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개막식이 지난 20일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기관과 학계, 사회단체 및 일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공연과 특별한 강연의 자리가 마련되었는데요. 특히 평소 국내에서 만날 수 없었던 해외 연사들의 초청강연은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7시,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리게 될 세계 문화예술교육 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 선언이 선포되면서 자리에 함께한 이들은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밝은 미래를 꿈꾸었답니다.

 

삶의 행복지수를 높일 특별한 정책

 

이번 개막식은 한빛예술단 타악 앙상블로 시작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은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이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최고를 꿈꾸는 전문 음악단입니다. 이들의 흥겨운 타악기 소리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공연 무대는 한껏 달아올랐고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은 정말 뜨거웠답니다. 한빛예술단의 공연이 끝나고 다시 어두워진 무대 중앙으로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인 호세 아브레우 박사의 축사 영상이 이어졌는데요. 박사는 엘 시스테마의 시작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기적, 베네수엘라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며 문화예술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문화예술이 가진 영향력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박사의 축사 다음으로 개막 인사가 이어졌는데요. 무대에 오른 문화체육관광부 곽영진 차관은 “매년 5월 넷째 주를 ‘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선포한 뒤 처음 개최하는 행사로 문화예술계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는 이야기로 개막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한편 “이번 주간에는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서울과 파리에서 개막식을 열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기간을 통해 국민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국민은 나이와 성별,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문화예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국민의 창의성과 문화적 체험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문화예술정책이 삶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습니다.

 

 

개인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새로운 교육

 

곽영진 차관의 개막 인사가 끝나자 다문화 노래단 ‘몽땅’의 축하 공연이 시작되었는데요. 모나코, 티베트, 필리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7개국의 이주민으로 이뤄진 다문화노래단은, ‘국적은 달라도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멋진 무대를 통해 보여주었답니다.

 

이번 개막식를 위해 영국에서 초청된 블라스트비트의 설립자, 로버트 스티븐슨은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구성된 영상으로 자신의 소개를 대신했습니다. 블라스트비트란 청소년들이 음악 이벤트를 기획하고 지역 사회에서 실행하는 비즈니스 과정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인데요. 그는 U2, The cure 등의 아티스트 디렉터로 엔터테인먼트 음악, 멀티미디어, 교육 분야에서 약 30년간 활동해왔죠. 2006년에는 FRSA(Fellow of the Royal Society of Arts) 사회적 기업가 정신상을 수상한 바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적 기업가로서 세상에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교육은 무지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지만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교육은 아이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라스트비트는 공교육에서 체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게 합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자존감을 기르고 자신이 기획한 이벤트에서 얻은 수익은 반드시 25%를 기부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르며 사회적 환원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어른들이 멘토 역할을 함으로써 유대감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12. 05 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개막식_ 로버트 스티븐슨의 연설 중에서

로버트 스티븐슨은 블라스트비트를 운영하며 매일 부자가 되는 느낌이라고 했는데요. 아이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기 때문이죠. 그는 우리 세대는 사회로부터 많이 가져가기 위해 애썼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줘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블라스트비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비즈니스를 맡기고 이익을 창출하게 한 뒤 사회에 환원하게 하는 일’은 자신감과 더불어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강연이 끝난 뒤,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음악 재단 에두아르도 멘데즈 대표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베네수엘라 아동, 청소년 대상 오케스트라 교육인 ‘엘 시스테마’를 총괄하고 있죠.

“이번 주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주간은 짧지만 그 의미는 큽니다. 저는 예술이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간혹 예술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그런 것들은 전혀 상관 없습니다. 빈곤지역에 산다거나 도시 외곽에 사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똑같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술은 더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오케스트라는 협동을 가르치고 음악, 즉 예술은 희망과 단결을 가르쳐 줍니다. 제가 여기 온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소셜아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모두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2012. 05 18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개막식_ 에두아르도 멘데즈 대표의 연설 중에서

 

 

삶을 가르쳐주는 문화예술교육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미 엘 시스테마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의 ‘음악은 역경을 희망과 발전을 위한 도전으로 변화시킨다’의 말처럼 국내에도 엘 시스테마가 희망을 가져 오길 기대하면서 말이죠.

 

모든 순서와 축하 공연 후 이번 행사의 마지막 순서이자 모두가 기다리던, 박재은 원장의 개막 선언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단상에 선 박재은 원장은 “이 자리가 주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삶에는 실질적인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 함께 개막식이 열리는 만큼 국내에서도 7일간의 여정이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창구가 되길 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2012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주제는 ‘문화이해를 통한 삶의 이해’입니다. 사람들이 삶에서 대부분 겪게 되는 가족, 또래 간 소통 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갖게 해주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뜻임을 의미합니다. 이제 시작된, 삶을 응원하는 10가지 도전과제를 실천하는 일주일! 짧은 기간이지만 이 주간을 계기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이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글_김지혜ㅣ사진_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