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확산과 소통의 장을 기대하며-김주호 원장 인터뷰

문_편집부/ 답_김주호(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임보영(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교류담당)

다음달 서울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열기로 가득찰 전망이다.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005 문화예술교육 국제심포지엄>과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아태지역 준비회의>를 통해 국내외 문화예술교육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 두 가지 국제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주호 원장을 만나 행사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준비회의>는 어떤 행사입니까?
문화예술교육은 이제 전세계적인 이슈입니다. 어느 나라나 공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공교육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그 대안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죠.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유네스코가 주재하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회의가 2002년 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열렸는데 이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논의와 관심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모이는 세계대회 개최를 논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를 열기로 했고,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 북미, 유럽 등에서 권역별 준비회의를 통해 리스본 세계 대회에서 다루게 될 권고안(recommendation)을 결정하는 중입니다. 이번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준비회의는 아태지역 권역별 준비회의로, 이 지역 각국의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정책 및 현안들을 공유하는 한편, 리스본 회의에 상정할 아태지역의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죠.

우리 나라에서 이 준비회의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1월 홍콩에서 열렸던 아태지역 예술교육 전문가 회의에서 문화관광부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아태지역 준비회의 개최를 제안했고, 2005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준비회의 개최를 통해 아태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과 이슈들을 살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조금 다른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이 본격적인 정책으로 채택된 역사는 짧지만 그 확산 속도는 굉장히 빠르죠.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이런 것이다’ 라는 사회적 공감이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고, 관련 정책을 홍보하는 일도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요. 사실 이러한 국제회의나 그와 연관된 국제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들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며, 국내외 현장 전문가와 연구자들, 예술가들의 교류가 일어나게 되겠죠. 이런 과정들이 우리 나름의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철학을 세우는 일이며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개최를 결정했다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유네스코 준비회의>에 앞서 “창조적 파트너십”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심포지엄>이 열립니다. 이 두 가지 국제행사를 같은 시기에 개최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이 있고, 이런 기회를 이용해 국내외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또 다른 부분이죠. 본 회의라 할 수 있는 아태지역 준비회의는 상당히 기능적이고 사무적인 회의입니다. 미션이 정해져 있죠. 내년 리스본 회의에 보낼 권고안을 채택하기 위해 아태지역의 의견을 모으는 회의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옵니다. 아태지역의 45개국 관련 부처의 업무 담당자를 비롯해 학계 전문가, 예술가, 관련 NGO 대표들, 유네스코 관계자 등이 말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 나라로 올 때에는 으레 소통과 정보 교류의 계기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외국의 사례와 연구들을 듣는 것은 물론, 우리 나라에서 예술교육에 가담하고 있는 활동가나 학자들이 좀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회의가 있기 전에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서, 우리나라의 학자와 해외 활동가들, 혹은 해외의 학자와 국내의 활동가들이 실질적인 측면과 이론적인 측면에서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심포지엄 주제인 창조적 파트너십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선정된 것인지요?
창조적 파트너십이라는 말 자체가 우선 문화예술교육에 많이 쓰이는데, 때에 따라 네트워킹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은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네트워킹은 특정한 의도성이 있어서 확장하려는 중심적인 의지가 있는 것이고, 파트너십은 대등한 관계에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대일로 만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교육에는 파트너십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파트너십이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교육이 일방적인 교수 혹은 교육이 아니라,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분야의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역사회 활동가들이나 예술가, 학생, 교육기관, 교사들이 서로 공동의 관심사를 놓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요. 문화예술교육의 대부분의 형태가 그처럼 다양한 주체간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파트너십이라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이 되죠. 이 단어 자체가 문화예술교육의 맥락에서 볼 때는 그러한 전제를 설명한다는 점도 염두에 뒀습니다. 창조적 파트너십이라는 주제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각 주체들이 이를 수 있는 다양한 수위, 그 각각의 경우들의 사례를 보려고 합니다.

행사에 참가하시는 분들 가운데 특별히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시드니 기술대 예술교육센터 소장인 앤 뱀포드(Anne Bamford) 교수, 시카고 문화예술교육연맹 아놀드 에이프릴(Arnold Aprill) 소장, 국제연극교육협회장 댄 바론 코헨(Dan Baron Cohen)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이분들은 활발한 활동과 좋은 사례들을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이죠. 파트너십의 경험들도 풍부하고요. 특히 앤 뱀포드 교수는 최근 유네스코에서 의뢰를 받아 전세계 문화예술교육 현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리 들은 내용을 잠깐 소개해 드리죠. 그녀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어느 나라에서건 공교육 과목간의 위계(하이어라키)가 존재하며 이는 언어, 수학, 과학 순으로 그 중요도가 매겨지고 예술은 가장 아래 단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예술교육에서도 연극, 음악 등의 순으로 위계가 형성되어 있고 맨 하위는 무용이라고 합니다. 연극이 예술교육의 상위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연극 역시 연극교육이 아니라 언어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우리도 국어시간에 희곡을 배웠듯이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뱀포드 교수의 연구는 유네스코가 의뢰를 해서 진행되었고 세계적으로 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것은 우리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는 분들, 교육학적으로 연구하는 분들, 교수법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장인 쉘던 섀퍼(Sheldon Shaeffer)와 인도의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샥티 마이라(Shakti Maira)는 실제 아태지역 문화에 기반해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하는 경우입니다. 이 지역들의 특성을 고려해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학자라면, 상당한 지식인이고 대개 이 지역의 지식인들은 정치적으로는 제 3세계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분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서구 세력의 침범의 문제라든가, 민족적인 갈등의 문제라든가 하는 차원에서의 예술교육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무엇이 필요하다’ 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겠죠.

행사의 일정을 보니, 90분 안에 2인 발표, 2인 토론으로 진행되는 형식입니다. 시간의 제약이라는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일정에서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들은 따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아놀드 에이프릴같은 몇몇 참가자들이 그것을 원하기도 했거든요.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자들과 격의없는 만남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어요. 많은 비용이 드는 문제는 아니니까, 소주 한잔이라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아놀드 에이프릴이 활동하고 있는 시카고가 인종적인 갈등이 많은 곳인데, 그런 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니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분들과 공통의 관심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식 일정 이후에 식당을 예약해 일종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댄 바론 코헨은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연극 워크숍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전해왔습니다.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우리 나라에 아직까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많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우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외국의 동료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문화예술교육에 관련해서 첨단의 교수법이나 커리큘럼이 있다거나 세련된 방식이 있다거나, 다른 나라에 그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중에서도 정확하게 잘만 설명된다면 외국인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사례들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이 소개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들도 우리에게 배워갈 수 있도록 말이죠.

진행상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준비회의의 경우, 아태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과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인데, 사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한 아태지역 전반에 대한 비전을 꿰뚫고 있는 분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오시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신 분들도 있다보니 발표 및 토론자를 배치하고 확정짓는 문제 등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45개국에서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공동의 관심사며 목적에 다 맞춰서 모든 이들을 다 만족시키는 회의가 되긴 어렵다는 것이죠.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초청의 말
두 가지 다 개방적인 행사입니다. 문화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은 다 오실 수 있습니다. 오셔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위치에 있고, 다른 나라들과 어떤 것을 공유하고 있는지, 관심의 대상이 다른 것은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고, 그 자체로 문화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리라 봅니다. 이런 차원에서 이 두 행사들에 참여하시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