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기간인 방학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인 겨울 방학기간, 예술강사들이 팀을 구성하여 공연, 전시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융합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들고 지난 2월 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48개의 작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올 겨울 아이들에게 특별한 방학을 선사해준 <예술체험 원정대> 10개의 프로그램 중 <꿈을 찾아 떠나는 ‘크도 원정대’>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친구를 찾아 떠나는 <크도 원정대>의 여정이 시작되다

 

먼 곳으로 여정을 떠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는 ‘원정대’라는 단어는 우리를 설레게 한 것 같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탐험가로 만들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랄까. 모험에서 만난 장애물을 해결하고, 모두가 함께 목표점에 다다른 순간의 기쁨과 환희를 누려본다면 아이들을 만나러 간 우리도, 우리를 만난 아이들도 이 모험이 긍정적 삶의 에너지가 되고 마음속 한 구석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았다.

 

인도나 네팔의 오지와 빈민촌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강사들과 국내 도서산간지역을 돌아다니며 문화 예술 교육 활동을 하는 강사들이 힘을 합쳐 이번 예술체험 원정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팀원들은 ‘모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꿈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담은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모티브로 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여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리더의 영어이름 keudo 크도 (‘크고 크도다’의 줄임말)를 주인공으로 한 <꿈을 찾아 떠나는 ‘크도 원정대’>이다.

 

프로그램을 하나의 드라마로 구성,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팀원들 간에 항상 고민하였던 부분이 ‘모든 활동들에 우리의 목표를 담을 것인가’였다. 물론 기획의도와 전혀 다른 활동들을 구성한다면 학생들과 강사들에게 180분이라는 시간은 목표점을 잃고 떠도는 방랑자와 같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우리의 기획의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싶은 만큼,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그램을 하나의 드라마로 구성하고 여러 분야의 활동들이 이 드라마를 위한 미션들이 되게끔 해보자고 제안했고, 전문가들의 첨언과 몇 번의 모의 수업을 통해 수정을 거듭하여 ‘친구를 찾아 떠나는 크도 원정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친구를 찾아 떠나는 크도 원정대> 이야기

 

친구들에게 항상 놀림거리가 되었던 ‘크도’는 어느 날 자신이 똑똑하고 화려한 아이가 되어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지는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그 꿈은 크도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친구들은 다 도망가고 혼자 남게 되는 악몽이었다. 꿈속의 계시자 ‘칸’은 크도에게 진정한 친구를 찾아 떠나라는 말을 남긴다. 크도는 그 길로 여행을 떠나게 되어 미지의 통로를 지나 꿈의 마을에 들어오게 된다. 그 곳에서 원정을 함께 할 친구들(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힘을 합쳐 미션들을 수행하고 꿈의 길을 건너 진정한 친구 ‘대원증’을 받게 된다. 현실로 돌아온 크도는 이 모든 여정이 꿈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눈앞에 놓인 대원증을 보고는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프로그램 활동 목차

 

도입

1.꿈의 통로
2.꿈의 박수(제한 시간 내에 박수 전달하기)
3.영상 및 연극 관람
 
전개
1.주사위로 미션세트 획득 순서정하기
2.오브제 만들기 (무도회에 착용할 악세사리)
3.칭찬 스티커 붙이기
4.꿈의 무도회
5.꿈의 길 건너기
 
마무리

1.영상시청
2. 꿈의 통로 퇴장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김관규(연극), 김진주(디자인), 김혜옥(영화), 박연주(연극), 손은경(무용), 이성희(영화), 이승우(연극), 한정원(연극) 예술강사

 

‘통로를 담당하는 안내자’가 문을 열면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뭐야, 무서운 거 아니야?” 동굴 소리를 들으며 어두운 통로를 지나오면 미리 받은 초청장에 쓰여 있는 좌석을 찾아 아이들이 앉는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으면 ‘대원 자질을 테스트할 안내자’가 나와 협동심을 발휘하여 제한시간 내에 박수를 전달하는 미션을 성공해야 원정을 출발할 수 있다고 룰을 알려준다. 70명 내 외의 아이들은 단순한 이 연극 놀이를 시시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제한시간 내에 미션을 마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불가능할 것 같은 제한시간 내에 박수를 전달하는 미션이 끝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영상이 나온다. 영상에서 <크도 원정대> 프로그램의 메인 주제를 보여주고 나면, 영상 속 인물 ‘크도’가 나와 원정대에 합류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진정한 친구를 찾아 떠나는 원정 대원들이 된다.

 

내가 바로 <크도 원정대> 이야기 속 주인공!

 

칭찬스티커 붙여주는 사진

칭찬스티커 붙여주기

 

각 모둠의 원정 대원들은 주사위 놀이를 통하여 순서대로 미션세트를 획득하고 무도회에 가기 위한 여정들 시작하게 된다. 액세서리 착용과 함께 칭찬 스티커를 만들어 상대방의 옷에 붙여주며 더 화려하게 무도회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 때 학생들이 강사의 옷에 붙여주는 스티커를 보면 이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생님이 아닌 영상과 연극 속 인물로 ‘크도’ 뿐만 아니라 다른 안내자들에게도 칭찬스티커를 붙여 주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붙여주기도 한다. 칭찬을 주고받는 것을 의상 디자인으로 시각화하게 되니 아이들이 서로에게 더 많은 칭찬을 하게 된다.

 

꿈의 무도회와 '난장판'의 시간

꿈의 무도회와 ‘난장판’의 시간

 

칭찬 릴레이가 끝나고 나면 무도회로 이동하게 되는데 ,신나는 안무를 배우고 다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다함께 같은 춤을 추는 것도 즐겁지만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는 대원들에게 ‘난장판’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즐겁게 놀던 ‘크도’가 “댄싱퀸 님, 더 신나게 놀 수 없나요?” 하면 댄싱 퀸은 “여러분이 원한다면 더 신나게 놀아볼까?”라는 말을 신호로 형광 볼풀공과 조명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난장의 시간을 갖게 되어 친한 사람들, 덜 친한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져 놀 수 있게 된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된 아이들, <크도 원정대> 대원으로 거듭나다
“정말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찬 거지?”

 

아이들이 한바탕 놀고 난 후에 계시자 칸의 마지막 미션영상이 흘러나온다. 바로 마지막 관문 꿈의 길을 걷는 것이다. 꿈의 길은 특수 천을 양쪽에서 잡아 당겨 그 위로 사람이 땅을 밟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양 옆으로 참여한 모든 친구들이 천을 잡아 당겨주면, 꿈의 길을 걷는 친구는 트램펄린 위를 걸어가듯이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아, 오늘 재밌었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넨다. 간혹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친구나 다리가 불편한 친구들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뒤에 숨어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친구들이 기합을 넣어주며 “더 뒤로 당길게. 건너!”라고 용기를 주게 되면, 망설이다가도 결국 꿈의 길을 건너게 된다. 이렇게 한 친구도 빠짐없이 모두 꿈의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꿈의 길 걷기

꿈의 길 걷기

 

이렇게 모두가 꿈의 길을 건너고 대원증을 수료 받고 나면 마지막 영상으로 변화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꿈을 꾸는 ‘크도’의 모습이 나온다. 꿈에서 깬 ‘크도’는 눈앞에 놓인 대원증을 보고 자신이 꾼 꿈이, 꿈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난 오늘 정말 좋은 친구들을 얻었어. 아무도 안 믿어도 좋아. 이건 꿈이 아니니까.’라는 마지막 대사와 함께 다시 꿈의 통로가 열리게 되고, 학생들은 이 여정을 마치게 된다.

 

<크도 원정대>가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바라며

 

 

22년 만에 영동지역에 폭설이 왔다. 하필이면 그 시기에 태백, 정선, 강릉, 고성 4개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어 걱정이 앞섰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면서 두 번의 차사고와 고립으로 인한 셋업연기, 수업을 하러가면서도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마음 졸이며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뒤로하고 영동지역을 벗어난 순간, 모험을 선사하기로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직전까지의 힘들었던 과정들이 어느새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들 또한 예술체험 원정대를 통해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얻어 갔기를 바란다.

 

<예술체험 원정대>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예술체험 원정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으로 교육공백기인 방학기간을 맞이하여 문화소외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89명의 전문 예술강사로 구성된 <예술체험 원정대> 10개 팀은 문화예술의 장르 융합형 공연, 전시 및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 2월 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도서벽지 문화소외지역의 48개 소규모 초등학교에서 3,200여명의 어린이들이게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예술체험 원정대 블로그: http://blog.naver.com/art_wonjeong

 
 

글: 한정원 예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