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교과는 하나다 –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문 :백현주, 조성희(편집부) / 답 :김영주(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회장, 금곡초등학교 교사)

여러 과목을 혼자서 가르치고 담당해야 하는 초등 교사들이 한 교과만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듣기에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말과 글 속에서 녹아나는 삶을 담아내는 교과로 ‘국어’만한 과목도 없을 듯하다. 지난 3월, <어린이와 함께 여는 국어교육>이라는 첫 회지를 펴내고 전국에 흩어진 교사들과 지역의 연구모임의 성과를 서로 나누면서 희망찬 발걸음을 내디딘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초등국어교과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남양주 금곡초등학교 김영주 교사에게서 모임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보았다.

초등국어교과모임의 설립취지와 배경은 무엇인지요?
10년 전 구리남양주 지역 교사들이 모여서 학급운영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모임을 계속 운영하다보니 한 교과에 대한 전문성, 주제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생기더군요. 학급운영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삶을 보면서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죠. 그리고 교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아이들이 삶을 표현하는 것을 이끌어줄 수도 있고요. 이러한 인식이 국어교과모임으로 전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그림동화를 시작으로 시, 옛 이야기 등으로 수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했고 이를 지역의 교사들에게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매 연말마다 발표를 하고 수정을 해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교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문도 열어 놨지요. 아울러 구리남양주 지역의 모임이 주축이 되어 교사연수를 마련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 전국 단위의 연수를 꾸릴 정도로 많은 교사들에게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올 1월, 전국연수 자리를 통해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의 정식 출범을 알렸습니다. 초등의 경우, 사실 지역별로 자체적인 교과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령, 인천지역의 사회교과 초등모임 등이 있긴 했는데 대부분 2-3년 지속되다 와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전 과목을 다 가르쳐야 하는 초등의 특성상, 교사들은 다양한 교과를 배우고 싶어 하지 한 교과만을 배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2-3년 주기로 다른 교과들로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모임을 여는 분들이 한 교과를 깊이 연구해서 한 두 사람이라도 먼저 연구가 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약했지요.

그림동화로 시작을 하셨다면 다른 교과를 꾸리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요?
일단 그림동화를 도입하게 된 것은 교과서 문제, 그 중에서도 텍스트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현행 교과서의 보기글, 생활글, 예시 작품이 아이들과 안 맞았어요. 교과서에 싣기 위해 원 텍스트를 자르는 경우, 단위 차시의 목표에 맞춰 자르다보니 원래 그 작품이 갖고 있는 감동이 반감되거나 아예 없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목표 중심에 맞춰서 텍스트가 수단화되다보니 아이들이 작품에서 재미를 못 느끼게 되는 거죠. 작품이 재미가 없으면 어떤 방법이 동원되더라도 수업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우선 재미와 감동이 있는 좋은 텍스트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문제는 도입을 할 때 긴 글의 경우 아이들이 과제로 읽어오지 않으면 수업에 바로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림동화는 텍스트가 짧고, 따로 자료를 만들지 않아도 높은 질을 담보한 그림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거나 글만 읽어줘도 바로 감흥을 줄 수 있더군요. 그림동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림동화는 다른 교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죠. 저희 모임의 교사들이 연구한 수업안을 보면 몸짓영역, 체험영역 등으로 간 경우도 있습니다. 중심은 국어에 있지만 미적인 영역에서도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국어 교사라도 미술, 사회, 과학 등의 얘기를 듣고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그런 관점을 갖고 계신 선생님들이 우리를 가르쳤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과목들이 삶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저희에게 어느 교과에 관심 있냐고 물으면 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이들이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험들, 체험들을 중심에 놓고 있는 것이죠.

아이들의 소중한 체험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교과이다.

어떤 교사들이 함께하고 계신지요?
올해 전국모임을 꾸리기까지 구리남양주 지역 교사들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으니 이 지역 교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죠. 하지만 전국단위 연수를 통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교사들도 활발히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평, 울산, 춘천, 안동 등 13곳의 지역모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기존의 교과서, 교육과정을 고민하시고, 단순히 교과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바꿔보려는 30-40대 교사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국어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일반인이나 학생 누구나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모임의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홈페이지, 연수 그리고 회지 이 세 가지 통로를 통해 모임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구성원간의 소통을 위한 홈페이지 개통문제, 회지를 만들어서 수시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과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 연수를 통해 우리들의 성과와 경험을 다른 교사들과 나누고 전문가들에게 배워야 한다는 인식은 저희가 5년 전 교과모임을 시작했을 때부터 고민하던 것들입니다. 매 연수 때마다 요구된 문제들이기도 했지만 초창기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막상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그 안에 사람들이 들어와 의견이 오가며 살아 움직이는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유야무야되어버렸습니다.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도 못했고요. 연수의 경우는 구리, 남양주 지역이 중심이 돼서 연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습니다. 다른 지역은 교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저희 지역이 책임을 지고 연수를 계속 이어갔지요.
회지는 제일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회지의 경우 우선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데다, 저희가 생산해낸 자료라는 것이 연수 때 자료집이나 회보 형태로 줄 수는 있었지만 정식 잡지 형태로 제작할 역량은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정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5년간 쌓여온 여러 지역모임의 자료들을 모아 드디어 올해 회지를 제작하게 된 거죠. 이제 회지가 만들어지면서 회원확보가 쉬워졌습니다.
연수는 전국모임을 꾸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 전국단위 연수에 50명이 모이기 시작해 올 1월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이 100명으로 늘어나면서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그리고 올해 중등 홈페이지가 개편되면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전담자를 발탁해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시를 통해서든, 음악, 미술을 통해서든 아이들의 드러내기를 도와주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주어야 한다.

중등국어교과모임과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독립적인 부분도 있고 연대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중등의 경우 대안교과서 <우리말 우리글>을 만들고 나서 초등 6년 부분이 빠져 있어서 초등과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요. 초등 역시 한 교과를 가지고 10년간 운영해온 중등의 체계적인 노하우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것이 맞았기 때문에 연대를 한 것이죠. 자금문제의 경우 회지를 발행하는 것이며, 전담자에 관한 부분 등을 중등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은 국어교육을 연구하는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고, 그것을 먼저 개척한 교사들이 있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나중에 도움을 줄 부분도 있고요. 학급 운영 같은 영역에서는 초등에서 연구한 우수한 자료들이 많거든요. 초등과 중등의 관계는 독립적이면서 필요한 부분은 연대를 한다는 것입니다.

모임차원의 연구와 그 성과는 어떠하고, 또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요?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라고 봐야합니다. 구리남양주지역모임에서는 이미 5년 정도 연구 역량이 쌓인 상태이고, 그림동화 3년, 시 2년, 옛 이야기 2년 이렇게 7년 동안 연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그게 끝나면 분과 체제로 들어가면서 좀더 깊이 있게 연구해나가려고 하는데 그 단계에서 교사들이 만드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가 필요하죠.
그동안의 연구를 근간으로 삼아 우선 2년 뒤에는 교과서 개발 및 교육과정 개발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아요.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지역의 추이를 서로 봐가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새로운 제안들도 활발히 나누어야 하겠지요. 그렇게 하다보면 자체적인 연구에 매몰되지 않고 옆을 보면서 나갈 수 있을 테죠.

결국에는 중등처럼 대안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으로 이어지는 건가요?
네, 그렇게 될 겁니다. 초등의 경우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해 들어가야 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교과로의 전이를 가능케 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과 연구의 최종 단계란, 국어의 경우 국어를 연구하되 마지막 지점은 우리 교사들이 만드는 교육과정이나 대체 텍스트, 자료들을 많이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림동화를 연구했던 것도 이를 위한 자료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죠. 교과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이 바로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에는 전국적으로, 또 다양한 교과에서 이러한 자료들이 많이 나와 쌓여야하고요.

수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성과를 나누는 자리

<어린이와 함께 여는 국어교육>에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보니까 ‘몸소 겪기’와 ‘드러내기’ 라는 표현이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적인 키워드란 생각이 드는데…
초등학교 교사다보니, 학년별로 아이들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년이 어릴수록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죠. 그것이 바로 ‘드러내기’죠. 어른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규범을 가져야 한다든지, 기존의 사회에서 중요시하는 가치, 도덕 같은 것은 나중에 배우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가치며, 규범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가르친답시고 오히려 아이들의 본성을 막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몸소 겪기’라는 것이 곧 체험이죠. 체험 이전에 아이든 어른이든 삶이라는 것이 있고요. 저는 아이들의 삶은 ‘노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원시인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놀이에서 노래도 나오고, 그림이며 문학이 유래한 것이잖아요. 원시인들의 제의의식에서 출발해 문학, 연극, 미술 등의 양식이 나왔고, 아이들을 보면 그런 부분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몸으로 느끼고 즐기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뭔가 느낀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쪽에 가까운 아이는 몸으로, 음악에 가까운 아이는 소리로 표현을 하겠지요. 드러내기는 이렇게 나아가게 되죠.
고등학교, 대학교쯤 가면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적어도 초등, 중등 1,2학년까지는 분야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분야를 통해 미술이든, 음악이든, 무용이든 다양하게 표현해야 하고 이를 도와주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자기의 것을 풍부하게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몸소 겪기와 드러내기를 충분히 열어주는 것이 문화이고 예술이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교과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어떤 체험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것이냐에 우리 어른들이, 교사들이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고민이 모여 우리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의 풍부한 결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요. 그런 점에서 초등교과모임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아닐까요?
한 교과로 볼 때도 의미가 있고, 국어과에서 먼저 전국모임을 열었으니 다른 교과와 주제에 관심 있는 교사들도 모임을 꾸리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초등은 전 교과를 가르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각 분야별로 깊이 있게 연구하는 교사들이 생겨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들이 나오죠. 예컨대, 환경교사모임이라고 하면 수업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고, 환경반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등에 대한 자료들이 나올 수 있겠죠. 그리고 국어과에도 역사에 관심 있는 분이 들어오실 수도 있고, 옛 이야기를 연구하신 분, 미술을 연구하신 분들이 들어올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가지가 쳐지길 바라고 그 상태에서 교과와 교과 사이의 연대 연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초등국어교과모임의 시작을 통해 실질적인 교과 간 연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초등과 중등이 함께 연수와 교과서,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는 종적인 연대와 초등에서의 교과 간 연계연수 및 활동을 위한 횡적인 연대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발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참교육실천대회도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초등 쪽에서 담론을 형성시켜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이렇게 본다면 초등교과모임의 시작이 굉장히 역사적인 지점에 자리한 것이라 봐야겠지요.

홈페이지:el.naramal.or.kr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