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예술강사들에게 듣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이야기

웃고 울며 온몸으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난 예술강사들의 이야기.

나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전공도 달라 예술강사로서 아이들을 접하는 공간과 테마 또한 다르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공통분모는 늘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서로를 끈끈하게 엮어주고 있다. 물론 예술강사로서 교육현장에 나선 계기 또한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예술강사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했고 또 어떤 이는 대학 지도교수의 권유로 응시했다. 물론 특별한 경우도 있다. 무용 예술강사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박진 씨는 IMF사태로 가정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은 후, 생계를 위해 예술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박진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무용 시간.

“무용을 전공하고 전업주부로 생활한 탓에 직업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우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다가 무용강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전문대에서 아동복지를 공부하면서 스스로 응용력을 길렀어요. 아이가 둘인데 IMF때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요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요. 함께 무용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가 경험했던 무용치료 효과를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예술강사 연수를 시작하며 수없이 되짚어 본 이론과 직접 학교현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달랐다. 생각보다 자유분방하고 좌충우돌인 아이들을 처음 대하곤 이론과 실습보다 아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경험이 우선임을 떠올렸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의 미비도 답답한 부분이었다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부수적인 선택수업으로 치부하는 일부 교사들의 반응에 종종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특히 무용과 연극 등 무대예술 분야는 학교 측의 무리한 요구로 힘들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5년 째 연극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영 씨는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의 이벤트로 연극작품을 만들어달라는 급작스런 요구에 고민 아닌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또 매일 출근하는 교사들과 달리 수업시간에만 학교에 출근하기 때문에 학사일정에 대한 사전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업도 못하고 허탕 치는 경우도 있었죠”라며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신탄진 고등학교 연극부원들

예술강사, 학교 내의 입지는 아직 미비…

물론 힘들었던 기억 이면에는 아이들과의 즐거운 추억도 존재한다. 한 명씩 이름을 기억해 호명했을 때, 아이들 눈빛에서 반짝이던 신뢰는 더 없이 짜릿한 추억이다. 자신들의 시간표에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이 아닌, 영화, 연극, 국악, 만화, 무용 등이 자리했을 때 신기해하던 얼굴, 그리고 직접 소품을 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에서 예술강사의 참된 길을 다시금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용 예술강사 박진 씨는 그런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최신 트랜드를 몸에 익히려고 노심초사한다고 이야기했다.
“쉬는 시간이면 학교 앞 문구점에 들러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나 캐릭터 이름을 혼자 외우곤 해요.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때 멀뚱멀뚱 바라볼 순 없잖아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지내려하다보면 무용을 처음 접한 아이들도 마음을 터놓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하죠.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표출하게 했을 땐 더 어려워하고 싫어합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하고 반복하면 즐거워하고 좋아해요. 다음시간 일정을 미리 묻고 연습해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느낌이 보람이겠죠.”
비단 박진 씨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강사들이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함께 간식을 나누고 유행음악을 들으며 미니홈피를 개설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내에서 확고하지 못한 입지는 때로 목소리를 작게 만든다. 아이들과의 소통이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선행과제라면 학교 교사들과의 소통은 그보다 앞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예술강사로서의 확고한 입지에는 학교측과의 원활한 소통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예술강사 좌은정 씨는 “현재의 강사풀제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학교 교사들과의 원활한 소통, 그러니까 수업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문제가 아직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다가서는 등,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예술강사 이미영 씨는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시작되며 각 학교에 예술강사의 역할에 대해 충분한 전달이 이뤄졌겠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예술강사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학교 측의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부수적인 수업이란 시선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됐겠죠. 강사들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강조해 예술강사가 보따리 장사라는 자괴감 없이 활동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좌은정 선생님과 함께 하는 만화애니메이션 수업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이러한 고충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여념이 없는 예술강사들은 자신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부여했다. 올해로 3년 째 영화를 가르치고 있는 박지원 씨는 “학교와 지역영상단체를 연결해 풍부한 교육현장을 제공”하는 학습프로그램을 제시했고 국악 예술강사 조기선 씨는 “7년 동안의 예술강사 생활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예술강사와 학습프로그램에 대한 교재를 편찬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체험한 예술강사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전공과 무관한 아동교육이나 교육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가 하면 경험을 토대로 전공와 교육을 접목해 연구활동을 하거나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예술강사의 첫 번째 조건은 ‘성실’과 ‘노력’. 예술강사에 응시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에는 ‘관심’과 ‘실천’ 또한 빠지지 않았다.

“학생들과 어떻게 놀 것인지 생각하면서 수업을 준비한다면 나도 즐겁고 학생들도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무용 예술강사 박진

“모두 저보다 잘 하실 것 같은데요. 아이들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만화 애니메이션 예술강사 좌은정

“아이들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아이들 이름을 모두 외우도록 하세요.”연극 예술강사 이미영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교육할 프로그램, 교재 등도 많이 연구해야 할 과제이구요.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국악 예술강사 조기선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하세요.”영화 예술강사 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