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천재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그림이란 그것을 보는 사람을 통하여 비로소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는 말을 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피카소의 그림도 편견 없는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관객이 있었기에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빛을 발하게 된 것이 아닐까. 비단 그림과 관객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다문화가정과 그 어린이들에게도 편견 없는 시선과 따뜻한 관심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만드는 글로벌 인재

 

2012년 현재, 우리나라는 결혼을 통해 이민 온 외국인 수가 약 21만 1458명으로 총 인구의 0.4% 라고 한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 수는 약 120만 명, 전체 결혼 건수 중 국제결혼의 비중 이 10%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과 그 가정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뉴스나 방송 중 화제에 오르거나 조명을 받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종종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는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호주나 캐나다 같은 다민족, 다언어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결혼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과 그들이 이룬 자녀가 하나의 구성원으로 합류되어 가는 과정이 다른 나라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다문화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과 인권 보장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인 온정과 소수에 의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사회가 이들과 함께 글로벌한 사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이, 우리 안의 가족으로 인정하고 우리와 같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2006년 7월쯤, 한 교육방송 특별기획에서는 ‘세계의 예술교육, 그 현장을 가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의 교육 사례와 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실제 호주의 다문화 예술교육사례를 보면 180개국의 국적과 20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주민에게 자국의 문화를 흡수시키기보다는 개개인 전통의 문화를 지켜주고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주고 있다. 특히 편견과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다문화예술프로젝트를 주단위로 열고 있다. 특히 호주다문화재단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 고등학교 프로그램에서는 드라마를 통한 수업에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표현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미국의 경우,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직업교육대신 시 쓰는 법과 첼로를 가르치는 것은 ‘예술교육은 인간의 삶을 가치 있고 평등하게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시행하고 있던 [엘리트주의에서 대중교육으로]는 내게도 많은 교훈을 주었다.

 

예술교육의 필요성과 교육이 가져오는 효과

 

예술의전당 어린이미술아카데미는 2011년 사회공헌사업의 첫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의 다문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술아카데미다.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강좌로 개설되었으며, 학년별로 표현과 창작의 즐거움부터 동서양미술에 대한 이해와 음악, 건축, 미디어 등을 접목해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감수성과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 경쟁력 있는 글로벌인재를 배양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실제 다문화 미술수업에서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한국사회 적응에 대한 부담감과 자국(부모 중 외국인의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다. 자연스레 자신이나 부모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예술교육은 예술에 대한 지식 확대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가능하게 돕는다. 그저 수채화, 유화 그리기가 아닌, 사물을 볼 때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방법을 깨우쳐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예술교육은 한국사회의 통합과 상호존중, 평화적인 시민의식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국과 타국간의 상호교류와 친목에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는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를 키운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나 현재, 다문화 가정을 위한 예술활동지원의 경우에 일회성으로 진행되고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많다.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교육보다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 제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조상들의 교훈, 조각보에 담긴 조화로움

 

과거 우리조상들의 생활관습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편견과 장벽에 대한 좋은 교훈이 있다. 마치 외국의 퀼트와 비슷한 작품으로 벽에 걸리는 조각보가 그것이다. 조각보는 보자기로, 침구로 사용되던 것과 옷이나 이불 등을 만들면서 남은 것을 하나하나 모아서 이은 것이다. 혹시 재료를 눈 여겨 본적이 있는가? 지금의 호화스러운 조각보로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이전의 조각보를 살펴보면 이은 조각의 색은 물론 소재마저 다르다. 윤기 입은 비단 옆에 까칠한 모시가 이어져 있고, 화사한 분홍색 옆에는 살짝 얼룩진듯한 초록색 천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환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모시는 낡고 비단은 색이 바랬음에도 오묘하게 우아하기까지 하다. 재질도 모양도 저마다 다른 것이 하나의 물건으로 만들어지고, 각각의 재료를 버리지 않고 살려내는 지혜. 그 조각보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지나치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짚어준다. 결국 ‘나’라는 하나 위주의 테두리를 버릴 때 ‘함께’라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조각보로 만들어지는 것, 그저 조각보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가진 아름다운 의미와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법, 우리의 조상들이 그랬듯 우리가 우리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이야기다.

 

글_ 최진숙 예술의전당[다문화 어린이 미술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