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실행공동체)란 용어는 Wenger와 Lave(1991)의 저서 『상황학습(situated learning)』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중세 시대 길드에서 초보자가 전문가로 되어가는 과정을 탐구하던 그들은 학습의 대상이자 목적인 지식이,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이나 객체가 아님을 발견한다. 이는 학습 패러다임의 전환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敎育)에서 학습(學習)으로

 

CoP 이해의 첫 단계는 지식관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CoP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 과정에 대한 전환된 인식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교육(敎育)’이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가르칠 교(敎). 육성할 육(育)으로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주체와 중심은 가르치고 육성하는 자이다. 즉, 가르치고 육성하는 주체가 가진 지식을 대상이 되는 배우고 익히는 자에게 잘 전이시키는 것이 교육의 핵심 본질이 된다. 반면 ‘학습(學習)’이라는 한자는 배울 학(學), 익힐 습(習)으로 풀이되며 이때의 주체와 중심은 배우고 익히는 자로 전환된다. 근대 지식 습득의 전 과정에 있어 중심과 주체가 늘 가르치는 데 있었다면, 새로운 지식관에 기반한 지식습득 행위의 주체와 중심은 학습자로 이동하게 된다. 더불어 학습(學習)의 핵심은 머리로 배우는 학(學)의 과정과 몸으로 체화하는 습(習)의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교육이 모두 학(學)의 과정에 치우쳐 있는 것에 대한 반성적 계기가 된다.

유명한 시트콤에서 다뤄진 한 에피소드에서 백과사전을 통해 머리로 익힌 ‘키스하는 법’이 실천과정에 적용될 때 어떤 오류를 가져오는지를 매우 코믹하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배움의 과정이 몸으로 익히지 않고(習) 다만 글로 배웠을 때(學) 나타나는 폐해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실천적 대안으로서의 CoP

 

CoP가 실천적 대안으로 기업의 인재개발파트와 조직관리 차원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까닭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사회가 테크놀로지 기반의 매우 빠른 속도를 특징으로 하는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빠른 속도로 전환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은 지식을 관리하는 방식의 경영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경쟁적으로 막대한 돈을 들여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라는 지식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각종 마일리지나 보상제도를 통해 지식을 모으고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했으나, 그 결과는 실제 업무에 필요한 유용한 지식보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무작위로 단순히 모아놓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지식이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이나 객체가 아니라는 Wenger와 Lave의 인식이 타당하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따라서 CoP는 시스템 중심의 지식경영의 실패 이후 사람 중심의 지식경영으로 학습과 지식에 대한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기 속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CoP 활동, 구체적인 실천

 

그렇다면 CoP 실천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가? CoP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촉진자)로 각각의 CoP를 만나게 될 때마다 매번 첫 질문으로 듣는 말은 CoP가 스터디 혹은 연구모임이나 동아리와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다. 스터디 혹은 연구모임이나 동아리라고 하면 될 것을 또 하나의 새로운 용어로 트렌디하게 표현하여 있어 보이게 부르는 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말은 하나의 기호로 그 안에는 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사과’, ‘자동차’, ‘의자’ 같은 단어는 각각 구체적인 사물을 표상한다. 따라서 ‘스터디’, ‘연구모임’, ‘동아리’란 단어는 이미 개인의 경험에 축적되어 있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그 경험은 오히려 새로운 실천을 이해하는데 있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CoP 활동에 있어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도메인(domain), 즉 관심영역 혹은 주제영역의 선정에 있다.도메인은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공통의

 

관심분야로 학습 동기유발의 모체가 된다.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하고 근원적 문제지만, 일상의 업무에 갇혀 계속 뒤로 미루어 오던 (시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문제가 도메인이 될 때 CoP 활동은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2011년 문화예술교육 CoP 선정과정에서 제출된 대부분의 CoP 도메인은 ‘교재개발’이었다. 그 주된 원인은 CoP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부족하여 연구 모임이나 스터디, 혹은 프로젝트 제안과 같은 기존 경험의 범주에서 CoP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CoP라는 용어를 채택한 것은 기존 경험의 범주를 벗어난 새로운 인식과 색다른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 대신 시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자 함이다. 시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문제를 풀지 않은 채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만을 풀게 될 경우 에너지는 쉽게 방전되고,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오히려 효율성과 효과성 모두 떨어지게 된다. 사실 시급하기에 중요해 보일 뿐이지 정작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문화예술교육과 CoP의 첫 만남

 

올해 문화예술교육은 CoP 첫 경험을 나누고 있다. 처음 CoP를 설명할 때 당황하고 낯설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카오스 상태에 가까웠음을 기억한다.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은 늘 두려움을 야기한다.

한편, CoP 구성원간의 공유된 인식과 학습 일정을 잡아내는데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이 존재한다. 늘 같은 생각인줄 알았던 이들은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난 뒤 서로의 해석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인식의 차이를 발견해내고 이에 대해 토론을 거쳐가며 CoP 구성원들은 공유된 인식과 레퍼토리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같은 직업을 가졌다 할지라도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며 더불어 다른 서사와 기억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인식을 맞춰나가는 일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전처럼 서로 역할을 분담해 나눠서 조사한 뒤 각각 조사한 내용을 합치면 되는 그런 과정이 아니고 함께 읽고 함께 정의 내리고 함께 문제해결을 해 나가는 과정은 함께 문제해결을 해 나가는 과정은 낯설다. 우리가 경험한 교육과정은 머리로 배우는 학(學)의 과정만 존재했지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익히는 습(習)의 과정을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CoP 구성원은 기업과 달리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활동하기에 만남 자체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2011년 문화예술교육 CoP는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프랙티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이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에, 어떤 이는 사라져가는 열정을 다시 되찾고 싶어 이 모든 어려움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읽고 모이고 토론하고 만들어가고 있다. 2011년 CoP를 경험한 그들은 바로 문화예술교육의 미래이자, 핵심주역이다. 그들은 지금도 전국 어디선가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모여 허름한 작업실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의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리라. 문화예술교육 CoP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글_ 김정이 퍼실리테이터(지식에너지연구소 대표)
사진_MBC 방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