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문화’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특색을 띄는 다양한 축제나 행사를 펼치고 있고,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가치를 알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률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세태 속에 지역문화의 과제로 단순한 지역행사에서 벗어난 이미지 제고와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어렵게 생각되었던 그에 따른 답은 ‘2011 지역문화 아카데미 해외연수’ 기간 동안 독일에서 얻을 수 있었다.
성공적인 지역문화의 롤모델, 독일
4박 6일 동안의 기간 동안 독일의 성공적 지역문화 사례로 꼽히는 우파파브릭,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졸페라인 등을 방문했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지속가능, 재생, 문화라는 단어에 억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를 실천하고 생산해냈다는 것이다. 지역의 재생가능한 문화공간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그들은 생활 안에서 지속가능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행하고 즐기고 있었다. 문화를 대하는 시각이나 자세의 차이일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재생적인 지역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발·발전과 재생·복구 중 어느 의미에 우선순위를 둘 수 없지만 ‘재생’이라는 단어에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독일의 모습은 문화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는 나라였다.
이상적 문화공동체 공간 ‘우파파브릭’
환경, 문화, 공동체의 삶을 주안점으로 내세우는 우파파브릭은 이상적인 문화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도 마포 성미산 마을과 같은 문화공동체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문화를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생활하고 있는 우파파브릭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지역 주민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센터역할을 하고 있는 우파파브릭은 특히 보육시스템, 산모 돌보미, 노인 돌보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과 나를 스스로 돕는 프로그램’을 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동체 삶에 대해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 같았다. 또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향유자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가 말하고 있는 시민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하고 흡수되게 하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문화의 지속가능한 재생이었다.
유기적 협력이 이루어낸 문화 양조장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영화관, 공연장, 수퍼마켓, 광고회사, 예술가 집단 등이 한데 엉켜 유기적으로 협력관계를 이루며 구성 및 운영되고 있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그곳에 가면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리모델링 전 기존에 살고 있던 예술가집단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젊은 예술인들이 그 방안으로 설립한 회사가 부도나자 베를린 정부가 임대비를 대신 지불해 주었다는 점에서 독일인의 선진문화 국가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11%의 예술가가 90%의 임차인들에게 미치는 후광효과 덕분에 지속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의 세입자 중에는 베를린 정부도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양조장이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아이디어도 기발하거니와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이미지를 제고시킨 점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영화관, 수퍼마켓 등의 임대수익이 발생해서 운영이 가능하다고는 해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아닌 채 이렇듯 큰 규모의 공간에 1년에 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베를린 문화의 중심으로써 이목을 끈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찾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베를린 정부의 지원과 사기업의 운영, 예술과 상업 사이의 모호한 관계 속에서도 베를린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문화예술의 긍정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과 공공기관의 제재에서 자유로우며 관료적이지 않은 이곳의 모습에서 미래의 독일 문화에 더욱 기대감을 갖게 된다.
탄광촌의 기적적인 재생 공간 ‘졸페라인’
졸페라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곳이 위치한 루르 공업지역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해마다 증가하여 관광산업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한다. 졸페라인에서만 한해 700개의 문화행사가 열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공연 프로그램이 졸페라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이곳은 자체적으로 1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졸페라인의 모습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문화예술 시스템 및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문화예술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단순히 문화예술이 행해지는 공간이 아닌 문화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니 말이다. 공간의 이점을 배제하고서라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문화 활동가의 기본적 자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였다.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재생적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졸페라인이 제시하고 있었다.
지역문화의 지속가능한 재생을 꿈꾸다
이번 독일 연수를 통해 가장 부러웠던 점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 시설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낡고 버려진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지역문화의 지속가능한 재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독일 사람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것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할지 한 번쯤 고민하고 생각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그 단순한 차이에서 오는 문화선진국의 마인드와 자질 또한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가지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유기적 관계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엔 서로간의 가치관이나 견해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지역문화예술 현장에도 ‘협력’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축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경제, 그리고 지역민들의 유기적인 관계. 그 발전적 모델을 독일에서 볼 수 있었다.
지역의 특색과 그 특색이 묻어있는 공간을 문화와 결합하여 재생산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재생 문화에 대해 고민한다면 우리나라도 문화선진국이 되어있으리라 본다. 공간, 사람, 문화, 재생, 지속가능함이라는 단어가 지역의 문화를 더욱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지역문화 활동가들의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_ 권정효 광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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