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인 교사가 만들어낸 10가지 사례 -대전 새일 고등학교 교사 김은형

장희정|웹진콘텐츠팀|jjang2355@naver.com

김은형, 그가 궁금하다.

아르떼 문화예술교육 사례 온라인 공모 최다 참여자는 누구일까? 5차 공모까지 총 10편의 사례. 그 주인공은 대전 새일 고등학교의 김은형 선생님이다. 매달 끊임없이 올라오는 선생님의 사례들을 보며 입시 교육으로 황폐화된 학교 현장,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런 사례들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였다. 또 이런 열정과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김은형’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게다가 국사 담당 교사가 아닌가!

김은형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그 열정과 열심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솔직히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새일 고등학교로 이동하는 중에도 필자는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새일 고등학교의 <체험 마당>이 시작되는 날이라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서 준비를 하셨다는 선생님은 그 바쁜 와중에도 5일장이 열리는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니 ‘문화기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지나가던 졸업생과 인사를 나눈다. 그 졸업생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만남과 대화는 무언가 격식을 차리게 되는 사제 관계라기보다 동네 시장을 지나다 만난 친구 같았다. 이렇게 졸업생들은 스스럼없이 선생님을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전통문양과 함께 한 체험 마당

학교에 도착해서도 체험 마당 준비로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다. 체험 마당은 학교 축제 행사 중 하나로 김은형 선생님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축제는 11월 15일이지만, 추운 날 한기 가득한 체육관에 아이들 모아놓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여 체험마당만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것이다. 인터뷰를 하다가 체험 마당 시간이 되었고, 인터뷰를 하다말고 선생님에게 이끌리어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하게 되었다. 체험 마당은 ‘전통문양’을 활용한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도자기에 전통 문양을 그려 넣는 활동, 전통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를 제작하여 색칠하는 작업, 전통 문양이 새겨진 천연 비누 제작이 이루어졌다. 이런 작업을 통해 ‘전통’에 대한 아이들의 시각이 바뀌기를 바란다. 전통, 전통문양이란 것이 현대에서 말하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심미적 아름다움을 느끼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한두 명은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처럼 정형화된 학교 축제를 탈피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사례를 탐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논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체성을 찾게 해 준 문화예술

김은형 선생님에게 문화예술이란 삶에서 찾은 빛과도 같으며, 그의 교육신념이자 철학적 토대이다. 9년전 연극반 담당 교사가 없다며 연극반 아이들은 김은형 선생님을 찾아왔다. 그렇게 연극반과 인연을 맺은 선생님은 9년째 연극반을 담당하며, 연극에 대해 알아가고 수많은 연극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연극반을 맡은 초기에 남편과의 불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것은 삶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반 아이들과 소품을 만들고 무대를 설치하면서 예술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치유’라는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그 놀라운 경험을 아이들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3가지는 ‘자발성, 성실성, 책임감’이다. 연극반 같은 경우도 교사가 중심이 되어 교사의 욕심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원해서, 스스로 참여할 때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새일 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 힘든 학력의 아이들이 많이 오고, 가정 형편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꿈도 없고, 수동적으로 공부를 해온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며, 아이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는 것이기에 수업 첫 시간에는 항상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한다. 그런 질문에 아이들은 당황해하고 특이한 선생님이라고 웃지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그 답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선생님의 희망이다. 그에게 정체성을 찾게 해 준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선생님.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개발하고 진행하는 열정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문화예술교육으로 이끌어가는 교실형 체험 학습

김은형 선생님의 사례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연계’라는 부분이다. 사례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개인의 대단한 열정이 없으면 공교육 현장에서 실행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수업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교육이란 독립된 것이 아니라 교육이 일어나는 모든 분야에 녹여내야 한다는 생각대로 그는 자신이 맡은 모든 분야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통합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가능성 혹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국사 시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굴식돌방무덤’을 만들어 보게 한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주고 사진을 보여줘도 ‘굴식’이 무엇인지 ‘돌방’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직접 그것을 만들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제작과정은 간단하다. 천원짜리 우드락으로 모형을 만들고 한지에 그림을 그려 고분벽화를 완성하여 붙이는 것이다. ‘빗살’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빗살무늬토기부터 청화백자까지 설명하기 위해 직접 찰흙으로 시대별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 제례의식을 통한 우리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점토에 물감을 들여가며 실제와 흡사한 제사상 차리기 놀이도 진행한다. 도서실에서 진행된 국사 시간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와 역사 분야의 책을 자유로이 읽고 의상의 역사, 신발의 역사, 음식의 역사, 책의 역사, 교실의 역사 등 자유로운 소재의 ‘역사책 제작’ 활동을 하였다. 이러한 <교실형 체험 학습>은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재미와 함께 성취감을 안겨 주었다.

행정업무에 녹여낸 문화예술교육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맡았을 때에도 김은형 선생님은 행정업무와 문화예술교육을 접목시켰다. 올해 김은형 선생님은 인성교육부로 편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성교육 중 가장 중요시 되는 상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우리 문화 뿌리 찾기 사제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하루 동안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학생 2인과 교사 1인이 한 팀이 되어서 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문화체험을 하면서, 또 여행이라는 것이 매개가 되어 자유롭게 상담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행정업무의 일환으로 통일교육도 해야만 하였다. 잘 한다 해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맡기 싫은 행정업무. 그리고 하루정도 날 잡아서 포스터 그리고, 웅변대회를 하면 그만인 통일교육을 ‘자발적으로 즐기자!’라는 평소 신념대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적 효과와 재미를 더해주기 위해 1년에 걸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였다. 1학기에 실행한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학생 2인, 교사 1인의 비율로 임진각 및 통일전망대 답사를 통해 통일교육과 상담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임진각까지 가는 동안 바로 옆에 앉아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유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것 자체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전교생이 참여한 <평화통일 한마당> 행사에서는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만 하는 웅변대회, 글짓기 대회 외에 만화그리기, 영화 감상 등 요즘 아이들의 감수성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넣었고, 아이들에게서 훨씬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11월에는 아이들의 작품으로 학교축제 전시를 열 예정이다.

학교에서 지역으로의 확장

김은형 선생님의 활동은 학교 밖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에의 몰입을 경험한 후, 문화예술에 푹 빠지게 되었고 대학원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인 금산에 대한 애정을 갖고 <금산인삼축제>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성공하면 모두 대도시로 떠나버리는 지금, 그는 지역 축제가 지역민들이 고장에 대한 소속감을 키우고 문화적 향수를 누릴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엿치기’ 일색인 축제를 벗어나서 지역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금산 축제의 경우에도 청소년, 가족 단위의 축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야 해요. 저도 그랬지만 금산에서는 대전으로 많이 나가요. 아이들이 커서 도시로 나가기보다는 금산 지역에서 내 땅을 빛내고 지키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이 바뀌면 금산 전체의 문화수준, 삶의 질이 높아지는 상승효과가 있겠죠. 저는 축제를 통해서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식을 키워줄 수 있는 축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그것은 문화예술교육과 연계가 되어야죠. 그래서 저는 금산의 민속, 전통문화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지역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에 대한 열정 또한 느끼게 된다. 작게는 연극반 아이들과의 공연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범위를 넓혀 지역민들과의 공연을 통해 지역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생각한다.

김은형 선생님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활동을 통해 확장시키고,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아이들이 정체성을 찾고, 삶의 터전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동안 진행해 온 사례들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아르떼 공모에 열심히 참여했고, 내년에는 책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학교에서의 활동을 확장시켜 학교 밖의 일반인들까지 포함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생각중이다. 분주했던 하루를 마치고 쿠바 퍼커션 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장으로 향하는 김은형 선생님. 여전히 ‘김은형’이라는 인물이, 또 그가 펼쳐갈 일들이 궁금하다. 국사 교사로서, 공연 축제 프로그램 개발자, 기획자로서의 김은형 선생님의 활동들이 학교와 지역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질 것인지 지켜보고 싶다.

옛날 장터 이야기

장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