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공공생산과 문화예술 교육

지역의 공공생산과 문화예술 교육

박찬국|공공미술, 밀머리미술학교

웹진 땡땡의 기획 ‘학교는 네트워크한다 2’에서는 지역 사회와 네트워크하면서 배움의 장이 넓어지고, 지역사회의 지지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풍부해지는 모습을 발견해봅니다. 지난 호에서는 학교와 문화기반 시설의 연계, 국립민속박물관의 사례와 건축가 유석연의 스쿨파크 구상을 들어보았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어서 두가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먼저 살펴 볼 영광 군남중학교의 사례는 조부모 슬하에서 성장하고 있는 학생 비율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학교 내 노인 대학 등을 개설해 노인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사례입니다.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학교’ 공간을 친숙하게 접근하면서 학교가 지역사회 문화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 곳으로 거듭난 사례입니다. 영광군남중학교 교장 심상범 선생님의 글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 살펴볼 사례는 여주에 위치한 밀머리 미술학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예술과 교육을 통해 지역 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보면서 지역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3. 노인대학 개설 등 경로효친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학교 건설 (영광군남중학교장 심 상 범)
4. 지역의 공공생산과 문화예술 교육 (박찬국, 공공미술/ 밀머리미술학교)

지역의 공공생산과 문화예술 교육

최근 어느 도시의 자문 요청에 응했다가 ‘어이쿠’하는 비명만 지르고 왔다. 용역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유서 깊은 그 도시의 전체 표정과 상당수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바꾸고 지역의 생태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계획에 동네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온갖 좋은 말이 넘실대는 그 비싼 보고서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 스스로의 미래 환경을 결정하게 하는 어떤 장치나 배려도 없었다. 지도와 통계와 기왕에 제작된 문헌조사에 의지하여 대학교수들이 연구소에서 급조한 ‘전문가’들의 보고서는 현장의 상황과는 딴판인 ‘디자인테크닉’으로 귀결되어 있었다. 감동적인 상상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변형된 전통문양, 특산품 이미지, 어설픈 캐릭터로 포장된 끔직한 가로 설치물들이 있었다.

가끔 자치단체들의 홍보 인쇄물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키치 종합세트들은 거의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그들만의 시스템에 의해 생산 되고 이 지역 저 지역으로 복제되어 온 나라를 뒤덮는다. 행정+전문가+업체에 의해 저질러지는 (매우 혹은 반드시) 합법적인 폭력 카르텔은 가끔은 그 유명한 ‘정치적 고려’란 놈에 의해 엄청난 덩치로 자라난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런 상황들에 대해 진저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대안이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은 문화예술교육이니 그쪽으로 머리를 돌려보자.

지역문화 네트워크와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공공생산

밀머리 미술학교가 시도했던 ‘고구마 프로젝트’는 이미 공공의적이 된지 오래인 진저리 3주체의 폭력 카르텔을 응징하기 위한 기초체력 기르기이고 진짜 지역문제를 고민하는 동네사람들의 팀워크 만들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여주 지역의 초등학생 30여명이 참여했던 고구마 프로젝트는 넓은 새 다리가 나란히 생기면서 보행자 전용이 되어버린 옛 다리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해 본 시각미술 장르의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 농업,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과 외부의 관련 전문가들이 답사와 워크숍을 이끌면서 지역 문화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해본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자치 행정과 교육행정의 책임자들도 끌어들이고 민관 협력체인 지역의제 기구를 참여시키는 시도도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참고 할만한 대목일 것이다.
(다음 커뮤니티 ‘밀머리 미술학교’와 ‘고구마 프로젝트’를 참고 하시라. 밀머리 미술학교http://cafe.daum.net/milart, 고구마 프로젝트 (http://cafe.daum.net/GoGuma)

지역 내에서 논쟁이 될만한 장소, 사건, 프로젝트에 개입해서 미래의 주인공인 아동, 청소년들이 쟁점이 되는 것들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덧붙여서 문화예술교육을 핑계로(?) 지역의 중요한 전문가, 활동가들이 시스템에 절망하고만 있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덤 이상의 좋은 일일 것이다.

밀머리 미술학교는 고구마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연대는 느슨하지만 효과면 에서는 강력한 감동폭발물을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문화부도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킹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범지역으로 선정하여 지원을 하겠다니 적어도 씨앗은 확실히 뿌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오해하지는 마시라, 지역운동 얘기가 중심이 아니고 짜릿짜릿한 문화예술과 교육에 관한 얘기니까.

박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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