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사회문화예술교육 컨설팅 제도 1년, 무엇을 남겼나

좌담-사회문화예술교육 컨설팅 제도 1년, 무엇을 남겼나

정리_조성희(땡땡 편집부)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과 함께 올해 처음 컨설턴트 제도가 도입되었다. 개별사업 안에서 전체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그 질과 내용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대다수가 이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역시 초반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인데, 컨설턴트 제도 시행 1년 동안 어떤 문제와 가능성이 드러났는지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참여했던 컨설턴트와 주관단체의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일시: 2005년 11월 11일
참석자: 최혜자(한국문화정책연구소 기획실장, 컨설턴트), 이규석(서울프린지페스티벌 총감독, 컨설턴트), 최예문(안성 대안공간 소나무 기획실장)
사회: 백현주(땡땡 편집부)

컨설팅 제도의 취지와 현황
백현주: 올 3월부터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컨설팅 제도가 도입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제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황과 제도의 도입 취지를 말씀해주십시오.

최혜자: 올해 사회문화예술교육 부문에는 114개 시범사업들이 선정되었습니다. 기획서가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A등급 사업이 11개였는데 여기에는 컨설턴트가 참여하지 않았고, 나머지 100여개의 주관단체들은 컨설팅을 받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컨설턴트들이 3차 보고서까지 제출한 상태이고, 5차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1차 컨설팅은 신청 사업들을 선별해 문화예술교육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 혹은 급하게 기획해서 대상 파악이 분명치 않았던 경우 등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차, 3차, 4차 컨설팅 과정에서는 전 사업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중간 토론을 거치면서 수정해나가는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는 최종보고서를 내야 할 단계인데, 대부분 12월 초순경에는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규석: 사회문화예술교육에서 도입한 컨설턴트 제도는 일반적인 컨설팅과는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컨설팅은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러한 것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사회문화예술교육에서는 컨설팅을 받을 쪽에서 요구가 있었다기보다, 지원하는 쪽에서 사업의 실행완성도를 보장받기 위해서 일종의 보험, 즉 안전장치로 마련된 것입니다. 사업주관단체로서는 사업의 성과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컨설턴트와 컨설팅을 안고 가야하는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컨설턴트가 조언자인 동시에 감시자이며 평가자 같은 것이죠. 사실 정서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본인이 원해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사회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컨설팅 제도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합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이나 제도 측면에서 본다면,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의 경우, 문화예술의 전문성이 보장된 단체가 교육 참가자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장치가 없어도 어느 정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안정성이 있는 추진 단체가 아니라 다양한 내용을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업단체가 다양한 편차들 내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의 정책목표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주파수를 조정하는 역할이 바로 컨설턴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컨설턴트는 단순히 개별사업에 대한 좋은 컨설팅을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정책목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균일한 기본적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인적 매개자 혹은 장치로서 이해하고 싶습니다. 올해가 사회문화예술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 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2년 차 이후의 과정에서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컨설팅 제도의 운영 자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최혜자: 이규석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컨설팅 제도는 기존 컨설팅 제도와 다르게 이중, 삼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번은 컨설턴트의 클라이언트가 과연 문화관광부인가 아니면 단체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둘 다입니다. 정책적으로는 문화관광부가 펼쳐나가지만, 동시에 이 사업의 목표는 사업주관단체가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컨설턴트는 평가자이면서 감시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관계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시에 조력자이자 상담자로서 중앙에 여러 정보들을 알려주는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모호한 점이 있었습니다.
저도 초기에는 부담감을 느끼고 컨설팅을 시작한 단체가 몇 군데 있습니다. 상대방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고 서로 조심스럽게 탐구하는 과정이 있었고 의견 충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단체마다 조금씩 다른 역할로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단체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고, 또 어떤 단체는 토론을 하면서 일을 진행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진행상황을 이야기하면 점검하는 관계가 맺어졌습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 컨설턴트 1차 워크숍

백현주: 말씀을 들어보니 흥미로운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는 도입 초기에 겪는 혼란들이 있어 보이는데, 자료를 보니까 한 컨설턴트가 담당하는 단체의 수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합니다. 최혜자 선생님과 이규석 선생님께서는 각각 6개의 단체를 컨설팅하고 계신데,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알고 싶습니다.  

최혜자: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제도를 기획했던 문화관광부나 저희 컨설턴트나 한 사람이 4-6개를 맡는 것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컨설턴트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짜임새 있는 내용으로 순도 높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우려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컨설팅을 맡으면서‘최대한 노력하자’라는 각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은 한두 달 하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진행되는데, 제 경우만 해도 중간에 호흡이 끊긴 경우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무리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지요.        

이규석: 문화관광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1개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 당 5회의 컨설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컨설팅 일정은 사업의 추진기간 내에 단체 특성별로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혜자 선생님의 말씀에 저도 절대 공감합니다. 컨설팅이란 대화일 수도 토의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주고받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관계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로가 줄 수 있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 사이를 공을 들여 동반자로 끌고 나갈 수 있는 관계, 즉 내용의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양적으로 많아지면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숙제를 해야 하는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내용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을 놓치고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백현주: ‘대안공간 소나무’의 경우는 어떠신지요? 담당 컨설턴트가 ‘소나무’ 한 곳만을 컨설팅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고, 성공적인 사례라고 들었습니다.  

최예문: 저희는 이 제도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문화관광부에서 컨설턴트를 지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저희에게도 그런 차례가 왔습니다. 그런데 명단을 보니 아는 분이 없어서 순간적으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일을 진행해나가는 데 있어 기획서는 어떤 측면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상황마다 세심하게 만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컨설턴트와 사귀고 시각을 맞춰나가는 것이 큰 숙제로 여겨져 버거웠습니다. 설명회에 참여했을 때도 다른 사업단체들이 컨설턴트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었는데요, 문화부에서는 아는 컨설턴트와 하는 것보다 가능하면 모르는 컨설턴트와 하라는 관점으로 유도하더군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아는 분과 일을 하는 것이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가능하면 우리를 알고 또 저희도 아는 분들 중에 우선순위로 몇 분을 추천했습니다. 다행히 1순위였던 분이 컨설턴트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컨설팅을 맡게 된 컨설턴트께 처음에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번 컨설턴트는 영원한 컨설턴트다. 책임을 져라.” 이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요구한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컨설팅 제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 세부적인 부분은 컨설턴트가 저희 쪽에 일임하는 편이었고, 대신 외곽지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전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해 나가는 일이며 자문위원회나 사업 설명회 등 행사를 주최할 때, 컨설턴트가 꼭 참석해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한편, 만나지 않는 기간에는 사소한 것이라도 컨설턴트에게 진행상황을 알렸습니다. 컨설턴트도 필요한 사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사업이 어떻게 점검되어야 하는가, 혹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희 스스로는 매우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규석: 단체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 한 명의 컨설턴트가 하나의 사업을 전담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을 해주어야 하는 사업의 개수를 컨설턴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컨설턴트의 역할
백현주: 숫자의 문제도 있지만, 과연 컨설턴트의 역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관건이겠네요. 

이규석: 컨설턴트의 위치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개인입니다. 즉, 문화예술현장의 전문가이지 컨설팅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문화예술분야의 활동 경험을 가지고 자문하고 정보를 공유시켜주는 존재라고 봐야겠죠. 문제는 현장의 분야는 다양한데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한 후 내가 갖고 있는 기획력 혹은 문화예술분야의 정보들을 적절하게 컨설팅으로 재가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컨설팅을 해주어야 하는 단체의 사업 내용이나 특성들이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는 스스로의 전문성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제 경우 미술치유에서부터 연극교육까지 담당했는데, 장르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즉, 지역의 특성에서 나올 수 있는 전문성, 교육 대상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전문성 등 각각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그에 맞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컨설턴트 개인의 스터디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 있게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고, 오히려 듣고 보고 배우면서 소극적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었습니다.

최혜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6개의 사업 컨설팅을 맡으면서 먼저 각각의 사업을 전체적으로 숙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상호탐색 기간이 필요했고, 더구나 쓰는 어휘나 개념도 많이 달랐습니다. 또한 장기간 레이스라 집중해야 할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컨설턴트의 의지 혹은 단체와의 관계에 따라 그 시기가 결정되었습니다. 즉, 컨설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굉장한 의지를 발휘해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컨설턴트로서의 전문성과 시간, 담당사업의 개수 등의 문제에 앞서 컨설턴트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컨설턴트와 컨설팅을 받는 상대와의 격차를 전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태도는 문화예술교육의 기본적인 룰에 위반되는 거니까요. 제 얘기는 영역과 방식, 축적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토론자로서 만나자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컨설턴트와 컨설팅을 받는 단체와의 사이에는 토론과 진지한 교류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가 컨설팅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이규석: 또 한 가지는 제가 내용적 한계라고 느꼈던 것인데, 컨설팅이 안 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교육사업을 위한 기획방법론, 실무 노하우 이런 것들은 기능적 차원 내지는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오가며 컨설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사회 안에서 문화적․사회적 소외도가 분명한 계층에게 그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제반 여건이나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참여하는 대상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명백한 소외계층이라는 전제가 설정됩니다. 그 소외계층에게 이런 사업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용의 문제가 아닌, 관점과 태도, 철학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컨설팅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내용이나 방법론의 문제는 최종적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프로그램의 목적이나 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는 설득되기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최혜자: 초기부터 문화관광부는 이에 대해 예상을 하고 시작한 것 같습니다. “how”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 사실 저는 좀 더 기본적인 문제, 즉, 철학적인 문제, 관점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소통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어떤 분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이 중단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한발 물러나서 진행합니다. 싸울 수도 없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과 함께 옥석을 가리는 문제, 즉 단체가 지원 대상에 포함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 컨설턴트가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오갔습니다. 

대안문화 공간 소나무 자문위원회 및 사업 설명회

제도의 개선
백현주: 제도 자체의 필요성이나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예문: 주관단체 워크숍이 열렸을 때 컨설턴트들도 참여하는 줄 알고 반가웠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기회를 통해 서로 만나서 소통하다보면 상대방의 생각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컨설턴트와 시행단체가 대화하고 교류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올해의 경우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정해주는 대로 만났지만, 내년에는 교류를 해서 통하는 부분이 있을 때 주관단체 스스로가 컨설턴트를 정했으면 합니다. 따라서 사전에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해 안에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컨설턴트와 주관단체가 한 팀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좋은 제도로 정착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최혜자: 기본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컨설팅 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살려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의 담론, 노력, 논의의 수준이 굉장히 빠른 수준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따라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만 하고 체념했던 부분들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그동안에는 국가나 상급 기관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분들과 단체를 지원, 육성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속도는 빠른데, 지역단체들은 훈련을 받거나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차이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라도 컨설팅 제도는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올해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이 내포한 철학적 의미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컨설턴트들이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이념을 확산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의 예산을 받아 수행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공유, 좋은 사례들의 확산을 위해 컨설팅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안성의‘대안공간 소나무’의 경우, 장르로서는 미술이고 형식은 지역네트워크가 강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미술에만, 혹은 지역네트워크에만 능한 분이었다면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정책도 이해하고 지자체의 현실도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모든 걸 갖춘 컨설턴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컨설턴트들이 특화된 분야로 나뉘어 팀을 이룬 다음, 각각에 맞는 단체들이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훨씬 더 전문성이 강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사업의 성공은 컨설턴트가 아닌 사업 단체의 몫입니다. 사업 과정에서 5번의 워크숍이 진행됩니다. 그것은 타 단체와 컨설턴트의 이야기 그리고 각자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들으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찾아나가는 힘을 길러준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밀착 컨설팅이 초기단계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단체와 다수의 컨설턴트가 팀을 이루어 그 안에서 계속 토론하고 교류해서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규석: 저는 컨설턴트 제도의 개선 이전에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추진체계나 추진방안이 재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효과적 추진방안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거기에 맞는 컨설턴트의 제도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요?       
기존의 컨설턴트 제도만 놓고 보면 핵심은 컨설턴트의 전문성에 대한 부분과 컨설턴트의 인력풀 관리체계 즉, 어떤 컨설턴트가 어떤 분야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는가의 부분입니다. 또한 최혜자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그룹 컨설팅 제도는, 어떻게 전문성을 네트워킹 시켜서 복합적인 컨설팅으로 갈 수 있는가를 고려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사업주관단체가 필요로 하는 컨설팅의 수요부분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정책 혹은 사업의 기초적 이해에 대한 컨설팅을 더 요구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 기법이나 방법론 같은 기능적 컨설팅을 더 필요로 하는 단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컨설팅 수요 측면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최혜자: 저는 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약간 다른 의견이 있습니다. 컨설팅을 받는 단체들이 결국에는 스스로 힘을 쌓아 자립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체마다 요구의 층위가 매우 다르지만, 이것은 복수 컨설턴트와 단체와의 통합적 컨설팅, 쌍방향 컨설팅 과정 안에서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단체 각각의 요구들을 충족시켜주어야 하겠지만, 이렇게 분절될 때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을 발전시키는 힘들을 지나치게 분산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이규석: 저도 통합적인 관리체계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 보완했으면 하는 점은, 일방적이지 않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컨설팅 과정에서 단체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위치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서 사업을 실현시키는 단체들의 역량이 향상되도록 방향을 맞춰야 합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을 자기 완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주기 위한 컨설팅 제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을 추진하는 단체의 현장 입장에서 계속적으로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러한 제도의 한계는 심각할 것입니다. 오히려 컨설팅의 수요들을 줄여나갈 수 있게 뒷받침되는 방향, 즉 사업 단체들의 자생력이 늘어나는 크기만큼 컨설팅의 수요도 줄거나 내용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한 것을 측정하는 관리체계라면 좋겠습니다.

컨설팅을 받고 있는 “나는 예술가를 만나러 안성에 간다”프로그램

최혜자: 1차적 컨설팅이 필요 없는 관계가 된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규석: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올해의 컨설팅 제도는 거꾸로 컨설턴트라는 전문인력을 양성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이 시행되는 현장에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동참함으로서 그의 역할, 임무, 관점이 현장경험을 통해 배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사회문화예술교육 사업주관단체 중에 분명하게 사업성과를 내고 선도적인 사례가 될 만한 결과물을 이끌어 내는 곳이 있다면, 바로 그곳 사람들이 컨설턴트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력을 확장시켜 타 지역 사업에 대해 자기 경험을 나눈다면 우호적인 관계에서 컨설팅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백현주: 아까 이규석 선생님께서 컨설팅 제도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 추진 방향의 재구조화를 말씀하셨는데,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규석: 그야말로 제안일 수밖에 없는데요.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사업추진 방향 자체를 정책공모 사업, 즉 지정공모사업과 자유공모사업으로 크게 분화시켜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정책목표는 우리 사회의 특정 계층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소외 정도의 개선입니다. 그리고 그 수단이 문화예술교육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우리 사회의 소외 정도에 맞는 사업의 유형화가 가능합니다. 예컨대, 올해 주관단체의 사업 내용에서 성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정교한 심사체계를 갖추어서, 가능성 있는 단체에 좀 더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지정공모 방식으로 말이지요. 여기에 매 시기마다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신규 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자유공모사업으로 열어놓자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컨설팅 서비스도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최혜자: 지금 말씀하신 것에 동감합니다. 덧붙이자면, 이때까지 수행해온 실적을 살펴보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다년간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안성 지역의 경우, 단순히 예술가들이 지역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긍심, 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한 내용들이 있거든요.
사회문화예술교육은 우리 사회의 베이스캠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잣대들이 있는데 이러한 베이스캠프에서 공감하고 확산하려는 잣대는 이웃과 함께 하면서 동시에 자기성찰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빛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꿈을 꾸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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