심이 아닌 지방에 위치한 학교일수록 문화의 혜택이 풍족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평고등학교는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서 음악은 아이들의 얼굴에 즐거움을 주는 확실한 매개이자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


14명의 아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가평고등학교 교정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작은 시골마을 수줍은 아이들의 당찬 멜로디

관악부 정원란 선생님의 지휘봉이 지휘 준비를 한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로 돌아가 저마다 악기를 들고 지휘봉이 움직이기만 기다린다. 관악부의 음악이 시작되자 주변에 있던 다른 동아리 아이들이 몰려든다.

“우리 학교 관악부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도 나갔었어요. 진짜 잘 하는 것 같아요.”

2학년 지은이가 자랑스레 말을 건넨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국제적인 음악행사로 올해의 오프닝을 가평고등학교 관악부가 장식했다. “그날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걱정도 되고 실수 할까봐 조마조마 했던 기억이 나요”라며 3학년 보람이가 홍조 띈 얼굴로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항상 그러시잖아요. 학창시절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나간 일은 정말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제가 언제 그런 큰 무대에 서겠어요. 그날 정말 재밌었어요. 너무 떨린다며 울기 직전인 아이들도 있었고 갑자기 악기 소리가 이상하다며 조율을 몇 번씩 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저요? 저는(친구들을 향해 눈웃음)친구 손잡고 엄청 떨었어요. 그래도 무대 위에 올라가니까 뿌듯하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날처럼 우리 연주가 멋지게 들린 적도 없었어요.”

주변 아이들도 보람이의 말에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관악부 일상은 이렇듯 아이들의 학창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있다.

 

악기 불면 성적 떨어진다고?

고 3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연습에 나온 보람이에게 수능 준비 안하느냐고 물었다가 금세 무안해져 버렸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늘 추억이 최고다 친구가 최고다 하시면서 함께 할 시간을 주지 않잖아요. 저희가 책상 앞에 있다고 해서 늘 공부만 하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졸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아무리 책을 봐도 공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전 호른을 부는 거예요.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집중력도 높이고 수험생 스트레스도 푸는 거죠.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한다고 생각한적 한번도 없어요.”


연주에 열중하는 동안 잠시나마 수능 스트레스에서 해방이 된다.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보람이를 보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취미생활로 푼다는 것이 얼마나 능률적이고 지혜로운 일인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보람이가 호른을 분다고 하면 종종 음대에 진학할 예정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호른은 보람이에게 고교시절의 추억이자 취미 생활일 뿐이다. 관악부를 담당하고 있는 정원란 선생님은 부원 중 전교수석을 한 친구도 있다며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우리 관악부 아이 중에서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체 1등을 한 아이도 있어요. 성적이 정말 많이 올랐죠. 악기를 다룬다고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편견이에요. 오히려 도움이 되죠. 처음에 관악부에 들어와서 자신의 의견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아이도 이제는 제법 장난도 치고 자신의 의견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니까 자신감이 붙는 거죠.”
곁에 있던 보람이가 선생님의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악기를 한번쯤 배워보고 싶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죠. 도시에서 학교 다니는 사촌들도 부러워해요.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뭔가를 한 가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생활도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구요. 이제 곧 졸업인데 3년간 열심히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선생님~ 관악부 생활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짧은 학창시절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서 기쁘다는 가평고등학교 관악부원들

“대한민국 모든 청소년이 악기 하나쯤은 다루는 그 날을 위해”
가평고등학교 관악부 정원란 선생님

50년간 이어온 관악부의 전통을 잇고 있는 정원란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우리학교 관악부,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

– 관악부의 위상이 대단하다.
“가평고등학교는 개교이래로 지금까지 50년간 관악부가 있었다. 많은 학교들이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에 관악부를 등한시 하고 있는데 다행히 명맥을 잇고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가 2004년이었다. 그때 우리 학교 관악부에는 망가진 악기들과 먼지 가득한 지하 연습실이 전부였다. 다행히 학교 지역연계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됐다. 제대로 된 악기에 각 분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제대로 소리 내고 제대로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 대외 활동도 활발하다.
“올해 가평에서 열린 2006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돼 연주했다.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아름답고 행복해야할 학창시절에 공부만을 강요받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가 오고 보니 타 지역 아이들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대도시 학생들은 문화공연 등의 접촉이 많지만 시골 학생들은 문화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 각 군청, 학교, 지자체의 후원을 받는 것도 좋지만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의 열정이 가장 시급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1인1악기 배우기’의 기회를 주는 일,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선생님들이 먼저 움직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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