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개설 등 경로효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학교 건설

노인대학 개설 등 경로효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학교 건설

심상범|영광군남중학교장

웹진 땡땡의 기획 ‘학교는 네트워크한다 2’에서는 지역 사회와 네트워크하면서 배움의 장이 넓어지고, 지역사회의 지지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풍부해지는 모습을 발견해봅니다. 지난 호에서는 학교와 문화기반 시설의 연계, 국립민속박물관의 사례와 건축가 유석연의 스쿨파크 구상을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어서 두가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먼저 살펴 볼 영광 군남중학교의 사례는 조부모 슬하에서 성장하고 있는 학생 비율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학교 내 노인 대학 등을 개설해 노인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입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학교’ 공간을 친숙하게 접근하면서 학교가 지역사회 문화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 곳으로 거듭난 사례입니다. 영광군남중학교 교장 심상범 선생님의 글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 살펴볼 사례는 여주에 위치한 밀머리 미술학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예술과 교육을 통해 지역 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보면서 지역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3. 노인대학 개설 등 경로효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학교 건설 (영광군남중학교장 심 상 범)
4. 지역의 공공생산과 문화예술 교육 (박찬국, 공공미술/ 밀머리미술학교)

병원과 문예회관 등의 공공시설을 제외하고 지역주민들이 쉽게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학교’라는 공간이 떠오릅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방과 후의 학교는 낮 동안의 생기를 갑자기 잃어버린 듯 스산하기까지 합니다.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고, 어른과 아이들이 효과적으로 모일 수 있는 ‘학교공간’을 외면한 채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이야기하는 것은 등잔불 밑이 어두운 격이 아닌가 합니다. 또, 바로 그러한 공간 활용의 노력이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지식교류의 장으로서의 학교의 역할을 뛰어넘어,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져가고 있는 영광군남중학교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영광군남중학교는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학교 안에 노인대학을 개설하고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인들을 위해 학교의 공간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학생들의 인성교육 까지도 함께 하면서 학교와 학생, 그리고 지역주민들 모두를 아우르는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노인대학 개설 등 경로효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학교 건설

1. 지역사회와 유리된 학교문화

영광군남중학교(교장 심상범. 57세)는 55회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 깊은 학교이다. 한 때는 재학생이 19학급 1,200여명인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교생 50명의 소규모 학교이다. 2003년 3월 1일, 본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지역사회에서의 학교의 위상을 살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관내 기관 및 사회단체 협의회와 교류가 거의 없었으며, 학교 축제나 졸업식 등 학교행사도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학교 만의 잔치로 치러내고 있었다. 물론 학부모들과의 교류도 활발하지 못한 편이었다.
또한 우리 학교가 있는 학구에는 초등학교가 1개교 밖에 없는데, 그 학교에서 1년에 15-20명(주로 4,5,6학년, 재적수의 17%수준)이 전학을 간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고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시책보다도 학교와 가정과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교육공동체의 결속과 신뢰회복이 선행되어야겠다고 생각되어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목표로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2. 하나 되기 위한 노력

가. 게이트볼 교실 운영

지역사회와 가까워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직원들과 협의를 하였다. 그 결과 주민들이 학교에 자주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높이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방안으로 평생교육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채택되어 60~70대인 장년층을 대상으로 게이트볼 교실을 개설하였다. 게이트볼 교실 운영에는 본교출신 퇴직교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고, 2003년에 남자반 20명, 2004년에 여자반 20명을 모집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였다. 그 결과 2003년부터 본교에는 오후 3시경이면 언제나 지역 주민들이 운동장에 마련된 게이트볼장에 나와 운동도 하고 담소도 나눈다. (교육인적자원부장관 표창, 2004.5.15)

나. 경로잔치

우리 학구는 70세 이상 노년층이 416명으로 전체인구상 12.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본교에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는 학생이 26%이며 그 중에서도 1학년은 42.9%나 된다. 사실 본교가 이 정도라도 유지되는 것은 노인 분들의 덕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분들을 위로하고 삶의 의욕을 주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껴 2003년 11월에 지역민과 함께하는 축제, 12월에 경로잔치를 추진하였고 지역민들과 노인 분들은 너무 좋아하셨다.(‘영광 21’:2004. 1.1자, ‘영광신문’:2004.1.1자, ‘전라남도교육청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2004. 1.4.자)

다. 경로당 봉사활동 및 독거노인 위문

본교의 학구에는 26개의 경로당과 10분의 독거노인이 계신다. 우리학교에서는 전교생의 희망에 따라 경로당 10곳을 선정하여 틈나는 대로 찾아가서 말동무도 되어 드리고 잔심부름이나 청소 등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지난 어버이날에는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뵙고 위로하고 선물을 드렸으며 손자손녀를 기르는 조부모님에게도 선물을 드리고 위로와 감사의 글을 올렸다.

라. ‘노인대학’ 개설

2003년 경로잔치 후 지역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노인대학을 개설하였다. 노인대학을 개강하는 과정에서 과목선정과 이에 따른 강사확보가 어려웠다. 수강 대상자들이 70∼90대 노인 분들이고 강사료도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본교 선생님들부터 선뜻 나서지 않아 이를 설득하는데 4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본교 선생님 4분과 지역의 자원인사 2분이 전임강사로 나서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으며 12명의 외부인사 특강 등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40여 명의 노인 분들이 모여 노래와 율동, 수공예(풍선, 종이, 실), 요가, 노인건강관리, 정신건강, 특강, 자연답사, 축제 출연, 경로잔치 등 즐겁게 활동하고 계신다.(전남매일. 2004. 5. 13.자)

노인대학 강사로 수고하는 선생님들은 요즈음 인사받기 바쁘다. 농협엘 가도, 우체국엘 가도 “노인대학 강사라면서요? 수고 많으십니다. 참 좋은 일 하십니다.”고 칭찬 하더라며 무척 흐뭇해하면서 노인 분들과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3. 지역민과 함께하는 학교경영

교실붕괴니 교육이민이니 하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살아야 하고 공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교권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권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학교가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고 교육과 문화의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주민들도 학교에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학교의 선배(동문)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즉, 교실개혁을 통한 학생들의 실력향상(도덕성, 학력, 재능)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선생님들이 우리고장에 꼭 필요한 존재이고 그들이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어야 학부모가 움직이고 동문들과 지역사회가 움직인다.

1여년 간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금년 들어서 우리 학교는 선배들과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운동기구와 도서를 보내오고 4,50여 년 전에 본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지키고 있는 50~60대 선배들과 기별 동창회가 중심이 되어 ‘전교생 장학금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1학기말 현재 전교생 50명 중 35명(외부장학금 포함 6,200,000원)이 장학금을 받았고 나머지 15명은 가을 ‘경로잔치’때 지급하겠다고 한다. 또한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추진한 결과 체육관 건립계획이 의회 심의를 거치고 예산확보까지 이루어져 설계중이다. 본교는 지금 선배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심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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