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이 중심이 되는 문화예술교육


지난 12월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안양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접했다. 연합고사와 기말고사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이 펼쳐진 것. 총 13개 학급을 반으로 나눠 이틀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의 명칭은 ‘짱으로 재미있는 현대예술’. 안양지역을 중심으로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가 연합고사와 수능시험을 마친 중3, 고3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현대미술을 테마로 펼쳐진 ‘짱으로 재미있는 현대예술’은 일상의 미디어인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을 이용한 놀이, 게임 만들기를 통해 동시대 예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작품분석을 통한 예술작품 감상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동시대 예술에 드러난 퍼포먼스와 극예술 등 몸을 통한 표현과 소통, 에너지의 발산과 호흡조절을 체험할 수 있다.

이들이 좋아하는 수업

7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한 안양중학교에서의 학교문화예술교육은 영어, 수학, 과학에 익숙한 3학년 학생들에게 전혀 다른 방식의 수업을 선보였다. 주제에 따라 각각 ‘현대미술에 숨어있는 게임의 법칙’, ‘퍼포먼스 미술의 이해와 실제’, ‘마주보는 현대미술-Playing together’, ‘미디어 놀이’, ‘포토퍼즐’, ‘오브제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이해와 논술’, ‘오브제 교육극’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놀이와 연극 등의 요소를 첨가, 학생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해에도 연합고사와 기말고사를 마친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의 프로그램을 운영한 안양중학교는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에도 특별 프로그램의 진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주변에서 접했던 익숙한 것들을 보여주고 현대미술을 연결시켜 설명하니 그 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죠. 3학년을 대상으로 방학 전까지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안양중학교에서 영어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박미영 교사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연합고사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의 높은 호응도를 전했다.
3학년 5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늘 하루 4시간 동안 ‘오브제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이해와 논술’을 교육할 윤현옥 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여자친구 있는 사람? 여자애들은 생각도 많고 지식도 많은 친구들을 좋아해. 그러려면 오늘 수업에 집중해야 할 걸. 예술에 대해 알게 되면 좀 더 근사해 보일 거야.”
안양중학교가 남학교인지라 여자친구 이야기에 학생들의 귀가 쫑긋 선다. 게다가 안양지역에서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를 교실 내 프로젝션 TV를 통해 나열하자 눈까지 반짝인다. 안양지역 공원 등지에 전시된 예술품을 설명하고 작품의 재료 선택과 조합, 사용방법, 의미 등을 이야기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학생들의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게 해 그 소지품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의미를 부여하자 모두들 신기해하며 기존 예술작품의 숨겨진 의미를 하나씩 짚어나간다.

옆 반 학생들은 교실을 떠나 학교 곳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들의 손에는 자그마한 디지털 카메라가 들려있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포토퍼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윤종필 강사는 학생들 스스로 콘티를 짜고 기획한 후,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그 사진을 즉석 인화해 하나하나 퍼즐처럼 끼워 맞춰 자신들만의 예술작품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모둠별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선 학생들은 화장실 문이나 교실바닥, 학교 계단, 운동장에 쌓인 눈 등을 촬영하며 머리 속으로 포토퍼즐을 맞춰나가고 있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갖고 놀던 디지털 카메라였는데 주제를 정해 촬영하고 하나씩 퍼즐 맞추듯 구성한 후에 그 의도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셔터를 누를 때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촬영에 나선 학생들은 찍기 전에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촬영할 장소를 물색하는 등, 한창 바쁜 표정이다.
그런가하면 강당에서는 ‘오브제 교육극’이 한창이었다. 강당 양 편에 늘어선 학생들이 서로 ‘얼음 땡’ 놀이를 하며 긴장을 푸는가 싶더니 동작을 멈춘 그 순간, 하나의 조각 작품이 되어 친구들에게 의미를 읽히고 있다. ‘오브제 교육극’은 학생들 스스로 생명이 없는 오브제가 되어 창조적인 행위를 배우는 연극 놀이 프로그램. 수업을 맡은 이철성 강사는 게임과 수업을 접목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미디어와 접목한 현대미술교육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의 ‘짱으로 재미있는 현대예술’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비디오와 디지털 카메라 등의 미디어 통해 작품을 평가하고 토론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고 있었다. 연극과 퍼포먼스, 게임 등을 접목해 현대미술을 이야기한 후 그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마지막 시간에 함께 감상하며 설명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백미현 강사가 3학년 2반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미술의 이해와 실재’의 경우, 미술, 연극, 무용, 음악 등 여러 장르를 통합한 퍼포먼스 미술을 이해하고 학생들 스스로 모둠을 나눠 주제를 정해 퍼포먼스를 행하도록 했다. 4개조가 각각 ‘우정이냐 고통이냐’, ‘사회에서 냄새나는 사람의 괴로움’, ‘급식시간의 공공의 적’, ‘싸움의 기술’ 등의 제목으로 퍼포먼스를 한 후, 그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마지막 시간에 함께 감상하며 토론과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각각의 주제를 갖고 진행된 7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특히 비디오로 촬영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창작한 작품을 평가하거나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양 스톤앤원터 윤현옥 교육연구실장

‘오브제를 기반으로 한 예술의 이해와 논술’ 수업을 진행한 윤현옥 실장은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준비된 프로그램이 필수요건이라며 철저한 수업준비를 강조했다.

– 안양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센터의 프로그램이 독특하다.
“지난해부터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확대됐다. 안양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톤앤워터는 초 중 고 학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안양중학교 수업은 연합고사와 수능시험을 끝낸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 안양중학교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수학, 영어 수업을 안 하니 당연히 좋겠지만(웃음). 활동을 많이 하는 체험 중심의 수업이라 아이들의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작년에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는 우리가 먼저 학교로 찾아가 사업 이야기를 했는데 올해는 많은 학교가 먼저 찾아왔다. 예산이 부족해서 모두 수용하진 못했는데 학교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오늘은 대규모 수업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하루에 5~6명의 예술강사가 투입된다. 안양중학교는 3학년이 총 13개 학급이라서 이틀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물론 교육프로그램은 연구수업을 병행하면서 진행할 때마다 개선해나가고 있다. 거의 1년 내내 수업준비가 이뤄지는 셈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반복되기만 하면 메뉴얼화되고 도태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잃는다. 특히 교육프로그램은 현장과 학생, 교사에 의해 변화되고 개선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