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준|부산사범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학교 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부산지역 사업총괄
시범프로젝트 참여의 동기 : 문화예술적 역량강화를 통한 도시의 리모델링
부산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고들 하지만 과연 부산의 이미지는 어떨까? 부산국제영화제 하나만으로 부산을 문화도시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부산을 경영하는 CEO들은 선거공약으로 ‘도시의 삶의 질’을 내걸고 있지만 삶의 질이라는 개념 속에 문화코드는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 걸까? 문화도시비전에 대한 설정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있어도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작은 이야기’는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교육행정가와 교사들은 인권침해 위기에 놓여있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여유와 숨쉴 공간, 질식하게 하는 도시공간 속에서의 여백과 창발성, 그리고 치유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던가?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만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문화예술 역량 강화가 아이들의 미래의 삶의 질과 직업세계에서의 경쟁력을 동시에 길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 것일까? 또한 소위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간극 좁히기에 그간 얼마나 노력해왔던가? 거대한 건물과 시설로서 존재하는 문화시설들은 그들만의 ‘섬’으로 존재해왔을 뿐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서비스대상자에 대해서 다가설 용기와 의지는 있는 것인가? 현대를, 특히 부산이라고 하는 지역을 살아가는 인간/시민의 정체성(identity)과 정서(mentality)적 측면에서의 성장 돕기를 위해 지역과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왔는가? 비판과 생각만 있을 뿐 구체적 실천이 없는 지식인들은 소수의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서 냉소적 실천을 하면서 자기 위안을 얻을 뿐 과연 연대를 위한 행동을 할 마음은 있는 것일까? 부산에 온지 4년이 되어가는 외지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아야 할 사람, 또 후속세대를 걱정하는 한 인간/시민으로서, 부산이라는 지역을 여러 측면에서 재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시도로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은 시작되었다.
부산프로젝트의 기획의도 :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을 통한 지역문화혁신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의 문화혁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한 지역혁신에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전과 전략의 설정이 필요했다. ‘모든 부산시민들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라고 하는 비전 설정 아래 아동/청소년/성인/노인/장애우부터 교사/학부모/행정가/문화예술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되는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했다. 또한 개발되는 프로그램들이 ‘공적자산화’되어 지역시민들의 학습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부산의 일꾼들(working group)은 이미 시범사업선정 이전부터 이러한 비전과 전략 – 아직 지역에서 합의되어야 하는 과정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을 구현하기 위하여 몇 가지 움직임들을 전개했다. 우선 지역의 문화혁신과 관련된 아젠다를 만들어 낼 그룹들과 비공식적 네트워킹을 하였고 이들을 위한 전문가초청 세미나를 추진하였다. 지역문화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리더들의 지속적인 자기학습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청의 마음을 움직여 지역차원(해운대구)에서의 작은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졌다. 해운대의 장산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생태체험프로그램의 개발과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강사인력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과정에 있으며, 요구되는 강사인력은 파트타임job으로서 여성인력개발과 일자리창출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오던 미술관 견학을 2-3시간 단위의 프로그램으로 개발함으로써 학습효과가 높은 학급단위의 프로젝트 수업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역문화혁신 working group에 관심이 있었던 미술관의 학예연구사, 신문사의 편집디자인기자, 서울에서의 큐레이터 경험을 했던 민간 전문가, 아동미술 지도사 등이 큰 도움을 주었다. 이들은 모두 감상과 놀이, 자기표현활동이 통합적으로 가미되고 아이들의 사고 표현 차단을 막는 ‘교수 방법의 철학’에 쉽게 합의하여 워크북을 탄생시켰다. 모두다 지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신념으로 뭉쳤다. 미술관보다 박물관은 오히려 더 쉬웠다. 박물관에는 박물관교육에 열정을 가진 학예연구사의 노력덕분에 연구반이라는 하나의 학습조직이 이미 3년 동안 가동되고 있었다. 이들과의 협력 작업으로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을 위한 워크시트지 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다만 박물관 워크시트지 개발은 교수학적 합의를 쉽게 볼 수 없어 네트워킹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운영예산만 지원된다면 지역의 공적 자산으로서 누구에게나 제공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배경에는 지역교육청의 의식있는 한 고위공무원의 도움이 컸다. 부산에서의 이러한 비전과 전략설정, 그리고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우연하게도 문화관광부의 기획의도와 맞아 떨어졌다.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1단계 <학교와 문화시설/인적자원과의 연계>
짧은 시간과 충분하지 못한 예산, 경험있고 안목을 갖춘 사업추진인력들의 부족, 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한 지원시스템의 부족 등으로 시범사업 1차년도는 준비하는 해로 설정하였다. 우선 중앙(서울)만을 쳐다보기보다는 오히려 직접 선진국벤치마킹을 통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려고 했다. 외국의 자료와 사례를 수집하였고 실무자들과 면담을 통하여 그들의 노하우와 철학을 배우려고 하였다. <장애우를 위한 미술관체험학습치료>프로그램은 이렇게 하여 탄생했다. 부산정체성의 대명사가 될 가능성이 짙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체험하기>, <학교로 찾아가는 국제영화제>등은 지역이 가진 문화예술적 환경에 우리 아이들울 노출시킴으로써 교육적 성장의 계기로 삼고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진로교육이라는 효과도 노렸다. 지역 현대무용단을 학교학예제에 출연시킴으로써 미래의 관객에 대한 마케팅과 함께 전교생이 현대무용을 체험하는 획기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미 작년에 진행했던 미술관체험학습, 박물관체험학습은 더 많은 고민 속에 이루어졌다. 중학생들의 미술관체험을 위한 10개주제의 프로젝트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내년에는 공공미술관의 상설전을 학교체험학습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연계하는 최초의 장이 될 것으로 미술관과 프로젝트팀은 기대하고 있다. 박물관 워크시트지도 초등학교 교재에 대한 정확한 연구를 통하여 학년별로 별도로 만드는 작업을 처음 시도 하였다. 향후에는 워크시트지가 아닌 주제별 프로젝트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필요한 이유들이다. 책 읽는 문화를 구축한다는 교육청사업과 발맞추기 위하여 도서관체험을 위한 초등학생프로그램을 운영하였는데 도서관측에서 진행한 교육프로그램의 보완이 절실함을 교사와 프로젝트팀 모두 느꼈다. 그리고 향후 예술강사풀제와의 연계를 위하여 내년에 실시될 예정인 <초등학교 즐거운 생활프로그램 개발교안>을 실험적으로 운영해봄으로써 향후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중단위기에 있었던 중학교 계발활동프로그램을 지원하였다.
전망과 기대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와 네트워킹 그룹들이 늘어가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여러 세부 팀을 지원할 인력과 예산의 지원이 필요하다. 광역시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의 대응투자를 위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차원에서도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CEO들의 의식을 전환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범사업의 기간 역시 좀 더 길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대체로 학교교육의 정규교육과정과 문화시설과의 연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내년에는 대상그룹을 유아나 노인에게까지 확대하고 탈학교 청소년과 대중문화운동을 연계할 수 있는 프로젝트, 교사자율연수 실시 등을 통하여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은 그야말로 하나의 작은 실험이다. 큰 이야기는 큰 이야기대로 계속 담론을 형성하되 우리는 – 리오타르가 얘기했던 것처럼 – 구현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을 시범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냄으로써 지역의 문화혁신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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