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복지와 문화바우처의 방향성에 대해

 

오늘날 빈번히 사용되는 문화복지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에도 문화복지라는 용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96년 정책적인 차원에서 문화복지를 공식화하고 대표사업으로 문화의 집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기 시작한 이래 문화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복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함에 따라 문화복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문화복지와 사회적 수요에 대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문화복지는 사회복지와 함께 우리 사회 국민 복지의 한 축으로 설정되어 추진되었다. 문화복지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욱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또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그만큼 더욱 성장, 성숙하였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곧, 경제가 발전하고 복지가 확대되었지만, 국민의 삶이 더욱 행복해졌는지, 우리 사회 소외 현상은 이전보다 감소했는지, 공동체적 관계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등 문화적인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여전히 해소되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화복지의 인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문화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은 사회의 지속적 발전에 장애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문화복지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가지고 출발하였으며, 오늘날에는 문화정책의 중요한 한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문화복지가 가장 관심을 갖는 목표는 ‘문화적 감수성의 향상’이다. 문화적 감수성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우리 공동체의 현 모습을 진단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초기에 대표사업으로 추진된 문화의 집이, 주민 누구나 자신의 문화적 활동(악기연주, 음악감상, 그림 그리기 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던 것은 이처럼 개개인의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보다 구체화해야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문화복지 관련 사업들은 위에서 살펴본 초기 문화복지의 관심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차이는 문화복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문화복지 사업 가운데 하나인 문화바우처 사업은 그 대상이 경제적 빈곤층에 국한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문화복지 차원에서 추진되는 문화나눔 사업도 대부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단순히 대상 계층이 축소되었다는 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상의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문화의 집이 ‘체험’을 통하여 스스로 자신의 감수성을 일깨워나가는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의 ‘단순 관람형’ 문화향유를 지양하였다면, 오늘날 추진되고 있는 문화바우처 사업은 여전히 ‘관람형 소비’의 형태로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바우처 사용이 주로 영화관람이나 도서구입 등에 주로 사용됨으로써, 애초 문화복지가 지향하였던 ‘문화적 감수성 향상’이라는 목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복지 관점에서 또 하나 강조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접근 기술(cultural technique)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처한 환경과 여건이 다르다. 따라서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들의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기술(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화바우처로 대표되는 많은 문화복지 사업들은 대부분 수요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초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단순히 대상에게 문화바우처를 제공하는 것까지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행 문화바우처 사업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경제적 빈곤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라고 한다면,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바우처 사업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화복지라는 차원에서 문화바우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면, 현재의 문화바우처 사업은 그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고 서비스 내용을 감수성 제고라는 차원에서 재검토하며, 서비스 전달 기술 측면에서 보다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복지는 단순히 문화예술향유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향상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_김세훈(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