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예술에서 대중문화까지 다양한 문화예술영역에서 전문예술가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대중과 예술가의 교류와 협업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는데요.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교육 부서의 성인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이자 시각/행위예술가인 파블로 엘게라는 ‘사회참여 예술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예술가와 참여자간의 협업이 갖는 교육적 의미와 역할에 관심을 두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였는데요. 오늘은 그의 저서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Education for Socially Engaged Art)』룰 만나봅니다.

 
 

 
 

사회 참여 예술, 예술가와 관객 간의 벽을 허무는 예술 활동

 

예술이라는 창조 행위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공감하고 경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성격을 가진다. 그렇다면 예술에 대해 사회 참여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이 책의 저자 파블로 엘게라(Pablo Helguera)는 사회 참여적 예술 행위가 어떠한 특징과 패턴을 지니고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예술가와 참여자들의 영역 간에 상호작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특히 사회 참여 예술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어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파블로 엘게라는 멕시코시티 태생의 시각 예술가이자 행위 예술가이며 현재 뉴욕 현대 미술관의 교육 부서에서 성인 및 학술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사회 참여 예술은 1960년대 후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예술 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회 참여 예술’을 제시한다. 이 책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Education for Socially Engaged Art: A Materials and Techniques Handbook)』는 이 장르에 뛰어들려는 혁신적인 예술가들을 위해 제공하는 실전적인 가이드북으로, 교육학적 방법론부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 사례 등을 통해 사회 참여 예술에 대한 개념과 실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과의 교류와 협업이 예술가들의 핵심과제가 된 시대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이르러 참여와 협업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사회 참여 예술이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문 지식인이 선형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던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다.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와 SNS의 확산은 다양한 참여자들이 구체적이며 현장에 밀착된 지식과 정보들을 무수하게 생산하고 공유하게 하며, 웹과 커뮤니티가 전문 지식인들을 대체하는 전혀 새로운 지식 생태계를 출현시켰다. 또한 순수 예술에서 웹툰, 가요 같은 문화 영역까지 예술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흐려지고 끊임없는 경계의 넘나듦이 일상화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파블로 엘게라의 고민처럼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을 통해 대중과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 것인지 외에 그들의 반응에 관한 이해와 협업이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 참여 예술은 대중의 참여를 위한 플랫폼과 네트워크

 

사회적 상호 작용은 모든 사회 참여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고 불가분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회 참여 예술은 예술과 비예술 영역의 중간에 존재하면서 여러 학문분야에 걸친 복합적인 행위이고 (……) 사회 참여 예술은 상상이나 가상의 사회적 행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행위를 바탕으로 한다. (p.28)

 

사회 참여 예술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행위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있다. 개인의 개성에 집중하고 개성에 바탕을 주는 예술 행위를 넘어서 주동자와 참여자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사회 참여 예술가들은 사회적 이슈를 공연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대중들이 직접 체험하게 하는 집합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데 관심을 둔다.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에 있지만 실질적인 사회적 행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참여 예술은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1980년대 후반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탄생된 사회적 문화 예술 활동이 그 예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와 대중이 함께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의 이슈와 사회적 현실에 관해 공감하고, 함께 학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 결과가 90년대 이후 인문과 예술 분야의 다양성과 융합현상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영역이 등장한 것도 그 맥락이다. 그 사례로 미술가들이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담벼락에 벽화를 그림으로써 거주 지역과 주민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소록도에서는 110m의 병원 옹벽에 주민·의료진이 직접 채색하고 450여명의 얼굴을 음각으로 새겨 한센인들의 아픔과 희망을 새긴 대형 벽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사회 참여 예술이 일시적인 재현을 넘어선 참여를 위한 플랫폼이나 네트워크라는 파블로 엘게라의 주장의 사례들인 셈이다.

 

사회 참여 예술은 이러한 실천의 정신 아래 지속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사회적 깊이를 확장하고 때때로 참가자들의 역량과 비판적 사고,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고 있다. (……) 방점은 프로젝트의 효과가 일시적 재현을 넘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저항 행위보다는 타인들의 참여를 위한 플랫폼이나 네트워크가 되는 것에 찍혀 있다. (p.33)

 

사회 참여 예술이 플랫폼과 네트워크로서의 특징과 패턴을 지니는 데는 문화와 예술 산업 전체에 다양하고 군중적인 프로슈머적 참여자들이 활동하게 되는 흐름의 연장선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나 SNS는 각계각층, 다양한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고 묶고 동원하는 플래시몹과 같은 활동들을 매우 효율적으로 발생시켜내고 있다.

 

예술가와 우리, ‘어떻게 함께 상호작용할 것인가’의 과제를 질문

 

따라서 관객은 이제 더 이상 예술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일방적으로 소통시켜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예술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개인들은 서로 떨어진 개체가 아니다.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와 SNS로 연결되어 집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스마트 군중(smart mob)으로서, 똑똑한 커뮤니티와 함께 활동하는 주체들이다. 그들과 사회 참여 예술의 만남은, ‘지금 여기’의 현장이 새로운 시대와 예술을 탐험하고 모색하는 예술가들의 고민의 출발지점이며, ‘어떻게 함께 상호작용할 것인가’라는 어렵고 힘든 과제(quest)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참여예술에 대한 책으로서는 거의 선구자적인 문제의식과 논의, 현장경험을 담고 있는 이 한 권의 책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가, 교육자들과 학생들에게 훌륭한 영감과 지식을 전달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우수 문화예술교육 관련 도서 출판을 통해 다양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화예술교육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식공유 체계를 구축하고자 「문화예술교육 총서」인 ‘아르떼 라이브러리 Arte Library’를 기획·발간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이노베이터의 탄생」,「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 2013년에는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문화예술교육의 정책과 현장 중심의 도서 기획 및 제작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르떼 라이브러리 출간 기념 책 증정 이벤트!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들 중 10분을 선정하여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 책을 증정해드립니다.
(참여 기간: 2월 25일 9시 ~ 2월 26일 24시까지 / 당첨자 발표: 2월 27일 아르떼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
•이벤트 참여 – 아르떼 페이스북 www.facebook.com/artejockey

 


조정미

글쓴이_조정미 (시인,출판인)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언론대학원에서 문학과 출판을 전공했다. 1993년부터 PC통신을 시작하였으며 지금도 SNS와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코드를 가진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메타포가 필요하며, 이전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다음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