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의 시범사업 현장 둘 – 전국으로 확산될 지역모델을 꿈꾼다

문_이현섭(아르떼 강원도 통신원) / 답_이선철(평창 감자 꽃스튜디오 대표)

평창의 감자꽃 스튜디오를 찾아가는 길은 봄기운이 물씬하다. 울창한 산들과 꼬불꼬불 오르내리는 강원도 국도의 멋과 자연의 아름다움도 만끽하면서 도착한 감자꽃 스튜디오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먼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감각의 건물외관이 감동적이었다.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폐교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고,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려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창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감자꽃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이선철 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의 모습은 감자꽃이라는 이름과 매우 잘 어울리는 동네아저씨 같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에게서 평창 시범사업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봤다.

감자꽃 스튜디오의 모습이 상상했던 것과 다릅니다.
5월 14일에 개관식을 했어요. 아마 이틀 전에 오셨다면 운동장이 정신없었을 겁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죠. 폐교의 원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리메이크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런 산골에 현대 건물이 들어섰다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실 수도 있겠다 싶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골이라고 늘 토속적인 흙집 같은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죠. 처음에는 지나던 사람들이 스튜디오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 동네에 아주 큰 사진관이 들어섰다면서 사진 찍어 달라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명해져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구경 오시곤 합니다.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자체적으로 평가를 한다면요?
평가 부분에 있어서는 스스로가 항상 냉정해 지려고 노력합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평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없어요. 직원들한테도 일이 진행되어지는 세세한 부분들을 늘 기록하라고 지시합니다. 언젠가는 이런 기록들이 토대가 되어서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던 좋은 사례들이 여러 곳으로 확산되도록 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스튜디오 개관식에 많은 분들이 오셨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어요. 이 곳을 통해서 평창이 알려지고 마을 아이들은 항상 여기에 와서 살다시피 하죠. 주민분들도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에 와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합니다. 이런 것들이 긍정적인 효과의 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처음에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일이 잘 진행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개관한 감자꽃 스튜디오의 모습

어떤 일을 처음에 추진할 때는 여러 난관에 부딪치게 마련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면요?
저는 평소 강원도를 무척 좋아했어요. 내 주민등록증에 강원도라는 주소를 적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심지어 자동차에 강원도 번호판을 달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죠. 그러던 중 폐교를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개인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 강원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누군가 와서 무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지역분들의 걱정이 좀 많았던 거 같습니다. 어느 분이 하신 얘긴데,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람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기 와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사람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항상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잖아요. 같은 지역에 산다고 또, 같은 학교에서 일한다고 모두 동일한 인식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 분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일이 아직까지도 어렵습니다.

거기서 오는 오해도 많았겠어요.
금전적인 문제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힘든 것은 이선철이라는 사람이 서울에서 이 시골로 내려와서 이런저런 지원금을 받아가며 사업을 하는 데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냐, 그런 오해입니다. 심지어는 감자꽃 스튜디오가 이선철 개인의 영리사업인데 왜 지원금을 받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저를 개인적으로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거나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일도 어렵지만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죠. 이 모두가 사람으로부터 오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장애요소라고 보시나요?
아닙니다.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선입견에서 오는 갈등은 말씀드렸다시피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즉,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죠.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당위성만을 내세우기에 급급합니다. 일의 당위성보다는 우선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이루어져야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무엇을 해야 한다’ 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다만 제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상황과 상대에 따른 적절한 변화와 대응이겠죠.

평창 시범사업에서 쌓이는 노하우의 축적을 통해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이선철 대표

정부의 지원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감자꽃 스튜디오가 독립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래서 처음에 일을 부탁받았을 때 최소한 3년간의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적어도 3년 정도는 일이 진행되어야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질 테니까요. 그리고 사회가 변하고 어떤 정책이 이루어질 때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타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지원이 축소되기보다는 오히려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자꽃 스튜디오로만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경제적 가치까지 높이는 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문화라고 하는 것이 문화적 가치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경제적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노력 중입니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잖아요. 이런 면에서 보면 대표님은 이 분야의 선두 주자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 뿐만이 아니라 기획 일을 하고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들은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겁니다. 본의 아니게 이 쪽 방면의 일을 추진하다 보니까 자꾸만 비슷한 일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조금씩 일이 확대되고 있는데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요. 저는 해결사는 아니거든요(웃음). 사실, 말씀하셨다시피 이번 사업들은 그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다만 제가 좀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사업들이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들이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인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교육적 측면보다는 그냥 즐겁게 놀고 끝나는 하나의 지역 축제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항상 고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도 하시구요. 그래서 항상 직원들과 모니터링 하면서 최대한 모든 일의 진행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또 재검토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곳의 프로그램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런데 감자꽃 스튜디오의 지리적 위치가 좀 불리한 것이 아닌지요?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두 가지 측면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나는 이곳이 다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수원 같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 쌓이는 노하우의 축적을 통해 폐교를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의 확산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록하는 일이 있어요. 다른 하나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곳의 프로그램 중에 미술치료 코스가 있습니다. 이 코스에는 지역 부녀회원들이 많이 강의를 듣고 있는데 이 분들은 단순히 취미 차원이 아니라 배워서 각자의 위치에서 강의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아주 체계화된 커리큘럼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다면 말씀하신 그런 문제들은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화합과 문화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고자 하는 감자꽃 스튜디오

감자꽃 스튜디오를 통해서, 혹은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이곳을 통해 지역의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어서 감자꽃 스튜디오가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좀 더 폼나게 표현하자면 지역의 균형발전입니다. 시골도 문화교육이 필요한데 시골마다 문예회관을 지을 수는 없거든요. 이렇게 버려지는 폐교라는 공간이 지역민들이 모일 수 있고 모여서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좀더 나아가서 그러한 모임을 통해 지역민들의 관심사를 끌어내는 작업을 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어디 가서 석?박사들을 모아놓고 강의하는 것이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 모셔다놓고 강의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을 합니다. 그분들에게 문화라는 것은 전혀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것인데다가 굳이 지금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는 데 지장도 없는 것이죠. 일단 그분들이 작더라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체험한 후에는 그분들에게서 새로운 욕구가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러다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에 근접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선철 대표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인터뷰 중간 중간에 아이들이 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오징어 한 마리 구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지역의 어른들은 감자꽃 스튜디오를 기웃기웃하며 활짝 트인 열린 공간 안으로 들어와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구석구석 살피다 갔다. 감자꽃 스튜디오의 밝은 내일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스튜디오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화단이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이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