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화의 주인공이 되어 –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의 어린이 평화연극 교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사례

김경미|기획운영팀|arte0081@hanmail.net

평화는 원래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 것

남북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는 지난 1996년부터 북녘어린이들에게는 교육과 의료 등을 지원하고, 남녘어린이들과는 토론 수업이나 평화 캠프 등을 통해 평화교육을 펼치고 있는 NGO이다. ‘다름의 이해’는 어깨동무의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어깨동무의 평화교육 프로그램은 남북한의 문화 차이뿐만 아니라, 한 사회 내의 다양한 문화 차이를 ‘이해’하여 소통의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평화통일을 이루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는 통일 후의 문화적 차이가 가져올 혼란을 대비하고 있는가?’

아르떼 4차 문화예술 교육사례 공모의 우수 사례로 선정된 ‘어린이 평화 연극교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는 남녘 어린이들과 함께한 대표적인 평화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화라는 주제를 일상적인 교육과 접목해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깨동무의 통일 준비는 ‘일상적 평화’에 대한 성찰과 감수성 키우기에서 시작하고 있다. 추상화, 관념화된 평화는 사실 작은 일상에서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체화되고 구체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거창한 평화 담론이 아닌 내 주변에서 평화를 실천하며, 그것이 생활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화교육의 목표이다. 어깨동무가 평화교육을 통해 말하는 평화도 일상적이고 사소해보이지만 실은 아주 커다란 의미를 지닌 평화이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비록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평화의 의미를 체화할 수 있도록 5차에 걸쳐 진행했으며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이다. 1회적인 만남, 이벤트적인 만남을 지양하고 소수의 아이들이지만 심화된 프로그램 개발을 꾀하고 있는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곳의 임수연 간사님을 안국동에 위치한 아담한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통일 교육이 아닌 평화 교육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주입된 북쪽에 관련된 기존의 생각을 깨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극’이라는 도구를 선택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임수연 간사님은 연극 놀이교실에서의 초점은 ‘연극의 완성’이 아니라 자기 안의 느낌이나 상상력을 연극적인 기법을 통해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놀이화’하고, 이 놀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평화교육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순간을 이야기해보는 과정 역시 자연스러운 단계를 거치는데 각 모둠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중 몇 가지를 선택하여 스스로 연극으로 구성해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평화 교육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을 수 있다. 어깨동무에서는 이 중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에서 아이들 스스로 이 평화를 구성하는 주인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평화를 위해 작게는 함께 모인 친구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이 과정은 ‘통일교육’이 아니라 ‘평화교육’이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삶, 남과 북의 사람들이 꼭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함께 잘 어울릴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평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남과 북의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감수성을 넓혀가는 작업이 바로 어깨동무의 평화교육이다. 어깨동무에서는 아이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감수성을 일상에서 체득하고, 회복하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고학년과 저학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저학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고, 남의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데 훨씬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평화라는 주제로 다가가기 보다는 ‘함께 하는 아이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반면,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이를 기본으로 ‘평화’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과 재발견을 해보는 부분까지 진행한다. 예를 들어, 저학년 아이들은 전통놀이라는 형식을 빌려 공동체성을 기르는데 프로그램의 중심을 두는데, 이는 교육연극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아이들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평화교육의 지향점은 같다. 평화교육을 진행하는 사람은 아이들에게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이 각자 인정받는 가운데 자유로운 상상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에 아이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금새 자신의 평화 감수성을 발견하고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가자

자유와 편안함, 그리고 어우러짐의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6개월 과정을 참여한 한 저학년 아이의 학부모는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이며 남을 배려하는 법을 체득해 가는 것, 사실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최대한 끌어내고, 서로에게 충분한 조언을 하기 위해서는 다수보다는 소수의 인원이어야 하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비록 소수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실험적인 단계에서 논의와 토론, 평가 등 질적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현재 주어진 상황에 더욱 집중하려고 한단다. 임수연 간사님은 현재 교육 연극이 붐을 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것조차도 ‘발표력 신장, 사회성 신장’을 위한 하나의 틀이 되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과다한 목적의식에서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하신다.
현재 평화연극교실의 프로그램에는 어깨동무의 프로그램에 우호적인 가정의 아이들이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간사님은 앞으로 대상층을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학교 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학교에서의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연계수업의 접점을 찾아내서 연결하고 그 모델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그 시도를 확장하고자 한다.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있지만 단체와 학교 그리고 강사분의 협력 작업을 통해 더 넓은 길을 만들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