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사업」은 문화예술 현장에 필요한 희소인력을 집중 육성하여 변화하는 문화예술계 미래 인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희소인력이란, 문화예술 노동시장에서의 인력 수요 규모가 작아 정규 고등교육기관을 통해 인력 배출이 어려운 분야나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고도의 전문적인 직능이 요구되는 직종 종사자를 말한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인력양성 구조와 체계들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반면, 현장 상황은 매우 세분화ㆍ전문화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현장 인프라는 세분화ㆍ전문화 되어 있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작년 희소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예술 희소분야 인력양성 방안 선행 연구에 준하여, 우리나라 문화예술 희소분야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국내 연수 기관들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희소분야에는 아키비스트, 예술경영 마케터, 문화재 보전, 미술작품 보존 등 다양한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희소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현장 기반 시설이 없어 국외 시설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국외 기관들을 분야별로 추린 결과 3개국 8개 기관을 선정하게 되었다. 올해는 골드스미스대학, 케네디센터, 소더비 인스티튜트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국내외 초청 강연 및 국외 연수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국내 문화예술계 희소인력을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분야 희소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제언 세미나와 소더비 국내 초청 연수, 소더비 교육과정 연수 지원,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포럼, 영국 골드스미스대학 해외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문화예술분야 희소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제언 세미나’는 이번 사업의 첫 공식적 행사인 동시에 수혜 대상 전문가 그룹을 직접 만나는 자리이다. 현장 전문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 사업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참여자들도 소수의 실제 희소분야 전문가들로 현재 종사자의 요구, 현황에 대한 이야기 안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해서 희소인력에 대한 발전방향을 찾는 자리인 것이다.
세미나는 현행 책임연구원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영정 예술정책팀장 사회로 진행되었다. 다양한 희소분야 중에서도 덜 생소하면서도 현재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악기 연구, 에듀케이터, 작품보전 관리(수복), 아키비스트 분야 관련 종사자들이 전문가 현황과 희소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 서인화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 학예연구원이 전통악기 연구, 복원, 개량 전문인력 실태 및 양성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에서 전통 악기 연구는 주로 국악계와 제작업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 이공계와 기타 작곡가들도 전통 악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악기 복원과 개량을 포함한 제작은 연구가, 연주자, 제작자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제작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 악기론은 음악학 연구에 비해 비율이 낮고, 전반적으로 국악 전공 학생들이 이해하는 악기론의 수준이 높지 않다. 또한 대부분 제작업자들은 악기제작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심 있는 일부 이공계의 과학자들에게는 악기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전통 악기 전문 인력 양성 방안으로서 연구자를 위해 대학교육에서 악기학의 비중을 높이고 연구기관에서 박사 후 과정 학생들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전통악기 복원과 개량을 담당할 제작자들이 국악기 음향학과 재료 등에 대한 관련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연수제도를 두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전문 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하며, 악기 연주자와 제작자들을 위한 국외 연수, 국제 악기 연구ㆍ제작 네트워크 강화와 연구자, 연주자, 과학자, 제작자들을 서로 소통하게 하는 프로그램 입문서 개발을 제안한다.”

 

이어서 국내 작품보전분야 전문가 현황과 전문가 양성에 대해 김겸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미술작품 보존복원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 대학원 과정이나 전문학원 등은 거의 없다. 이 분야는 학교교육뿐 아니라 직접 작품을 다룰 수 있는 실무교육이 필수적이므로, 단기 실무교육과 같은 과정이 꼭 필요하다. 보존복원 분야를 의사와 비교한다면 실제 환자(작품이나 유물)의 치료, 수술을 집도하려면 의과대학 과정 후 인턴 등 실무과정이 필수이듯이 보존복원에 있어서도 대학과정 졸업만으로는 복원실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해외기관에서의 실무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승미 국립현대미술관 교육팀장은 미술관 에듀케이터 양성 및 전문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희소인력양성을 위해서 먼저 에듀케이터에 대해 일정한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많은 재원들이 이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의 향후 운용 방안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관 교육에 대한 개념 정립 혹은 미술관 교육 자체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 박물관학과를 제외하고 에듀케이터를 양성할 전문과정이 대학에 개설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사한 전공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들을 위한 단기 양성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러한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자격 기준 및 요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장 재직자들을 위한 장기적인 재교육으로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곽석자 국립국악원 국악자료실 사서가 문화예술 전문 아키비스트 양성교육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키비스트 일은 단순한 문서관리를 넘어 특수형태의 기록물을 포함한 모든 기록물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록물관리는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영역이라 하겠다. 기록물의 형태와 담겨진 기록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문화예술 관련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는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종이기록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디지털 정보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에 맞춰 다양한 관점에서 기록물을 다루고 관리하는 지식과 기술을 갖추게 해주는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기록의 범위나 내용의 특징으로 볼 때 인문사회계는 물론 자연과학이나 공학계 전공자들에게도 전문요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개방되어야 한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각 전문가들과 함께 현재의 상황에 대해 더욱 자세히 공유할 수 있는 토론의 자리가 진행되었다. 토론을 통해 관계자는 물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 분야뿐 아니라 타 분야의 희소분야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 희소인력 양성 사업」은 현실적으로 국내 전문가를 배출할 교수 인력 등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문화예술계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개인과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꿈을 안고 출발한 첫 자리인 이번 세미나는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왜 희소인력 양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처음 출발한 이번 사업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